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자신감', 내수시장 지배력으로 투심 녹일까 [발행사분석]28일 수요예측, 최대 6000억 '빅딜' 가능성…코로나19 타격에도 재무건전성 확보
이지혜 기자공개 2020-04-28 15:05:0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7일 11: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신용등급 AAA를 반납한 이래 처음으로 공모채를 발행한다. 그러나 자신감은 높다.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모희망금리밴드 상단도 동급의 다른 기업보다 낮게 설정했다. 비록 신용등급은 떨어졌지만 지난해 실적이 크게 늘어난 데다 내수시장 지배력도 공고하게 유지된 덕분이다.채권시장 안정펀드가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현대차는 신용등급, 사업안정성 등 투자기준에 있어서 빠지는 부분이 없다. 이를 고려한 듯 현대차도 채안펀드의 참여대상인 3년물을 중심으로 만기구조를 짰다.
◇현대차의 자신감, 채안펀드 참여기대
현대자동차가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28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모집금액은 3000억원이며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가능성을 열어뒀다. 만기구조는 3년물 2000억원, 5년물 500억원, 7년물 500억원이다. 대표주관업무는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이 맡았다.
공모희망금리밴드는 3년물과 5년물, 7년물 모두 -30~+30bp다. 현대차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3월 중순 이후 공모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AA급 이상 발행사 상당수가 공모희망금리밴드 상단을 40bp 이상으로 높였다. 4월 공모채를 발행한 SK에너지도 신용등급이 AA+로 현대차와 같았지만 공모희망금리밴드 상단을 70bp로 설정하기도 했다.
최근 공모채를 찍은 기아차가 공모희망금리밴드를 -30~+30bp로 설정했는데도 밴드 내에서 투자자 수요를 충분히 확보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도 승산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의 기대감도 크다는 후문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등 AA급 이상 회사채에 채안펀드가 참여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3년물에 배분된 금액이 많았다”며 “기관 투자자들 상당수가 참여하면서 현대차가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반응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KDB산업은행도 인수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회사채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인수단으로 참여, 수요예측 미매각분 떠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런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았다.
◇내수시장 지배력이 '힘'
2019년 기준으로 내수시장은 현대차의 전체 판매에서 17%, 매출의 28%를 차지한다.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41.5%이며 기아차와 합산 시장점유율은 70.6%에 이른다. 수요가 많은 SUV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강화했고 쏘나타, 그랜저 등 신차효과에 힘입어 현대차는 2016년부터 판매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덕분에 내수시장의 이익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는 코로나19사태의 여파로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또 신차 출시에 따른 대기 수요 등으로 판매가 부진해 1분기 판매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 줄었다. 그러나 3월부터 개별소비세 인하, 신차 출시 등에 힙입어 가동률이 높아지고 판매실적도 빠르게 회복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외생변수로서 시간이 지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 실적 저하 불가피…재무구조 흔들림 없을 것
현대차도 코로나19 사태의 영향권에 들었다. 그러나 실적 저하가 본격화하는 시점은 2분기부터일 것으로 예상됐다. 1분기 판매량도 줄어들긴 했지만 국내 공장이 3월부터 다시 정상가동됐고 해외 공장들은 3월 20일 이후부터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신차와 수익성 좋은 차종 판매가 증가한 점이나 환율이 우호적이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3월부터 북미와 유럽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19년 미중 무역갈등으로 수요가 줄어든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주요 자동차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안정화시기에 불확실성이 높아 수요급감 현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재무안정성은 우수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차는 차량부문만 들여다본다면 2019년 말 현금성자산이 20조3000억원에 이른다. 차입금은 7조6000억원으로 사실상 무차입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투자부담이 무겁긴 하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는 신차개발, 신규 플랫폼 투자, 연구개발 등으로 연간 CAPEX 규모가 4조~5조원에 이른다. 배당금 부담도 1조원 정도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순이자수입과 관계사로부터 배당수입 등을 감안하면 영업창출 현금흐름으로 자금수요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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