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자재업 리포트]엔케이, 멈추지 않는 '신사업 도전'선박평형수 장치 부진…수소연료 탱크사업 진출
구태우 기자공개 2020-03-02 11:30:22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8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 전환기'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변화를 모색한다.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재무구조를 보완하는 식으로 성장 동력을 찾는다. 중후장대 산업의 전망이 어두워지자 로봇을 이용한 물류산업에 진출하는 대그룹들이 한 예다.'곳간'이 넉넉치 않은 중소 및 중견기업은 사업구조를 바꾸기 쉽지 않다. 이들에게 신사업은 '리스크'가 큰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수요가 확실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스크러버와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는 조선기자재 업체 사이에서 수년 전부터 유망 사업으로 분류됐다.
올해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이 설비들의 수주가 늘고 있다. 규제가 만든 시장인 셈이다.
조선기자재 업체인 엔케이는 2011년부터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제조 사업을 시작했다.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는 선박 내 평형수의 미생물을 제거하는 장치다. 선박은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탱크에 바닷물을 채워넣고, 화물을 선적하면 배출한다. 이때 배출되는 바닷물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2004년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강제하는 협약이 제정됐고 2017년 9월 발효됐다. 향후 5년 내 항행 중인 전 세계 모든 선박이 이 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엔케이의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수주는 2011년에 처음 나왔다. 하지만 이 사업에 대한 준비기간은 무려 10여년이 걸렸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오존을 이용한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개발에 착수했고, 2009년 IMO의 승인을 받았다.
엔케이의 제품은 오존을 2.5 ppm 농도로 평형수에 분사해 미생물 등을 살균한다. 제품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살균력이 뛰어나고 선박 설계 변경이 필요없는 점이 장점이다. 오존 방식의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제조하는 업체는 엔케이와 디섹 두 곳이다.
이렇듯 엔케이는 테크로스와 함께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제조하는 주요 기자재 업체 중 하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에 설비를 납품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7년 분사된 에스엔시스에서 납품받고 있다.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의 사업성에도 엔케이의 수주잔고는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 1159억원을 기록해 정점을 찍은 후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2019년 3분기 기준 9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선박평형수 처리장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간신히 10%를 넘고 있다. 이 사업은 2016년까지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엔케이를 떠받치는 한 축이 됐다. 수주 실적을 내지 못해 선박용 환경설비의 위상은 이전보다 작아졌다.
본업인 소화장치 사업이 전체 매출의 51.7%를, 고압가스용기 사업(34.7%), 수처리장치(11.8%), 해양플랜트 기자재 사업(1.6%) 순이다. 조선업 침체의 영향으로 조선용 소화장치 매출도 줄었다.
본업이 악화되면서 2015년 2000억원대에 달하던 매출은 반토막났다. 지난해 매출은 1084억원, 영업손실 64억원을 기록했다.
엔케이의 본업은 악화되고 있지만, 신사업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엔케이의 다음 타깃은 수소다. 엔케이는 고압용기 분야의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수소차로 눈을 돌렸다.
다가올 '수소차 시대'에 대비해 수소스테이션용 저장용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충전시간을 5분 이내로 단축하고 고압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이 뛰어난 저장용기를 개발했다. 2014년부터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3년 끝에 결과물이 나왔다. 현재 수소연료 저장용기는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엔케이는 28일 회사를 물적분할해 엔케이에테르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신설법인인 엔케이엔테르는 수소연료 저장용기 제조를 주사업으로 한다. 신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물적분할을 추진한다.
엔케이는 1980년 남양금속공업으로 출발해 일관되게 선박용 소화장구와 고압가스용기를 제작했다. '틈새 시장'을 보고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에 뛰어 들었고, 친환경 자동차의 전망을 보고 수소연료 저장용기 사업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케이는 본업에 안주하지 않고 에너지와 환경 분야로 사업을 넓혔다"며 "연구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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