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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의 빅히트, BTS의 빅히트 [thebell note]

양정우 기자공개 2020-03-16 13:42:18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2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였다. IPO 파트너를 원했던 한 증권사는 기업가치로 6조원을 책정해 주관사 제안서를 썼을 정도다. 어느 시기에 상장하든지 한 해를 대표할 랜드마크 딜로 여겨진다.

천정부지로 뛴 빅히트 몸값의 근간은 무엇일까. 2005년 이맘때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새살림을 차린 방시혁 대표일까. 데뷔 전부터 '피·땀·눈물(정규 2집 타이틀곡)'을 쏟으며 월드클래스 그룹으로 성장한 방탄소년단(BTS)일까. 우문인 듯해도 방시혁의 빅히트냐 BTS의 빅히트냐는 질문은 조 단위 상장 밸류를 결정짓는 관건으로 꼽힌다.

증권사 IB가 4~6조원대 기업가치를 매긴 건 빅히트를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국내 여느 엔터사보다 높은 잣대(주가수익비율)를 들이댄 이유다. 아이돌 육성에 초점을 맞춘 한국 특유의 엔터사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는 문화 콘텐츠 기업으로 봤다.

아티스트에게 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무대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팬덤을 유입하는 기획력을 갖춘 기업. 이런 비즈니스 모델의 골조는 마치 플랫폼 사업을 넘어 독자 콘텐츠를 만드는 넷플릭스(Netflix)나 콘텐츠 기업에서 플랫폼 업체로 진화한 디즈니(Disney)와 비슷하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콘텐츠를 만들면서도 기업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다. 디즈니의 시가총액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건 '라이온킹' 덕분이 아니라 또다른 '라이온킹'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BTS는 단군 이래 지구촌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끈 한국 뮤지션이다. 현재 빅히트의 수익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국내 엔터 3사(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BTS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제품매출(음반·음원, 유튜브수익), 공연수익, 로열티수익(굿즈 구입), 출연료수익, 광고모델수익 등이 웬만한 국내 그룹의 실적 총액보다 컸던 셈이다.

그럼에도 빅히트가 간판 스타 BTS를 탄생시킨 기업에 그친다면 IPO 시장의 눈높이는 한 단계 낮아질 수밖에 없다. BTS가 세계 무대에 우뚝 선 게 오롯이 걸출한 7인 덕분이라면 빅히트의 이름은 그늘에 가려진다. 투자자는 존속 계약서의 견고함에 더 관심을 가질 듯하다.

그러나 잘 나가던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한 방 대표가 조명을 받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앨범의 서사 구조라는 창조적 기획력과 아티스트의 예술적 시도를 뒷받침하는 시스템, 서적과 웹툰까지 지적재산권(IP)을 확대한 사업 역량. 빅히트에선 제2의 BTS가 나온다는 신뢰를 받으면 IB업계에서 거론한 몸값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

연예가엔 정치인의 권력은 '권불십년', 연예인의 인기는 '애불십년'이란 말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 빅히트 가치의 기반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다만 상장을 앞두고 몸값을 극대화하려면 또다른 BTS의 가시적 신호를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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