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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파장]신평사, 엄중해진 트리거 전수조사…흑자도산 방어용코로나 여파까지 측정…정부 지원사격 좌표 역할, 대처속도가 관건

이경주 기자공개 2020-03-25 13:43:4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4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 요청으로 국내 발행사 신용등급 트리거(trigger) 전수조사에 나선 신용평가사들 분위기는 엄중했다.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 정책 효율성을 좌우하는 역할을 떠맡은 탓이다. 신평사가 작성한 좌표대로 정부의 지원사격이 시작된다.

신평사들은 보수적인 평가방식에서 벗어나 미래 전망을 가미한 적극적 해석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량한 기업도 흑자 도산할 수 있을 정도로 현 금융시장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전방위적이면서도 속도감 있는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트리거에 해석 추가…코로나 시국 반영

24일 크레딧업계에 따르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금융감독원 요청으로 지난주 20일부터 국내 회사채 발행사 신용등급 트리거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치 기반의 정량평가 자료는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사별 유효등급과 연도별 만기현황, 지난해 3분기나 연말 기준 신용등급 트리거 기준 등이다.

현재는 일부 평가사에서 정성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각 발행사별 트리거에 코로나19사태로 인한 영향을 대조해 위험도를 분석하는 작업이다. 시간이 적잖이 소요되는 만큼 고위험군을 선별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등급강등 우려가 큰 기업들이 정성평가 우선 대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아웃룩(전망)이 부정적이거나 하향검토 왓치리스트에 등재된 곳들이다. 약 25개 곳 정도다. 다양한 등급에 분포돼 있다. AA+급은 1곳, AA0와 AA-는 각 4곳, A+ 5곳, A0는 3곳, A-3곳, BBB+ 3곳, BBB0는 2곳이다. 특히 하향검토에 등재된 HDC현대산업개발(A+)과 OCI(A+), 대한항공(BBB+), 한진칼(BBB0) 등이 요주의 대상이다.


조사를 진행 중인 신평사는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등급강등 우려가 있으면 평상시에도 투심이 잘 모이지 않는다. 채권매매로 수익을 올리는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회사채를 매입했다가 등급이 강등되면 채권가격이 하락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현재는 단기금융시장 경색 여파로 회사채 시장 전체가 얼어붙어 있다. AA급 주자들도 수요예측을 연기하거나 포기하고 있다. 강등우려 기업은 투자대상에서 애초 제외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정성평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나오면 투심은 일순간에 악화된다. 이 경우 멀쩡한 우량기업까지도 자금조달을 못해 흑자부도를 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꼭 필요한 곳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정밀한 좌표를 제공해야 한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관심을 갖고 있는 내용은 트리거 자체가 아니라 트리거와 현 국면(실물경제 위축)과의 관계”라며 “자금시장이 얼어붙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조사가 됐다. 우량한 기업도 흑자 도산을 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국고채·단기금융시장 금리 안정 최우선

신평사들은 정부의 발 빠른 대처가 동반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채 시장보다 투심에 선행해 움직이는 국고채와 단기금융시장(기업어음)을 먼저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고채 시장은 이달 17일 기준금리인하(50bp)에도 오히려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 날 국고채 3년물은 1.03%에서 24일 1.15%로 13bp 상승했다. 정부가 경기 부양책 마련을 위해 추가경정(11조7000억원 규모)에 나서면서 국고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고채가 시장에 많이 풀리면 희소성이 낮아져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게 된다.

이탓에 회사채 시장은 금리 변동성이 커졌다. 그만큼 투심도 위축된다. 통상적으론 기준금리인하를 따라 국고채 금리가 우선 하락하고, 그 영향으로 회사채 금리도 서서히 낮아지면서 투심이 살아나는 효과를 내게 된다. 현재는 국고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회사채 금리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이 국고채 매입을 통해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를 순차적으로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국이 국고채와 관련해선 아직 시장에 분명한 시그널을 주지 못하고 있다.

A신평사 관계자는 “국고채 발행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니까 금리가 반대로 오르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국채를 매입 줄 것이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국고채 시장에 후행하는 크레딧물 금리는 더 불확실해 질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기금융시장 경색 해소 역시 급선무다. 증권사들이 대규모 ELS(주가연계증권)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이 발생한 탓에 CP(기업어음)을 연일 매도하면서 A1 등급도 금리가 2~3% 수준으로 급등했다. A급 회사채 3년물보다 높은 수준이 됐다. 역시 회사채 금리 설정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10조원 규모 채권안정화펀드가 회사채가 아닌 CP부터 매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B신평사 관계자는 “과거 금융위기 당시엔 은행채나 공사채도 발행이 어려웠는데 현재는 이 정도 수준까진 아니다”라며 “단기금융시장이 막히며 회사채 시장으로 여파가 번진 것이라 채안펀드가 증권사 유동성 위기만 해소해주면 다른 우량 크레딧물은 발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전방위적이면서도 속도감있는 조치를 취해 투자자들이 금리 변화에 대해 예측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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