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회계처리 논란]알로코자이 외상값 2000억, 부실여부 '진실공방'③악성부채 판단은 당국 몫…"단계적 감축 프로그램 도입" 소명
최은진 기자/ 전효점 기자공개 2020-03-10 15:16:23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6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G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사안은 중동 담배 수입상 '알로코자이(Alokozay International Limited)'와의 거래이다. 1992년부터 약 30년간 알로코라자이와의 거래에서 사실상 회수할 수 없는 장기 악성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으로 쌓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금감원에서 보는 악성 외상채권 규모는 약 2000억원 정도다.하지만 KT&G는 알로코자이와 여전히 돈독한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데다 미수금도 조금씩 회수해 나가고 있다고 소명했다. 최근에도 신규 장기계약을 맺으며 매출채권 정리에 나설 계획도 세우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의적으로 대손충당금을 누락한 게 아니라 회계감사를 통해 평가받고 진행한 건이라고도 강조하고 있다.
◇해외매출 전진기지로 활용, 연간 4000억대 거래
KT&G는 중동 수입상인 알로코자이와 1992년부터 약 30년간 거래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알로코자이는 중동 내 최대 판권을 가지고 있는 담배 수입상인 압둘 라만이 운영하는 회사다. KT&G로부터 담배제품을 공급받아 중동지역에 판매한다.
KT&G와 알로코자이의 30년간 돈독한 파트너십은 해외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연간 해외매출은 약 8000억원 안팎,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4000억원 정도가 알로코자이로부터 창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도 그럴 것이 알로코자이는 KT&G의 해외매출 확대를 위한 전략기지였다.
사실상 알로코자이를 통해 확장정책을 실현시켰다는 평가다. 민영화 준비에 한창 드라이브 걸던 1999년부터 몸집 키우기 전략의 일환으로 해외 매출처 확대가 필요했고 이 때 알로코자이가 활용됐다. 무담보 외상수출 및 저가수출, 프로모션 비용 및 샘플 제공 등의 전략적 지원책도 펼쳤다.
실제로 이 기간 매출채권이 100억원대에서 1000억원대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1억원대에 불과했던 대손충당금은 10억원대로 확대됐다. 물론 이 규모가 모두 알로코자이에서 비롯됐다고는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알로코자이와의 거래관계가 확대되고 난 후 유의미하게 수치가 증가했다는 것은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만든다.
문제는 2006년부터 알로코자이가 프로모션 비용 등을 타내기 위한 꼼수를 쓴다거나 대금지급을 늦추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발생했다. 이 때부터 장기간 누적된 장기외상채권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금감원은 이 규모가 약 2000억원을 웃돈다고 추산하고 있다.
실제로 KT&G의 감사보고서 상 재무상태표를 보면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2006년 27억원 수준에서 이듬해 87억원, 2008년 200억원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 역시 공시 내용 부족으로 전부 알로코자이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할 순 없으나 꽤 의심스러운 정황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누적 대손충당금은 약 800억원 정도다. 금감원은 2000억원 규모의 사실상 회수불가능한 외상채권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지 않은 데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받지도 못하는 채권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속여 자산을 과대계상했다는 얘기이다. 해외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고의로 대손충당금을 누락했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금감원 '회수불능' vs KT&G '오랜 신뢰관계 속 지속 상환'
KT&G는 알로코자이와의 거래에 대한 충당부채 문제는 회계법인과의 협의 하에 진행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KT&G측은 알로코자이와의 계약에서 회수하지 못한 매출채권은 2012년부터 원칙에 맞게 대손충당금을 쌓는 방식으로 처리해왔다고 설명한다. 대손충당금을 쌓는다는 것은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인 만큼 알로코자이와의 거래에서 오래된 채권부터 먼저 상각하고 그만큼의 물량을 다시 재판매 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며 손실을 최소화 하는데 안간힘을 썼다는 입장이다.
또 최근에도 외상부채를 회수하는 등 조금씩이지만 서서히 대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년에 달하는 기간동안 단 한번도 신용문제 없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2010년 검찰로부터 수출거래 등에 대해 수사를 받았지만 문제 없다는 결론을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회계업계서도 이 문제는 상당히 모호하고도 어려답는 입장이다. 현재 KT&G의 대손충당금 비율은 전체 매출채권의 7.47%다. 회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비율은 일반적인 수준에서 낮은 편에 속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특정 외상 매출채권이 악성부채냐 아니냐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재량인만큼 건건이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금감원이 회수불가능한 채권이 맞다고 판단을 했다면, 이를 소명하는게 쉽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다. KT&G는 조금씩 지속적으로 외상채권을 상환받고 있다는 점을 소명하는 것은 물론 회계법인의 감사 하에 진행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KT&G 관계자는 "알로코자이는 20년이 넘은 파트너사인 만큼 오랜 신뢰 관계가 있다"며 "그간 거래에서 매출채권을 줄이는 방향으로 관계를 이어왔고 최근 재계약 과정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고려돼 전향적인 조항이 삽입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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