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빴던 4년, 허기호 '사업·지배구조' 개편 마무리 2016년 회장 취임, 승계·지주사 전환 본격화…HLK홀딩스 합병, 지배구조 수직계열 구축
김성진 기자공개 2020-05-18 08:30:39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5일 13: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허기호 한일홀딩스 회장(사진)이 취임 후 숨 가쁘게 진행됐던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한일시멘트가 HLK홀딩스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2016년 경영 전면에 나선 뒤 지분 확대를 통한 승계, 지주사 전환, 사업구조 개편 등 다양한 주요 과제들을 동시에 추진했다. 특히 사세 확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한 결과, 한일현대시멘트(이하 현대시멘트) 인수를 성공시켰고, 그룹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한일홀딩스는 지난 14일 주력 계열사 한일시멘트가 HLK홀딩스를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존속법인은 한일시멘트이며, 소멸법인은 HLK홀딩스다. 합병 비율은 한일시멘트와 에이치엘케이홀딩스 보통주식을 기준으로 1대 0.5024632다.
◇회장 취임 후 승계 작업 가속화
허 회장은 2016년 3월 회장 취임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오너 3세 경영 시대를 알렸다. 허 회장은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그룹 창업주인 고(故) 허채경 선대회장의 장손이다. 1997년 입사해 한일시멘트 관리본부장, 경영기획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5년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12년부터 그룹 부회장을 맡았다.
허 회장은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 가장 먼저 안정적인 승계를 도모했다. 그룹 경영 최고 책임자로 올라섰지만 지배구조 관점에서 한일시멘트에 대한 지배력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6년 초까지만 해도 허 회장이 보유한 한일시멘트 지분은 5.8%로 4대주주에 불과했다. 아버지 허 명예회장과 두 숙부가 보유한 지분이 더 많았다.
허 회장은 장내매수를 통해 빠르게 지분율을 높였다. 2016년 말 보유 지분을 7.81%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추가적인 지분 매수와 함께 허 명예회장으로부터 1.3%의 지분을 수증 받았다. 그 결과, 2017년 지분 10.11%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허 회장의 개인회사였던 중원㈜이 보유한 지분까지 더하면 허 회장 개인이 14% 넘는 지분을 확보했던 셈이었다. 허 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선 지 1년 만에 승계를 확실히 매듭지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일시멘트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일시멘트를 투자회사인 '한일홀딩스'와 사업회사 '한일시멘트'로 인적분할하고, 한일홀딩스가 지주사 역할을 맡는 방식이었다.
다만 분할 이후 한일홀딩스가 보유한 한일시멘트 지분은 8%에 불과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최소 2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에 자사주를 활용한 한일홀딩스와 한일시멘트 간의 지분 맞교환을 실시했고, 그 결과 한일홀딩스는 한일시멘트 지분 34.67%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허기호 회장의 한일홀딩스 지분도 크게 늘었다. 허 회장 역시 지분 맞교환에 신주를 배정받아 보유 지분율을 기존 10.11%에서 22.91%로 높였다. 이후 추가적인 지분 매수 등을 통해 2019년 말 기준 30.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시멘트 인수부터 합병까지
허 회장은 그룹 소유권 승계작업을 펼치는 와중에 사업구조 개편도 함께 진행했다. 허 회장이 2016년 회장직을 맡은 이후 주요 과제로 꼽혔던 것이 성공적인 M&A다. 한일홀딩스는 2015년 동양시멘트와 쌍용양회 인수전에 잇따라 참여하며 사업 확대 의지를 나타냈다. 동양시멘트 인수를 위해 아세아시멘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쌍용양회 인수전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일홀딩스는 두 차례 인수전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동양시멘트는 레미콘업체인 삼표의 품에 안겼고 쌍용양회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가져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허 회장 입장에서는 당시 워크아웃 중이었던 현대시멘트 인수에 사활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시멘트 업체 중에서 매물로 나온 곳은 현대시멘트뿐이었다. 현대시멘트 인수에도 실패한다면 사세 확장은 당분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 인수를 위해 LK투자파트너스와 손잡고 6400억원을 베팅했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 인수를 확정지었다. 당시 현대시멘트 인수를 두고 허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시멘트 인수 후 한일시멘트는 지주사 전환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일홀딩스는 한일시멘트와 현대시멘트를 각각 지배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구체적으로 한일홀딩스는 LK투자파트너스와 함께 HLK홀딩스라는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었고 그 아래 현대시멘트를 두는 구조였다.
지난해 한일홀딩스는 LK파트너스가 보유한 HLK홀딩스 지분 전량을 사들이면서 현대시멘트를 완전히 품에 안았다. 2년 전 HLK홀딩스 설립과 함께 걸었던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다. 한일홀딩스는 콜옵션 행사 자금 마련을 위해 자회사 동화청과를 736억원에 매각했다.
