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M&A]인수 산 넘어 산…추가 자본확충 시급경영 정상화 신규 자금투입 규모 '관심'
김병윤 기자공개 2020-03-05 13:44:38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4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경그룹이 제주항공을 내세워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무엇보다 이스타항공의 취약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본확충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갖가지 악재 탓에 이스타항공의 완전자본잠식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사업자 면허 취소 위기가 내재된 만큼 상당 금액의 재무지원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재무상태가 부실한 항공운송사업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내용의 항공사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부터 시행됐다. 기존 항공사업법은 사업개선 명령 후 2분의 1이상 자본잠식(자본잠식률 50%)이 '3년 이상' 지속될 때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취소하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이 기간을 '2년 이상'으로 1년 단축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안은 일괄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사업자별 다르게 적용된다"며 "항공운송사업자 면호 취소에 이르지 않도록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항공사업법 개정안에 저촉될 유력 사업자로 이스타항공을 꼽고 있다. 국토부의 재무구조 개선 명령에 임박했을 정도로 재무 여력이 취약하다는 평가다. 이스타항공은 2018년과 2017년 각각 47.9%, 70.7%의 자본잠식률을 기록했다. 2011년부터 6년 동안 이어온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재무구조가 열악하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이스타항공이 다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8년 40%대 자본잠식률을 기록, 가까스로 항공사업법에 저촉되지 않았지만 시장의 예상대로 2019년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현실화 될 경우 규제 대상에 오르게 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가 일면서 항공산업에 적잖은 충격이 가해졌다"며 "이스타항공 경우 산업 내 원가구조가 열위한 축에 속하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재무 추이를 감안했을 때 지난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애경그룹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스타항공의 자체 생존력이 크게 떨어진 만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모회사의 재무 지원이 불가피하다. 시장에서는 적잖은 규모의 자본확충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비상장사인 탓에 재무 정보가 많지 않으며, 지난해 불확실성이 짙은 이벤트가 일면서 손익 규모를 추정하는 데 제한적이라는 의견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지난해 이스타항공에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를 예상하기 위해서는 이스타항공의 적자 여부·규모, 결손금 등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최근 비우호적 항공산업 분위기와 비교기업의 지난해 적자 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항공사업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백억원의 자본확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는 항공사업법 저촉을 면하기 위한 자본확충에 불과하며, 이스타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별도의 재무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1000억원 가량의 신규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에서는 인수주체인 제주항공의 재무구조에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자체 재무 여력도 넉넉지 못한 탓에 이스타항공 지원에 따른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목소리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작년 말 연결기준 제주항공의 현금성자산은 1500억원 정도다. 최근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등 항공업에 큰 타격을 끼친 악재를 버티기에는 충분한 유동성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자금을 외부 조달로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불황에 대비, 보유 현금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의 여파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올해 제주항공과 이스트항공의 경영 실적은 좋지 못할 것"이라며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경영·재무 리스크가 배로 늘어난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애경그룹 차원에서 항공업 계열사를 위한 지원에 나설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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