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타이어산업]금호타이어, 코로나19에 경영정상화 '다시 시험대'작년 영업흑자 전환 후 곧바로 위기 봉착, 국내외 사업 차질
김경태 기자공개 2020-04-21 09:21:33
[편집자주]
격변하는 완성차 관련 사업군에 코로나19라는 거대한 먹구름이 드리웠다. 수많은 산업군 중에서도 특히 고민이 깊어지는 곳은 타이어 업계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자동차 유동량이 줄며 타이어 관련 산업 전체가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파장은 타이어 원재료를 생산하는 석유화학업체까지 미칠 가능성이 크다. 위기감이 고조된 국내 타이어업계를 더벨이 긴급진단했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0일 16: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타이어제조 3사 중 2010년대에 가장 가시밭길을 걸었던 곳은 금호타이어다. 사업적인 문제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위기에 휘말린 탓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외형이 갈수록 축소되면서 국내 3위인 넥센타이어와의 격차가 갈수록 줄었다.2년 전 중국의 더블스타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하고 작년 영업 흑자로 돌려세우면서 반전의 기대감을 키웠다. 올해 부활이 완성될 듯했지만 코로나19라는 복병이 출현하면서 경영 정상화는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작년 영업손익 흑자전환…초유의 위기 속 '경영 정상화' 시험대
금호타이어는 2010년대에 두 차례 채권은행 관리절차(워크아웃)에 돌입하는 수난을 겪었다. 우선 2010년 1월 관리절차를 개시하고 2014년12월에 해제됐다. 그 다음으로는 2017년 9월 개시해 이듬해 7월 끝났다. 두 차례의 워크아웃 모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기가 전이돼 발생했다.
더블스타를 새 주인으로 맞이한 2018년에도 후유증은 지속됐다. 매출은 전년보다 11.0% 감소했다. 영업손실 788억원, 당기순손실 1826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를 지속했다. 당기순손실은 2010년대 들어 최대 규모였다.
그러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부활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지난해 1분기에 영업손실 148억원을 나타냈지만, 2분기부터 흑자를 기록하며 반전을 이뤘다. 4분기까지 줄곧 선전하면서 연간 기준 영업이익은 594억원이다. 2016년 이후 3년만에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578억원으로 2018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했다.
지난해에 성과를 거두면서 올해 실적과 재무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경영 정상화는 다시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완성차업체들의 생산 차질과 판매량 부진으로 인한 영향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이다.
또 타이어 교체 수요가 감소하는 점도 있다. 타이어제조사들은 완성차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 외에 일반에서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에 기반한 매출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차량 이동량이 줄고 딜러들의 활동에도 제약이 생기면서 수요가 시원치 않은 상황이다.
앞서 금호타이어는 타이어제조3사 중 국내 공장 가동 중단을 가장 먼저 공시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전인 2월7일에 광주공장, 곡성공장, 평택공장의 가동을 같은 달 8일부터 10일까지 멈춘다고 밝혔다. 당시 와이어링하네스 등 부품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완성차가 생산을 중단하자 금호타이어도 조업 일정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해외에서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미국에 있는 생산기지도 타격을 입었다.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 공장을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8일간 폐쇄했다. 이곳은 수익성이 높은 초고성능 타이어를 집중 생산해 미국과 멕시코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공장에 공급하고 있는 핵심 생산기지다.
해외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은 국내 공장도 다시 멈추게 했다. 광주공장을 비롯한 국내 3개 공장 가동을 12∼15일 1차로 중단하고 23∼25일 2차로 셧다운한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추가로 이달 30일부터 5월 초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대폭 회복된 공장 가동률은 다시 큰 폭으로 내려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타이어의 공장가동률은 경영 위기를 겪는 동안에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다가 2018년에 80%대로 내려갔다. 그 후 작년 국내공장 가동률은 95.23%로 2018년보다 6.37%포인트 상승했다. 해외공장은 90.37%로 3.8%포인트 올라갔다. 전체 가동률은 92.24%다. 국내와 해외 공장의 가동 가능일수는 349.3일, 336.6일인데 각각 333.9일, 304.2일의 실가동일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비중 높아, 북미·유럽 부진에 직접 영향
금호타이어는 2월 국내 공장의 생산 중단을 밝힌 뒤 전대진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대거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위기 극복과 경영 정상화 의지를 밝혔다.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진 뒤에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비상경영대책 회의를 열어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간 대표이사 30%, 기타 임원 20%의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각종 비용 절감 등을 하고 있고, 코로나19 확산 후에도 이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체적인 노력과는 별개로 코로나19로 인한 악영향이 계속되면 다시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1분기에 수주량이 감소해 2분기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 국내에서 비교적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된 뒤 생산과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더라도 해외에서 코로나19의 전염이 계속된다면 금호타이어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금호타이어도 다른 국내 타이어제조사들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작년 금호타이어의 지역별 타이어 매출을 보면 국내는 8342억원으로 전체의 35.3%다. 나머지는 모두 해외에서 거두는 매출이다. 북미 5378억원, 유럽 3397억원, 아시아 2939억원, 기타 2731억원 순이다. 현재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한 지역인 북미와 유럽에서의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
여기에 해외법인의 수익성이 이미 좋지 못한 점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해외법인의 매출 감소와 적자 규모가 커지면 금호타이어의 연결 회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호타이어의 연결 종속사 중 지난해 당기순손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중국법인(Kumho Tire China)이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529억원에 달했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41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처했다. 그다음으로는 미국법인(Kumho Tire U.S.A.)이다. 작년 당기순손실은 156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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