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 '진우회', 한국형 패밀리오피스 '롤모델'될까 '로열티' 강한 고객풀, 확장성까지 확보…영업부담 없이 '토탈 솔루션' 제공 가능
최필우 기자공개 2020-05-11 07:55:43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8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고객 모임 '진우회'가 패밀리오피스로 진화한다. 앞서 패밀리오피스를 표방한 자산관리 하우스는 많았지만 대부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진우회를 기반으로 도전장을 내민 한국투자증권은 타 금융사가 해내지 못한 고객 로열티 확보, 영업부담 배제, 기업 토탈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다. 진우회가 패밀리오피스로 탈바꿈에 성공하면 한국형 가문관리 서비스 '롤모델'이 될 수 있다.
◇패밀리오피스 필수 요건 '로열티' 확보
진우회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사진)의 작품이다. 그가 기업공개(IPO) 업무를 맡을 당시 쌓은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2004년 출범했다. 지금은 20기수, 300명이 넘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기수별로 월 정기 모임을 갖고 연 1회 전체 회원이 모인다. 정 대표도 진우회가 이렇게 큰 모임이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진우회에는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정 대표의 성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상장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은 기업도 직접 방문해 인연을 맺는 IB맨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가 임원이 되기 전까지 기업 방문을 위해 총 300만km를 달려 차 4대를 폐차한 일화는 유명하다. 진우회를 만든 것도 CEO들과 인연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이같은 노력 덕에 진우회는 회원간 끈끈한 유대로 정평이 났다. '한번 진우회는 영원한 진우회'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진우회에 가입한 오너의 기업이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아예 망해도 탈퇴시키는 법이 없다. 다른 증권사를 통해 기업을 상장시킨 CEO도 진우회 모임은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한국투자증권이 과거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True Friend'를 위한 모임인 셈이다.
여기서 한국투자증권 패밀리오피스의 주춧돌이 마련됐다. 패밀리오피스 이용 고객은 본인 기업의 내밀한 정보는 물론 가족 관계에 대해 전반적인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 상당한 수준의 로열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대다수 은행과 증권사가 패밀리오피스 비즈니스를 안착시키지 못하는 것도 고객 로열티를 확보하지 못해서다. 진우회 회원들은 상장 과정에서 기업 속사정을 이야기하고 상장 후에는 은퇴와 가업 승계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고객 외연을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통상 패밀리오피스는 외부 고객을 유치하는 아웃바운드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문 관리를 맡길 정도로 자산 규모가 큰 고객들이 초면에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진우회는 상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 CEO를 중심으로 회원을 매년 늘리고 있다. 성장 궤도에 안착한 기업 숫자도 상당해 잠재된 가문관리 수요도 충분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진우회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한국투자증권 경영진 사이에서 패밀리오피스화 논의가 공공연하게 이뤄져 온 것으로 안다"며 "회원사가 늘어나고 자산관리 수요가 높아지자 구체적인 틀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수익 연연 않는다…'IB·WM' 토탈 솔루션 제공
단기 수익에 연연하는 국내 금융사 체질도 한국형 패밀리오피스 탄생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 증권, 보험을 막론하고 금융사 임직원들은 실적에 따라 평가 받는다. 핵심역량지표(KPI) 관리도 필수다. 고객 유치가 실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가문관리 서비스 특성상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데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줄 수 있는 금융사가 많지 않다.
한국투자증권은 수익성 측면에서 여유가 있다. 진우회에서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는 기업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어 이미 실적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 자산관리와 가업승계, 법률, 세무 상담 기능을 추가하면 된다. 기업금융본부가 진우회를 기수별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신설되는 조직에 추가적인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
증권사 PB는 "국내 금융사 중 기본적인 패밀리오피스 개념을 충족시키는 곳은 신영증권과 삼성생명 정도"라며 "대형사들이 패밀리오피스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수익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어 첫발을 떼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금융그룹의 경우 신사업에 힘을 실어줄 존재감 있는 오너가 있어 수익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질의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문관리 수요가 있는 고객들은 대부분 기업 오너들이다. IPO, M&A, 자금조달 니즈(needs)를 가지고 있다. 벌어들인 돈을 제대로 투자하기 위해 금융사의 딜 소싱과 금융상품 개발 능력도 중시한다. 은행과 보험사는 IB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사 중에서 IB와 WM 역량을 두루 갖춘 몇 안되는 곳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패밀리오피스 간판을 내걸고 토털 솔루션 제공을 표방하는 하우스 중 반쪽짜리 서비스에 그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친목 모임으로 시작해 IB 전진 기지로 발전한 진우회를 갖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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