이번 한일시멘트의 HLK홀딩스 합병은 사실상 2년 전 현대시멘트 인수 때부터 그려왔던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한일시멘트그룹은 '한일홀딩스-한일시멘트-현대시멘트'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한일홀딩스 아래 두 갈래로 나뉘었던 지배구조를 수직계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한일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지배구조개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동시에 한일현대시멘트와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멘트 사업 부문에 기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홀딩스는 지난 14일 주력 계열사 한일시멘트가 HLK홀딩스를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존속법인은 한일시멘트이며, 소멸법인은 HLK홀딩스다. 합병 비율은 한일시멘트와 에이치엘케이홀딩스 보통주식을 기준으로 1대 0.5024632다.
◇회장 취임 후 승계 작업 가속화
허 회장은 2016년 3월 회장 취임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오너 3세 경영 시대를 알렸다. 허 회장은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그룹 창업주인 고(故) 허채경 선대회장의 장손이다. 1997년 입사해 한일시멘트 관리본부장, 경영기획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5년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12년부터 그룹 부회장을 맡았다.
허 회장은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 가장 먼저 안정적인 승계를 도모했다. 그룹 경영 최고 책임자로 올라섰지만 지배구조 관점에서 한일시멘트에 대한 지배력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6년 초까지만 해도 허 회장이 보유한 한일시멘트 지분은 5.8%로 4대주주에 불과했다. 아버지 허 명예회장과 두 숙부가 보유한 지분이 더 많았다.
허 회장은 장내매수를 통해 빠르게 지분율을 높였다. 2016년 말 보유 지분을 7.81%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추가적인 지분 매수와 함께 허 명예회장으로부터 1.3%의 지분을 수증 받았다. 그 결과, 2017년 지분 10.11%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허 회장의 개인회사였던 중원㈜이 보유한 지분까지 더하면 허 회장 개인이 14% 넘는 지분을 확보했던 셈이었다. 허 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선 지 1년 만에 승계를 확실히 매듭지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일시멘트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일시멘트를 투자회사인 '한일홀딩스'와 사업회사 '한일시멘트'로 인적분할하고, 한일홀딩스가 지주사 역할을 맡는 방식이었다.
다만 분할 이후 한일홀딩스가 보유한 한일시멘트 지분은 8%에 불과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최소 2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에 자사주를 활용한 한일홀딩스와 한일시멘트 간의 지분 맞교환을 실시했고, 그 결과 한일홀딩스는 한일시멘트 지분 34.67%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허기호 회장의 한일홀딩스 지분도 크게 늘었다. 허 회장 역시 지분 맞교환에 신주를 배정받아 보유 지분율을 기존 10.11%에서 22.91%로 높였다. 이후 추가적인 지분 매수 등을 통해 2019년 말 기준 30.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시멘트 인수부터 합병까지
허 회장은 그룹 소유권 승계작업을 펼치는 와중에 사업구조 개편도 함께 진행했다. 허 회장이 2016년 회장직을 맡은 이후 주요 과제로 꼽혔던 것이 성공적인 M&A다. 한일홀딩스는 2015년 동양시멘트와 쌍용양회 인수전에 잇따라 참여하며 사업 확대 의지를 나타냈다. 동양시멘트 인수를 위해 아세아시멘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쌍용양회 인수전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일홀딩스는 두 차례 인수전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동양시멘트는 레미콘업체인 삼표의 품에 안겼고 쌍용양회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가져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허 회장 입장에서는 당시 워크아웃 중이었던 현대시멘트 인수에 사활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시멘트 업체 중에서 매물로 나온 곳은 현대시멘트뿐이었다. 현대시멘트 인수에도 실패한다면 사세 확장은 당분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 인수를 위해 LK투자파트너스와 손잡고 6400억원을 베팅했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 인수를 확정지었다. 당시 현대시멘트 인수를 두고 허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시멘트 인수 후 한일시멘트는 지주사 전환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일홀딩스는 한일시멘트와 현대시멘트를 각각 지배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구체적으로 한일홀딩스는 LK투자파트너스와 함께 HLK홀딩스라는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었고 그 아래 현대시멘트를 두는 구조였다.
지난해 한일홀딩스는 LK파트너스가 보유한 HLK홀딩스 지분 전량을 사들이면서 현대시멘트를 완전히 품에 안았다. 2년 전 HLK홀딩스 설립과 함께 걸었던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다. 한일홀딩스는 콜옵션 행사 자금 마련을 위해 자회사 동화청과를 736억원에 매각했다.
이번 한일시멘트의 HLK홀딩스 합병은 사실상 2년 전 현대시멘트 인수 때부터 그려왔던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한일시멘트그룹은 '한일홀딩스-한일시멘트-현대시멘트'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한일홀딩스 아래 두 갈래로 나뉘었던 지배구조를 수직계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한일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지배구조개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동시에 한일현대시멘트와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멘트 사업 부문에 기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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