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환율'이 한국조선해양 '환 헤지' 전략 바꿨다 [Company Watch]환율상승기 급진적 환율 전략 선회…'헤지 규모 75%→60%', 1분기 외환차익 674억
구태우 기자공개 2020-05-04 08:00:23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9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조선해양은 국내 조선 '빅3' 중 환 헤지를 가장 급진적으로 하는 조선사다. 삼성중공업은 약 90% 가까이 헤지를 하는데, 한국조선해양은 매출액 중 70% 가량을 헤지한다. 수출 기업의 환율 전략에 '모범답안'이란 없으며, 환율로 인한 실적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최대한 남기는 게 경영진의 목표다.환 헤지는 환율 상승기 환차익에 대한 '기회비용'을 포기하면서 금융권과 체결하는 일종의 금융상품이다. '헤지(hedge)'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기업에 울타리 또는 대비책으로 활용된다. 환 헤지를 통해 매출 또는 자산의 위험을 분산해 가격변동을 완화시키게 된다.
조선사는 전 산업 중 헤지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산업으로 꼽힌다. 선박 계약 체결 시점부터 인도 시점까지 1년에서 3년 이상 걸린다. 통상 조선사와 선사의 수주 계약은 원화가 아닌 달러로 진행된다.
선사는 계약금액의 10~20%를 선수금으로 지급한다. 건조 과정에서 일부를 지급하고, 선박 인도 시 나머지 잔금을 모두 치른다. 이 같은 수주 방식을 업계에서 '헤비 테일(heavy tale)'이라고 일컫는다. 조선사들은 헤비테일 방식으로 인한 환 차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 헤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선박 인도까지 환율이 오를 경우 조선사는 이익을 보지만, 반대의 경우는 손실을 입는다. 조선사가 환율 변동으로 인한 기대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파생상품을 체결하는 건 선박 인도 시점까지의 환율이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철강사의 경우 수출 판매 비중이 높지만, 철강재 납품과 결제가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철강사가 환 헤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팬데믹으로 확산된 '코로나19' 때 조선사의 환 헤지 전략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국조선해양의 환 헤지 전략이 보다 급진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환 헤지 규모를 소폭 낮춰 운용하기로 조정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외환차익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조선해양은 29일 오전 1분기 실적발표회를 진행한 자리에서 코로나19로 달라진 환율 전략을 설명했다.
성기종 한국조선해양 IR팀 담당 상무는 "작년까지 환 헤지 규모는 75%였는데 현재 목표를 60%까지 낮췄다"고 말했다. 약 15% 포인트 가량 환 헤지 규모를 낮춰 잡은 셈이다.
한국조선해양이 환 헤지 규모를 낮춘 건 외환차익을 염두해둔 조치다. 코로나19로 인해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졌고, 안전자산인 달러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달러당 원화가치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1월초 달러 당 1150원 안팎을 이어갔는데, 팬데믹 선언 직후인 3월19일 환율은 1280원까지 치솟았다. 29일 기준 달러 당 122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조선사에게 환율이 오르는 건 '호재'다.
1997년 IMF 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조선사는 불황에도 환차익을 톡톡히 봤다. 같은해 현대중공업은 22억180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중 선수금 등을 제외한 15억5200만 달러의 잔금이 남은 상태였다. 당시 900원이던 달러 환율은 원화가치 하락으로 1800원까지 급등했다. 현대중공업은 환차익으로 1998년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14% 이상 높게 잡았다.
코로나19 때에도 글로벌 경기는 불안정해졌지만 조선소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조선 부문 4개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베트남조선)는 총 3조3900억원의 매출을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150억원(1.3%) 증가했다.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선의 건조가 본격화됐고, 환율 상승 효과로 0.8%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 영업외손익으로는 외환차익이 674억원 반영됐다. 전년 동기 외환차손은 7억원, 전기에는 34억원에 달했는데 이번 분기 눈에 띄게 불어났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217억원, 세전이익(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2192억원을 기록했다. 외환차익과 자산매각이익이 각각 674억원, 794억원씩 반영됐다.
1분기 당기순이익(1649억원)이 전년 동기(163억원) 대비 1476억원 늘어난 데는 외환차익의 덕이 컸다. 코로나19 여파로 외환차익이 불어나면서 순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렇듯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율 효과가 나타나면서 환 헤지 전략도 바뀌었다. 한국조선해양은 환율 상승기를 맞아 헤지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조선해양의 외환 관련 파생상품은 3362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달러 관련 파생상품 비중이 98.1%다. 대부분은 달러를 현지 금융권에 매도한 파생상품으로 규모는 10조3000억원에 달한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한국조선해양은 1131원의 약정 환율로 파생상품을 현금화한다.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기간 동안에는 매출액 대비 파생상품 비중을 60% 수준으로 운영한다. 올해 약 36척의 LNG선이 선사에 인도될 예정인데, 이로 인해 외환차익 규모는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편 올해 1분기 한국조선해양은 매출 3조4666억원, 영업이익은 1217억원을 기록했다. 조선 부문은 3조39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플랜트 부문(1531억원) △엔진기계 부문(1433억원) △그린에너지 부문(1088억원) △해양 부문(849억원) 순으로 매출이 많았다. 영업이익은 조선 부문(1656억원)과 엔진기계 부문(264억원), 그린에너지 부문(60억원)을 제외하면 모두 적자였다.
각사별 매출은 △현대중공업이 2조1786억원(영업이익 314억원) △현대삼호중공업(1조515억원) △현대미포조선(7781억원) △현대베트남조선(1476억원) △현대에너지솔루션(1208억원)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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