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 사모대체 출자 첫 리그제 '아쉬움' 라지캡 유효경쟁 충족 못해…결성규모 대비 배정액 적어
김병윤 기자공개 2020-03-03 14:09:41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2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군인공제회의 사모대체 분야 출자사업에 상당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가 지원했지만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라지캡·미드캡 등 리그제를 처음 도입한 시도는 좋았지만 미드캡 쏠림이 극명했다는 평가다. 라지캡의 경우 펀드결성 규모 대비 배정금액이 작은 점이 흥행에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지난 28일 군인공제회는 사모대체 분야 출자사업 최종 위탁운용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PEF 분야에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케이스톤파트너스 △아주IB투자 △KTB PE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등 5곳이 뽑혔다.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12월 30일 1300억원 규모의 '2020년 국내 블라인드펀드 선정 계획' 공고를 내고, 지난달 10일까지 제안서를 접수받았다. 10여곳 이상의 PEF 운용사가 이번 출자사업에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첫 기관투자자 출자사업인 만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군인공제회는 PEF 부문에 1000억원(운용사별 200억원씩), 벤처캐피탈(VC) 부문에 300억원(운용사별 100억원씩) 출자금을 배정해다. PEF 부문 경우 라지캡과 미드캡으로 구분됐다. 라지캡은 두 곳 안팎을, 미드캡은 세 곳 안팎을 각각 선발할 계획이었다. 2016년부터 출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군인공제회가 PEF 부문에 리그제를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PEF 부문의 최종 위탁운용사 선정은 라지캡(large cap)과 미드캡(mid cap) 구분 없이 이뤄졌다. 라지캡에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H&Q코리아 등 두 곳만이 지원했기 때문이다. 두 곳 안팎의 PEF 운용사를 선발하는 라지캡 경우, 최소 4곳 이상이 지원해야만 유효경쟁기준이 성립된다. 하지만 두 군데만 제안서를 제출한 탓에 유효경쟁기준이 성립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라지캡 흥행 실패 요인으로 현실성 부족을 꼬집고 있다. 라지캡의 최소 펀드결성 금액 대비 배정금액이 지나치게 적은 탓에 PEF 운용사가 부담을 느꼈다는 게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군인공제회 출자사업의 라지캡 경우 최소 펀드결성 규모는 '5000억원 초과'며, 펀드별 배정금액은 '200억원 이내'다.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우호적 펀드레이징(fund raising) 분위기 속에서 200억원 배정받고 5000억원을 웃도는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5000억원 상당의 펀드레이징 작업을 이미 상당히 진척시킨 곳만이 이번 군인공제회의 라지캡에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경우 올 상반기를 목표로 5000억원 규모의 11호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교직원공제회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배정받은 1000억원을 시작으로 한창 유한책임사원(LP) 마케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Q코리아 역시 지난해부터 최대 6000억원 규모의 4호 블라인드펀드 결성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다른 출자사업과 비교했을 때, 군인공제회 출자사업 경우 라지캡의 최소 펀드결성 규모와 배정금액 간 괴리가 지나치게 컸다"며 "시장 내 펀드레이징 분위기나 다른 출자사업 내역 등을 군인공제회가 감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군인공제회가 출자사업을 세분화해 진행하는 것은 좋은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연간 1500억원 안팎의 출자규모를 감안했을 때, 미드캡과 루키 등으로 나누는 게 더 현실성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출자사업에 나선 한국교직원공제회 경우 PEF 부문을 △A타입 △B타입(일반) △B타입(루키) 등으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A타입을 라지캡으로 간주할 수 있다. A타입의 펀드 결성규모는 '5000억원 이상'이었고, 펀드별 배정금액은 '1000억~2000억원 이내'였다. 이번 군인공제회 출자사업과 비교했을 때, 펀드별 배정금액에서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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