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4월 10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명전기공업은 국내 최초로 송전선 금구류를 개발·제조하고 꾸준히 국산화를 주도한 기업이다. 1960년대 국내 산업 태동기에 전력 사업을 일으켜 국내 전기 인프라 구축에 기여했다. 오랜 기간 큰 변화없이 금구류 사업에 한 우물을 파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덕분에 어지간한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조차도 없다.

한눈팔지 않는 사업 전략은 안정적인 성장에 도움을 줬다. 재무 안정성에 기반해 흔들림 없이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전력망이 대부분 구축된 상황에서 점차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 실적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명전기는 이 같은 위기의 상황에서 연구·개발(R&D)과 해외 시장 확장을 타개책으로 내놓았다. 금구류로 다진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재도약에 나섰다.

◇금구류 국산화로 산업화 기여

세명전기공업은 지난 1962년 설립한 세명전업상사가 모체다. 한국 전기산업 발전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회사 규모도 성장했다. 1984년 법인 전환과 함께 지금의 세명전기공업 상호로 바꿨고 1991년에는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하면서 상장사로 거듭났다.

설립 당시 일본 수입 제품에 100% 의존하던 금구류 제조 사업에 뛰어들어 국산화를 일군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구류는 전기 송배전 선로나 통신용 선로에서 전선을 지지물에 매는데 쓰이는 금속제 부속품을 말한다. 금구류는 강풍 등에도 전선이 끊어지지 않도록 지지대 역할을 한다. 1969년 국내 최초로 154kV 송전선 금구류를 처음 개발한 이후 1984년 345kV, 1997년 765kV 전력 송전용 금구류로 확장 개발을 진행했다.

이후 철도, 지하철용 금구류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철도와 지하철 선로에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선과 이를 지탱하는 금구류가 필요하다. 회사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철도용 금구류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철도와 지하철 선로용 금구류는 주로 국책사업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영위했다.

1999년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부고속철도(KTX) 컨소시엄에 참여했고 2010년 브라질 내 노후 열차를 한국 최신식 고속철도 시스템을 교체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한 한국컨소시엄에 포함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서울과 부산 등 주요 광역시 지하철과 고속철로 금구류를 공급하고 있다.

세명전기공업은 오랜 기간 축적한 주조·단조, 가공기술력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 1991년 섬유직기용 섹셔날 빔(Sectional Beam)에 성공했다.이는 섬유직조나 원사업체에서 사용하는 섬유직기용 부품이다. 비철전용 스크류식 유압단조기와 가공설비를 갖추고 원재료인 AL합금소재를 활용해 단조와 열처리, 정밀가공기술로 생산한다.


◇실적 부진 R&D, 해외확장으로 극복

세명전기공업은 이처럼 오랜 기간 금구류 제조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했지만 최근 실적 부진으로 고민이 많다. 특히 금구류 수요가 하락하면서 섹셔날 빔 이외에 매출을 대체할 제품이 부족하다. 회사는 연구개발(R&D)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과 해외 시장 확장을 타개책으로 내놓았다.

최근 실적은 2018년부터 2년 연속으로 하락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49.1%, 5.1% 감소한 17억원, 3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 줄어든 185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2018년 17.3%에서 지난해 9.1%로 크게 내렸다. 지난해 섹셔날 빔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33.4% 늘었음에도 전체 실적의 82.4%를 차지하는 금구류 매출이 8.3% 감소한 탓이다.

세명전기공업은 독자적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성 신제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2004년 설립한 기업부설 연구소를 두고 꾸준히 R&D를 진행했는데 최근 위기 상황을 맞이해 R&D 비용을 크게 늘렸다. 2017년 4억8700만원에서 2018년 7억4300만원으로 지난해 8억1300만원으로 증가했는데 2년만에 66.9%가 늘어났다.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도 2017년 2.3%에서 2018년 3.9%, 지난해 4.4%로 늘었다. 2018년 500kV HVDC(초고압직류송전)용 금구류 개발에 나섰고 지난해 연질알루미늄 복합소재 고강도 전선용 금구류 개발도 시작했다.

해외시장 개척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그동안 한국전력과 대기업 동반 프로젝트에 참여해 수주 확대를 추진했고 해외전시회 참가 등을 통한 판촉 활동도 늘렸다. 금구류는 경량고효율 전선용 제품을 구상 중이다. 특히 개발 중인 500kV HVDC(초고압직류송전)용 금구류가 양산에 들어가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매출 진작에 기여할 전망이다. 섹셔날 빔의 경우 대부분 수출을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 향후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의 섬유경기 활성화 정책과 터키의 지속적인 섬유생산시설 투자 정책에 힘입어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안정적인 재무상태는 적극적인 확장 정책을 뒷받침하는 바탕이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는 안정적 사업 전략으로 향후 투자 등 자금 운용에 여유가 충분한 상황이다. 부채비율은 2013년 말 기준으로 19.1%를 찍은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14.6%를 기록했다. 차입금도 그동안 4억원을 넘지 않는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8억원으로 늘린 정도다. 게다가 장기차입금은 2016년 청산한 이후로 무차입 기조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