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생명과학의 바이오 신수익모델 'M&A' 해외 항암제 개발회사 잇따라 인수…녹십자·종근당 출신 CEO 리더십 주목
민경문 기자공개 2020-05-15 07:53:07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4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하반기 바이오업체들의 잇따른 임상 실패는 3상 도전을 둘러싸고 시장의 불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고 라이선스아웃(기술 이전)이 정답은 아니다. 언제든지 권리 반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현금 창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증권신고서를 내고 기업공개(IPO)에 다시 도전한 SCM생명과학의 M&A 전략이 눈에 띄는 이유다.발단은 지난 2월 제넥신과 함께 인수한 미국 아르고스 테라퓨틱스(Argos Therapeutics)였다. 글로벌 수준의 세포치료제 제조시설(cGMP) 및 품질관리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SCM생명과학이 지분 51%, 제넥신이 49% 지분을 가져가는 구조였다. 거래는 경매 방식이었다. 중국 CAR-T 업체가 비딩에 뛰어들면서 입찰경쟁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125억원이라는 가격에 낙찰을 받았다.
2018년 초까지 나스닥 상장사였던 아르고스는 개인맞춤형 항암 치료제를 개발해왔다. 줄기세포 파이프라인에 의존해야 했던 SCM생명과학으로선 IPO를 앞두고 항암제라는 무기를 장착하게 된 셈이다. 수지상 세포에 기반한 전이성 신장암 치료제인데 미국 2b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은 상태다. 임상 이후 SCM생명과학은 별도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아르고스에서 이름을 바꾼 코이뮨(CoImmune)은 지난 1월 이탈리아 바이오 회사인 포뮬라(Formula Pharmaceutical)를 사들이며 항암제 후보물질을 추가했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CARCIK-CD19)로 CAR-CIK 세포를 활용한 면역항암 세포치료제다. 지난달 말 코이뮨과 포뮬라는 주식교환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합병회사는 600만달러의 신주를 발행했으며 SCM생명과학 32.51%, 제넥신 31.23%의 지분율을 갖게 됐다. 양사는 올해 말까지 51:49의 비율로 코이뮨에 총 932만 달러를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올해 3분기에는 이탈리아와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각각 1500만 달러의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SCM생명과학 관계자는 “코이뮨의 경우 현재 1200억원 정도의 밸류에이션으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며 “2023년에는 나스닥 상장에도 다시 도전할 계획인데 기업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이후에는 블록딜 등을 통해 SCM생명과학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 계산대로라면 초기 투자액의 몇 배 되는 금액을 M&A를 통해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M&A가 극히 드문 국내 바이오업계에서 SCM생명과학의 이 같은 사업모델은 이례적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제넥신과 툴젠의 합병이 유력시됐지만 결국 주식매수청구권의 관문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국내 시장의 경우 창업주가 경영권 지분을 포기하길 꺼린다는 점,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 등이 M&A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SCM생명과학이 주로 해외 업체를 대상으로 인수합병 전략을 실행해 온 배경이기도 하다.
이 같은 M&A가 가능했던 건 이병건 대표의 역량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녹십자, 종근당 등 국내 굴지의 제약사를 이끌던 그는 환갑이 넘은 2018년, 줄기세포 전문 바이오테크의 전문 경영인이 됐다. 제넥신과의 잇따른 콜라보레이션은 성영철 회장과의 돈독한 인연 덕분이었다. 사명인 SCM의 약자를 줄기세포에 국한하지 않고 'Specialized Cell Medicine(세포치료제 전문 업체)'로 바꾼 점도 M&A를 통한 오픈이노베이션 행보로 풀이된다.
물론 그렇다고 자체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개발을 등한시하는 것도 아니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줄기세포치료제 (SCM-CGH)는 국내 임상2상을 진행중이며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SCM-AGH)는 1/2상 임상을 승인받았다. 시장 점유율 1위인 사노피의 듀피젠트에 대항하는 저렴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도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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