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10년만에 'AK켐텍' 분할…유동화 가능성은 세제원료·페인트사업 분할…번번이 IPO 실패, 새로운 자금조달 모색하나
최은진 기자공개 2020-04-16 13:25:01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4일 10: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경그룹이 화학 자회사인 AK켐텍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합성세제원료사업과 페인트사업으로 쪼갠다. 2009년 화학사업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전혀 다른 두개 사업을 통합해 만든 회사가 AK켐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년만에 재분할 결정은 꽤 이례적이라는 평가다.업계서는 애경그룹이 과거 AK켐텍을 상장시켜 실탄을 마련하려 했다는 데 주목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으로 인해 사실상 증시 상장이 물건너 간 상황에서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재분할을 선택했다는 관측이다. 페인트사업의 매출기여도가 그룹 전체적으로 봤을 때 1%대에 불과한 만큼 추후 매각 등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AK켐텍은 합성세제원료사업을 영위하는 애경정밀화학과 페인트사업을 하던 애경피앤씨가 통합되며 2009년 탄생됐다. 화학부문 내 두개 사업을 통합해 덩치를 키우고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목표였다. 최근기준으로 주주구성은 AK홀딩스가 81.36%로 최대주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9.1%, 그의 아들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2.69%를 확보하고 있다.
당초 애경그룹은 AK켐텍을 증시에 상장시켜 수백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고자 했다. 두 회사를 통합시켜 덩치를 키웠던 배경도 이를 겨냥한 사전 작업이었다. 대신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고 수차례 증시상장을 타진했다. 그러나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2015년엔 국세청으로부터 154억원의 세금추징금을 맞아 소송전을 벌이느라 좌초됐고, 2017년엔 가습기 살균제 이슈가 터지면서 전면중단 됐다.
애경그룹은 통합 10년만인 최근 돌연 AK켐텍의 합성세제원료사업과 페인트사업을 다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합성세제원료사업은 AK켐텍이 존속기업으로 이어가고, 페인트사업은 애경특수도료라는 사명의 신설 법인이 영위키로 했다. 분할기일은 오는 5월 1일이다. 분할방식은 단순물적분할로, AK켐텍이 애경특수도료를 지분 100%의 완전 자회사로 소유하는 구조가 된다. 'AK홀딩스-AK켐텍-애경특수도료'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물론 분할을 하더라도 AK켐텍 입장에선 연결 재무제표로 애경특수도료의 실적이 인식되는 만큼 재무회계적으로는 영향이 없다. 그럼에도 분할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서는 사업부문 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영효율성을 제고하는 차원이라고 공시했다. 페인트사업의 가치를 증대하고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한편 경영 환경 변화에 전략적 대응능력을 제고하면서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의 향상 및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서는 AK켐텍의 10년만에 사업부문 재분할에 대해 또 다른 배경이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AK켐텍은 애경산업과 애경유화 다음으로 실적을 잘 내는 계열사다. 증시에 상장하게 되면 주요주주인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는 물론 오너일가까지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가습기 살균제 이슈 등으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데 따라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그간 재원마련 방안으로 추진됐던 증시상장이 사실상 불가능 할 것으로 관측된다는 데 있다. 애경그룹 입장에서는 AK켐텍을 활용한 또 다른 재원마련 대안을 발굴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구조조정이나 매각, 상장 등을 염두에 두고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페인트사업 분할 신설회사의 지분을 활용해 유동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경그룹 내 페인트사업의 실적기여도는 상당히 미미하다. 지난해 기준 AK켐텍은 2766억원의 매출을 벌어들였다. 이 가운데 페인트사업이 벌어들인 매출은 664억원, 전체의 24% 비중이다. 애경그룹 전체적으로 봤을 때 AK홀딩스의 연결기준 매출액 3조7595억원 가운데 1.8% 기여도에 불과하다.
현재 애경그룹은 항공 사업 관련 상당한 자금부담을 안고 있다. 지난해 자회사 제주항공이 적자전환한 데 이어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로 항공업계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이스타항공 역시 상당한 자금난을 겪고 있어 상당 규모의 지원이 불가피 하다. 한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애경그룹이 최대한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그룹 내 실적기여도가 미미한 페인트사업을 활용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통 물적분할을 하는 경우 구조조정이나 분할 매각 혹은 상장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일을 두고 유동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경그룹측은 전문성 및 독립성 차원의 분할일 뿐 재원확보 차원이라는 관측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현재 AK켐텍은 물론 그 이외의 자회사를 활용한 유동성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페인트사업에 집중하고 독립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봐달라"며 "상장이나 매각 등에 대해선 고려하고 있는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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