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4월 01일 07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증권이 지난해 ‘꽃길’을 걸었다. SK그룹에서 이탈해 부채자본시장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관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반대였다. 당국규제의 족쇄에서 풀려나 SK그룹 딜 대표주관을 속속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자기자본 1조원 미만의 중소형사인데도 일반 회사채 대표주관부문에서 5위를 기록했다. 일부 초대형IB 마저 제쳤다.그러나 기뻐하기는 이르다.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라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매각된 계열사에 대한 예우는 3년 정도라는 게 통설이다. SK증권의 대주주가 SK㈜에서 JW비아이지로 바뀐 지 올해로 3년차다. SK그룹과 끈끈한 동맹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금이 SK증권 IB사업의 미래가 결정될 시기라는 시선도 나온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SK그룹 딜을 통해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지금이 시장에 이름을 알릴 기회”라며 “자본력이 떨어지는 만큼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상 SK증권 같은 중소형 증권사가 부채자본시장에서 새로 고객을 모시기란 결코 쉽지 않다. 대형사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발행어음 사업 등과 IB사업 간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지만 SK증권이 기댈 곳은 오직 실력뿐이다.
나름 성과도 있었다. 지난해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회사채를 대거 확보했다. 또 국도화학, 하이트진로홀딩스, 풍산 등 SK증권을 믿고 단독 대표주관을 맡기는 고객사도 모셨다. 그러나 부채자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때문에 SK증권은 IPO 등 중소형사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로 대기업이 단골고객인 부채자본시장 중심이었던 사업영역을 투자자문과 주식자본시장(ECM)으로 넓히고 있다. SK그룹에 대표주관을 맡겨달라고 적극 요청한 것도 자본시장 내 평판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SK증권은 지난해 ECM본부에 IPO팀과 중소·중견기업금융(SME)팀을 두는 방식으로 조직도 바꿨다. 2018년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신기술사업금융 라이선스도 확보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먼저 투자하지 않으면 IPO 주관실적 등을 쌓기 어렵다"며 "SK증권은 SK그룹과 자금조달 관련해 여러 사업을 함께 논의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혹자는 SK증권의 지향점이 NH투자증권과 LG그룹의 인연이라고도 말한다. NH투자증권이 과거 LG증권 시절 맺었던 의리를 발판 삼아 아직도 공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의리를 뒷받침할 실력이 있었기에 신뢰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 SK증권도 마찬가지다. SK그룹의 후광효과가 비칠 때 입지를 다지지 못한다면 지금의 신뢰관계도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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