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02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주총회는 회사의 문을 가장 활짝 여는 날이다. 이사회 문턱보다 낮고 컨퍼런스콜보다 솔직한 말이 오간다. 일반 주주가 대표이사를 직접 만나 경영 현안을 묻고 답을 들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라서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주주가 많다.3월 31일 하이브를 끝으로 막을 내린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엔터 4사의 정기 주총은 저마다 다른 풍경을 남겼다. 의장으로서 주총에 임하는 대표의 태도는 각 사의 음악적 개성 만큼이나 차이가 컸다.
하이브 주총장은 차분하지만 팽팽했다. 이런 흐름을 이끈 건 이재상 대표다. 지난해 9월 대표에 선임된 그는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 “소중하다”, “감사하다”, “새겨 듣겠다”고 말했다. 즉답이 어려운 사안엔 그 이유를 설명하며 불필요한 추측을 차단했다.
그리고 하이브가 믿는 가치를 분명하게 밝혔다. 실적과 비전. 이 둘을 어떻게 실현할지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배당금 감소로 술렁이던 분위기는 이 대표의 설명에 평정을 되찾았다.
SM엔터테인먼트도 그랬다. 장철혁 대표는 주주들의 갈증을 이해했다. "1년에 한번 밖에 없는 자리이니 궁금한 점을 물어보라"고 했다. 매년 같은 태도다. 입씨름이 길어지면 흐름을 끊었지만 가능한 한 많은 질문을 받아 진솔하게 답했다.
반면 JYP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의 주총 현장은 사뭇 달랐다. ESG경영을 외치는 JYP엔터테인먼트지만 주총장에서 실천은 모호했다. 대표를 향한 질문을 IR팀이 차단하며 질의도 답변도 깊지 못했다.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한 주주들은 IR팀의 답이라도 들으려 자리를 뜨지 못했다.
YG엔터테인먼트 주총은 조용했다. 양민석 대표가 직접 나섰지만 질의도 응답도 없었다. 영업보고는 충실했지만 주총은 주주들의 침묵 속에 빠르게 진행됐다. 질문이 없다는 건 회사에 대한 궁금증이 없어서가 아니라 질문이 오갈 공간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주총은 숫자를 넘어 신뢰를 묻는 자리다. 주주의 질문은 회사를 이해하려는 시도다. 때로 질의가 아닌 하소연처럼 들리는 말에도 회사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그런 말조차 막히면 주총은 숫자만 통과시키는 의례로 남는다. 숫자가 아쉬워도 방향이 뚜렷하면 주주는 납득한다. 말의 온도가 숫자의 무게를 이기는 순간 주총장에서 숫자는 과거에 남고 말은 미래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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