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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l Story]사업다각화에 발목잡힌 세하…유암코 구원투수로 등장①첫 바이아웃 부담 불구 턴어라운드 확신

조세훈 기자공개 2020-04-03 15:17:41

[편집자주]

백판지 생산업체 세하 매각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세하는 구조조정 전문 회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의 첫 바이아웃 딜이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하 인수 시도부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 최종 매각에 성공했던 성과를 총 세 편에 걸쳐 자세히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2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6년 전 첫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딜로 백판지 생산업체 세하를 인수했을 때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부실채권 투자 전문회사였던 유암코가 기업을 인수해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겠냐는 평가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구심은 기우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회생기업 M&A에서 구조조정 기법을 처음으로 적용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은 동시에 투자 역량을 대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는 곧 부실채권(NPL) 전문조직으로 시작한 유암코가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탈바꿈하는 신호탄이 됐다. 이후 유암코는 한시조직에서 상시조직으로 전환됐고, 구조조정 투자만 2조원에 달하는 '큰손'으로 부상했다. 유암코 투자 1호 기업인 세하 딜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하, 유전개발로 법정관리 문턱…유암코 만나 기사회생

유암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은행권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2009년 설립한 부실채권 전문회사다. 국민, 신한, 하나, 기업, 우리,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6곳이 출자해 설립됐다. 경기침체로 부실채권(NPL)이 시장에 쏟아지자 유암코가 이를 대부분 소화하면서 제 역할을 했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채권을 처리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그러나 경기가 안정화되면서 그 역할이 축소됐다. 2011년 7조원을 넘어섰던 NPL 시장 규모는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최근 4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대신F&I, 하나F&I 등이 NPL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은 포화상태가 됐다. 부실기업 정리에 강점을 지닌 유암코는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기업 구조조정 분야로 눈을 돌린다. 첫 대상이 바로 세하였다.

1984년 설립된 세하는 제과, 제약, 화장품 등 포장재의 원료인 백판지를 생산하는 업체다. 무림제지 창업자인 이무일 회장이 삼성제지를 인수해 세림제지로 이름을 바꿨다가 2007년부터 세하로 사명을 변경했다. 무림그룹 이동욱 회장의 동생인 이동윤 회장이 회사를 운영했다. 세하는 국내 백판지 시장에서 한솔제지, 깨끗한나라 등에 이은 3위 사업자로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한 중견 기업이었다. 1999년 생산 200만 톤을 달성했고, IMF 위기를 극복한 모범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듬해인 2000년엔 '한국경영대상 가치경영 최우수 기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다각화 차원의 투자가 발목을 잡았다. 2000년대 중반 카자흐스탄 광구 유전 개발 등에 진출했지만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으며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그 결과 2013년 말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절차)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부실이 심각해 신규자금 투입이 요구됐지만 채권단은 추가 운전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했다. 여러 채권자들의 이해관계가 달라, 채권단 합의에 의한 신규자금 지원은 늦어졌다. 제지업을 영위하는 동종업계와 재무적 투자자(FI) 일부가 세하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제지업 시장의 불투명성과 높은 부채, 추가 시설투자 등이 걸림돌이 돼 매각 작업이 난항에 부딪혔다.

채권단 신규자금 지원이 어렵고, 외부 투자자 유치까지 실패한 세하는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신청을 고려하고 있었다. 이때 유암코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유암코는 회생기업 M&A에서의 구조조정 기법을 워크아웃에도 적용해 2014년 10월 세하를 인수했다.

하지만 세하 인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내부적으로 세하 인수에 대한 찬반이 엇갈릴 만큼 격론이 이어졌다. NPL 투자만 한 상태에서 경험이 전무한 바이아웃 투자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부터 한시조직인 유암코가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둬야 하는 기업 인수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까지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하가 부실 사업을 정리하고, 본업에 집중하면 기업 가치 제고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었다. 제지업은 설비투자 등이 많이 들어 후발주자가 뛰어들기 어려운만큼 백판지 시장 3위인 세하가 안정적 매출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으로 경쟁력 있는 회사가 법정관리에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세하 인수에 성공했다.

유암코는 세하의 NPL 채권을 인수하고 출자전환해 보유지분을 확보, 추가 운전자금을 지원해 기업을 정상화하고자 했다. 채권 200억 원 가량을 1차 출자전환하면서, 유암코는 세하 지분율 31.5%와 경영권을 확보했다. 2015년 초에는 세하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통주 5주를 각각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 감자 후 150억원을 2차 출자전환하면서 지분율을 57.4%로 늘렸다. 동시에 신규자금 지원을 위한 전환사채(CB) 100억원을 인수했다.

◇구조조정 역할론 부각…상시조직으로 전환

세하는 유암코의 상시조직 전환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5년에는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좀비기업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재기가능한 회사를 집중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체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관(官) 주도에서 시장으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했다.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를 새로 설립하는 안을 추진했지만 설립 후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대안을 찾게 됐다. 당국에서는 유암코의 역할론이 힘을 얻었다. 금융위는 구조조정 우수사례로 '세하'를 거론하며 유암코의 기업 구조조정 투자 역량을 인정했다. 결국 당국은 유암코를 확대 개편해 기업 구조조정 역할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유암코가 부실기업 '주치의'로 전진배치되면서 조직의 성격도 변했다. 유암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5년 한시법인으로 출범했다. 2014년 조직의 존속기간을 5년간 추가로 연장해 2019년 조직 존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 기업 구조조정 역할을 맡으면서 시중은행 6곳은 2016년 한시적 조직인 유암코를 영구 기구화하기로 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유암코 주주로 참여했다. 결과적으로는 내부 반대를 뚫고 인수한 세하가 유암코의 생명을 더 연장해 준 셈이다.

조직 규모도 확대됐다.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기업구조조정본부와 구조조정자문위원회를 신설했다. 초대 기업구조조정 본부장으로는 나종선 전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장을 선임했다. 그는 IMF 이후 국내 굵직한 기업구조조정 업무에 참여한 베테랑이자 국내 최고 실력자로 평가된다. 구조조정 투자 1팀장인 김두일 이사와 호흡을 맞추며 오리엔탈정공, 넥스콘테크놀러지, 영광스텐 등에 투자했다. 지금까지 유암코의 누적 운용자산(AUM)은 2조원에 육박한다. 정부를 대신해 시장 구조조정의 '메기' 역할을 담당했던 유암코는 어느새 메인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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