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차익 본 현대건설기계, 웃지만 웃는게 아니다 [Company Watch]환차익 덕 적자 면해, 외환전략 중요도 지속
구태우 기자공개 2020-04-29 07:53:23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8일 1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수출 기업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영업환경은 악화됐지만 불안해진 외환시장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기업의 외환차익이 증가해 코로나19로 인한 긍정적 외부효과가 있었다.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되면서 기업의 매출 하락은 불가피했지만, 외환차익이 수익성을 메워준 셈이다. 다만 장기화될 경우 환차익으로 얻는 부수적 효과보다 영업환경 악화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전망이다.
현대건설기계는 28일 오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1분기 결산 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매출은 6363억원, 영업이익은 107억원을 기록했다. 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1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률은 1.7%를 기록하면서 저조한 수익성을 나타냈다.
1분기 흑자전환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환율이었다. 현대건설시계는 매출 감소로 인한 고정비 부담이 증가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82.9%(520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매출감소 여파로 같은 기간 412억원 줄었고, 174억원의 비용을 추가로 인식했다. 41억원의 대손충당금을 반영하면서 올해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외환차익을 107억원 반영하면서 올해 소규모 흑자를 낼 수 있었다. 현대건설기계는 국내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수출 위주로 버티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시장에서 올린 매출은 22.9%(1461억원)에 불과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B2B 기업들은 내수와 수출의 비중이 고르게 유지되고 있는 반면 중후장대의 B2C 기업들은 수출 중심으로 매출구조가 바뀐지 오래다.
올해 1월부터 코로나19로 외환시장의 불안이 확산됐고 안정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었다. 원화가치가 하락해 장기화되면서 수출 기업들의 외환차익이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07억원의 외환차익도 코로나19 여파로 증가한 것이다.
2019년 1분기와 2018년 1분기 외환차익은 각각 89억원, 마이너스(-) 42억원이다. 반면 올해 1분기에는 눈에 띄게 늘었다. 외환차익은 외화자산을 원화로 회수했을 때 계상하는 계정으로 계약시점과 입금시점의 환율 차이로 생긴 이익이나 손실이 반영된다. 예를 들어 100만 달러 규모의 건설기계를 계약했다고 가정해보자.
계약 당시인 올해 1월에는 원 달러 환율이 1120억원으로 형성됐다. 그런데 이를 원화로 환전할 당시에는 환율이 1226억원으로 올랐다. 이로 인해 1억원의 환차익을 얻은 경우 이를 외환차익 계정에 반영한다.
현대건설기계의 주 매출처는 중국과 북미 시장이다. 전체 매출 중 중국 시장의 비중은 22.5%, 미국은 12.9%이다. 유럽과 인도 시장은 10%를 조금 넘는다. 중국 시장의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931억원 줄었고, 미국은 382억원 감소했다.
해외 시장의 매출 감소분을 메워준 건 신흥시장이었다. 현대건설기계는 미국과 중국, 인도 등을 제외한 시장을 직수출 매출로 통합해 집계한다. 주로 중동과 미얀마 등 인프라 공사가 필요하거나 활발하게 진행되는 신흥국들이다.
직수출 시장의 매출은 올해 1분기에도 증가세를 보였다. 1분기 직수출 부문의 매출은 191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7억원 증가했다.
현대건설기계는 2~3분기부터 해외시장이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먼저 발생한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3월부터 회복세를 보였고, 미국과 유럽 순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올해 내내 계속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환손실을 방어하는 게 주요한 재무 전략 중 하나다. 달러와 위안화 등 외환시장의 흐름에 따라 환차익을 가능한 한 늘리는 게 중요하다. 특히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록 기업의 환율 전략을 중요해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계열사와 달리 현대건설기계는 환헷지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말 연 매출의 5% 안팎으로 통화선도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달러 헷지는 1억1192만 달러, 유로화는 260만 유로 규모로 파생상품 계약이 체결돼 있다.
조선업은 20% 규모의 선수금을 받고, 선박 인도시 나머지를 받는 헤비 테일 방식으로 운영되는 데, 건설기계의 경우 현금 회수 기간이 상대적으로 빠르다. 이 때문에 환헷지 규모도 낮게 유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환율전략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현대건설기계의 CFO는 권기형 경영본부장(전무)이다. 권 전무는 1966년생으로 현대중공업으로 입사했다. 2014년 현대오일뱅크를 거쳐 2018년 현대건설기계로 전입했다. 주로 재무 부문에서 근무했다. 권 전무는 올해 환율로 인한 매출 변동을 최소화할 수 있게 재무전략을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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