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생존법, BC카드 활용 시나리오 가능성은 BC카드, KT 지분 인수 거론…대주주 적격성심사 필수, 주주사 설득 관건
이장준 기자/ 김현정 기자공개 2020-03-12 10:41:2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케이뱅크 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이 막힌 가운데 자회사를 활용하는 대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아직 주주사간 협의를 하진 않았으나 KT의 자회사인 BC카드를 앞세워 증자하는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이 역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은 '고차방정식'이다.우선 전체 지분의 10% 이하의 자본을 투입할 수 있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지분 10%를 초과해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한도초과보유 승인 절차(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10% 이하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이를 거칠 필요가 없는 만큼 부담이 없는 방법이다.
이때는 다른 주주들의 동의만 구하면 된다. 새 투자자가 추가되는 만큼 기존 케이뱅크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KT는 BC카드 지분 69.54%만 갖고 있기 때문에 BC카드의 다른 주주사의 동의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BC카드가 10%를 보유한다고 가정하면 케이뱅크에 새로 투입되는 자금은 500억원가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작년 9월말 기준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5051억원 수준이다. 현재 은행권 평균 순이자마진(NIM)이 1.5% 수준임을 고려했을 때 케이뱅크가 판관비 이상의 수익을 내는 여수신을 확보하려면 자본금 규모가 1조2000억원 수준은 돼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다시 인터넷은행특례법 개정안을 논의해서 통과해도 최소 6개월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500억원 정도의 자본 투입은 '시간 벌이'에도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결국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나 정상영업 궤도로 들어서려면 더 많은 자본금이 필요하다. KT를 대신해 KT의 자회사가 아예 최대주주로 올라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 KT가 BC카드 등에 케이뱅크 지분을 아예 모두 넘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럴 경우 BC카드의 자본력은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KT가 BC카드에 증자, BC카드가 다시 케이뱅크에 증자하는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카카오뱅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한국금융지주는 자회사가 아닌 금융사의 지분을 5%만 가질 수 있다는 금융지주회사법을 충족시키기 위해 갖고 있던 카카오뱅크 지분 중 29%를 넘겨야 했다.
당시 한국지주는 자본여력이 많지만 공정거래법 위반사항이 있는 한국증권 대신에 손자회사인 한국밸류운용에 지분을 몰아줬다. 모회사인 한국증권의 지원이 용이하면서도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BC카드가 10% 넘게 케이뱅크 지분을 보유하려면 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에 결격 사유가 없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금융주력자(금융자본)인 BC카드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인 KT처럼 보유 가능한 지분이 34%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은행 지분을 보유하고자 하는 모든 금융주력자들처럼 10%, 25%, 33%의 한도를 넘겨 지분을 보유하려 할 때마다 금융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은행법과 시행령 등을 보면 은행 지분을 10% 초과해 갖고 있는 금융주력자는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금융관련법령 등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적격성에 문제가 있는 주주는 10% 초과 지분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되고 당국은 6개월 안에 초과 지분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T의 공정거래법 결격 사유와 별도로 자회사 자체가 결격 사유가 있는지 들여다 봐야 한다"며 "심사를 요청해오면 그때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BC카드가 최대 주주로 올라설 경우 주주사를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앞서 케이뱅크 주주들은 KT가 가진 기술력을 믿고 투자했다. 이 때문에 KT가 가진 지분을 자회사로 넘기고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면 반발이 클 수 있다. 더구나 주주사들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뒤에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KT 측에 실망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케이뱅크는 △우리은행(13.79%) △KT(10%) △NH투자증권(10%) △케이로스 유한회사(9.99%) △한화생명(7.32%) △GS리테일(7.2%) △KG이니시스(5.92%) △다날(5.92%) 등을 주주사로 두고 있다. 주주 수가 많아 의견조율이 힘든데다 상당수가 출자여력 및 의지가 약하다는 게 고질적인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BC카드 관계자는 이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아직 케이뱅크나 KT 쪽에서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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