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2월 06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뱅크 사옥의 옥외간판에는 '케이뱅크는 지금도 영업 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시계가 걸려있다. 365일 24시간 휴무 없이 영업한다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요새 광화문을 지날 때 이를 보면 취지와 달리 '아직 영업 중'이라고 호소하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그도 그럴것이 현재 케이뱅크는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가로막혀 대규모 자본확충이 곤란한 상황이 수년째 이어진 탓에 손익분기점을 넘길 만큼 여수신을 확보하지 못했다. 중간중간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여 증자도 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공정거래법 위반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격사유에서 제외하는 '인뱅 특례법' 개정안 통과만이 KT의 자본을 끌어올 근본 해결책이다.

"그동안 '절망 모드'였는데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최근 만난 케이뱅크 주주사 관계자는 이달 국회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에 반색하며 이같이 물었다.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담긴 한마디였다.

그렇다고 확답을 줄 수는 없었다. 지난달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통과를 기대했지만 일부 의원의 반발로 계류됐다. '물밑작업'이 분주하다고는 하나 이번이라고 다르리란 보장은 없다.

2월 법사위마저 무산되면 어떻게 될까. 케이뱅크는 지난달 8대 주주협의회에서 플랜 B를 제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 주주를 찾거나 KT의 계열사를 활용해 우회적으로 증자하는 방안 정도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태껏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상징성 말고는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해 새 주주를 찾기 어려웠다. 지난해 모 지방금융지주가 공동경영까지 염두에 두고 문을 두드렸지만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카카오뱅크 차기 공동대표 자리를 놓고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것과 달리 케이뱅크가 차기 대표 선임에 난항을 겪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만약 지분 변동이 생긴다면 주주사 간 얽힌 이해관계를 일일이 따져야 할 수도 있다.

돌이켜보니 앞서 언급한 문구는 케이뱅크가 '이같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영업 중'이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진정한 경쟁력은 자본확충 뒤에 드러날 것이다. 지금 케이뱅크는 인뱅 특례법 통과로 단번에 숨통이 트일지, 플랜 B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할지 기로에 서있다. 안타깝지만 그 칼자루를 쥔 건 여전히 케이뱅크가 아닌 국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