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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구심 많던 CJ ENM 통합 실험 1년 반 어땠나 성장동력 확보에 뒤처진 E&M 부문…오쇼핑 수익성으로 보완

정미형 기자공개 2020-02-27 10:19:17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6일 11: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 가족이 한 지붕 아래로 들어오면서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까. CJ E&M과 CJ오쇼핑이 CJ ENM으로 통합 출범한 지 1년 반이 넘었다. 초창기 우려와 달리 CJ ENM은 지난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전통 미디어의 성장 정체로 주력 사업인 미디어 부문이 역성장하고 있지만 커머스 부문, 즉 오쇼핑이 안정적인 이익 성장을 이어가며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너지까진 아니더라도 미디어와 커머스의 조합을 통합 실적 안정성을 확인한 셈이다.

CJ ENM은 2018년 7월 CJ오쇼핑과 CJ E&M이 합병하고 사명을 CJ ENM으로 바꾸며 설립됐다. 당시 CJ 측은 콘텐츠 역량과 상품기획 역량을 갖춘 CJ E&M과 CJ오쇼핑이 결합해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해 신규 시장 개척을 가속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간 업계 안팎에선 시너지 효과에 대해 아쉽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내부에서도 시너지를 낼만한 것들을 발굴하는 데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특히 오쇼핑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오쇼핑이 존속 법인으로 살아남았지만 결국 통합법인명은 기존 CJ E&M(이엔엠)과 동일한 발음인 CJ ENM으로 결정되며 우위 선점에서 밀렸다는 평을 받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오쇼핑 입장에선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었을 지도 모른다. CJ E&M은 크게 미디어와 영화, 음악 등 3개 사업으로 나눠져 있는데 반해 오쇼핑은 커머스 사업 하나로 압축될 수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오쇼핑 매출 비중은 전체의 40% 정도다. 게다가 홈쇼핑 업황 자체가 정체된 상황에서 오쇼핑과 달리 콘텐츠와 글로벌 사업 등을 영위하는 기존 E&M 부문은 CJ 내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오쇼핑의 아쉬움과 별개로 통합 법인 출범 효과는 바로 실적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방송 시장 침체에도 불구 CJ ENM은 실적 성장을 이뤄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5% 늘어난 3조7897억원, 영업이익은 9.5% 증가한 2694억원을 기록했다. 미디어와 커머스, 영화, 음악 등 총 4개 사업부문에서 고른 성장을 보이며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오쇼핑(커머스)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오쇼핑은 영업이익이 20%가량 늘어난 1492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2694억원)의 절반 이상 기여한 셈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오쇼핑의 보완 효과는 더욱 눈에 띈다. 지난 4분기 TV 광고 매출이 크게 떨어지며 미디어 사업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80% 가까이 떨어졌다. 기존 E&M 사업부인 영화와 음악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오쇼핑은 홀로 4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같은 기간 전사 영업이익(427억원)을 끌어올렸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CJ그룹 입장에선 합병 전부터 두 사업체의 실적 보완에 중점을 뒀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 성장성은 다분하지만 리스크가 따르는 미디어 부문을 안정적인 실적을 꾸준히 찍어내는 커머스 부문이 보완해주는 그림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실적은 안정성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실적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미디어 부문 실적이 가시화되면 실적 안정성을 넘어 성장성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콘텐츠와 해외 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재무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CJ ENM은 글로벌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겨냥 콘텐츠 강화와 디지털 광고 고도화 등을 통한 성장 전략을 제시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CJ ENM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성이 기대된다” 며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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