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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계열, '그룹 지원 여력' 안전판 흔들…신용도 균열 신평사, 유사시 지원 가능성 레이팅 트리거에 추가…재무여력 약화 예의주시

양정우 기자공개 2020-05-21 15:40:46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0일 06: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유통과 화학 등 주축의 총제적 부진으로 계열 지원 능력마저 의심받고 있다.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등 두 축은 업황 침체 가운데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신용도에 추가된 계열사는 이제 그룹의 후광 효과를 반납할 위기에 처했다.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발행사는 그룹의 주력 기업보다 신용도가 낮을 때 유동성 지원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주로 자체 신용도보다 한 노치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받는다. 만일 그룹 자체가 위기에 빠져 각자도생해야 한다면 한 단계 낮은 신용도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A급 롯데건설, '계열 지원 약화' 요건 추가…'캐시카우' 쇼핑·케미칼 동반 부진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롯데건설의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에 '계열 지원 가능성 약화' 요건을 추가했다.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이 사면초가에 놓이자 계열 지원 여력을 아예 배제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유사시 유동성을 지원할 능력이 과거보다 현저히 저하됐다는 판단 아래 내려진 조치다.

그간 롯데그룹은 매우 우수한 계열 지원 능력을 보유해 왔다. 롯데쇼핑(AA0)과 롯데케미칼(AA+)을 토대로 뛰어난 현금 창출력을 확보했었다. 하지만 이제 A급 계열사에 유동성 공급이 우려될 정도로 전사적으로 펀더멘털이 훼손됐다. 신용평가사가 이례적 조치를 취한 건 그만큼 그룹 신인도가 떨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통 패러다임 전환으로 온라인 채널이 득세하자 롯데쇼핑은 침체 일로를 걸어왔다. 여기에 올들어 코로나19 사태가 덮쳤다. 백화점과 할인점, 수퍼, 하이마트, 영화관(롯데컬처웍스), 홈쇼핑 등 사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타격을 입지 않은 영역이 거의 없다. 그나마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수퍼와 홈쇼핑 정도만 선방을 거뒀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21억원(순매출액 4조767억원)을 거둬 전년보다 75%(8%)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악재가 겹겹이 쌓였던 롯데케미칼은 결국 적자 전환을 기록했다. 불과 1년 전 분기 영업이익은 30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여파와 국제 유가 급락, 대산공장 화제까지 올들어 시련이 이어졌다. 석유화학 산업이 다운사이클에 들어선 시점이어서 수익성 저하가 가파랐다. 롯데케미칼은 수년 째 이어진 롯데쇼핑의 부진 속에서 롯데그룹을 지탱해 온 계열사였다.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은 그간 지주사 롯데지주의 전사 수익에서 6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해 왔다. 롯데그룹은 롯데칠성음료과 롯데제과, 롯데푸드 등 많은 계열사를 갖고 있지만 두 계열사의 볼륨과 위상이 절대적이다. 이들 계열이 동시에 부진을 겪자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계열사가 자금 수혈을 받을 가능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두 축의 부진이 이어질 경우 롯데건설은 물론 그룹 지원 여력이 반영된 계열사가 신용등급 하락의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산업의 경우 실적 전망을 내놓기 쉽지 않다. 다만 글로벌 경기가 3분기부터 '코로나 쇼크'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롯데쇼핑은 대대적 점포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업황 개선과 별개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케미칼은 연내 흑자 전환에 무게가 실리지만 전성기 때와 다른 수급 부담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건설, 위기시 '케미칼·호텔' 지원군…호텔롯데, 코로나19 타격 '마찬가치'

롯데건설은 그룹 내에서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1대 주주는 롯데지주 산하 롯데케미칼(지분율 43.79%)이지만 롯데홀딩스(일본롯데) 산하 호텔롯데(43.07%)도 최대주주에 못지 않는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만일 롯데건설이 위기에 처하면 현실적으로 지원에 나설 계열사는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등으로 압축된다. 국내 롯데지주의 영향력 안에 있지 않지만 호텔롯데 역시 롯데건설의 지원군으로 꼽힌다. 모회사에 버금가는 주주로서 상당한 역할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호텔롯데도 다른 계열사를 직접 챙길 상황이 아니다.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적자(791억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1조87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조6621억원)보다 5747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관광객의 유입이 급감한 탓에 면세, 호텔, 테마파크, 리조트 등 주력 사업 부문이 모두 뒷걸음쳤다. 신용등급(AA0↓)은 이미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돼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단기 악재이나 재무구조는 수년에 걸쳐 약화돼 왔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 규모(8조646억원)는 2015년 말(3조7299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부채비율(2018년 말 107.1%→2019년 말 130.9%)도 껑충 뛰고 있다. 지난해엔 리스부채 회계 기준이 바뀐 것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1분기(146.5%) 역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앞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할 투자처도 적지 않다. 그룹 차원의 복합단지 건설, 국내외 호텔과 면세점 진출 등 굵직한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 적극적 투자 기조를 고수하는 가운데 투자 대상의 성격상 현금 창출(투자 회수)까지 인내가 필요한 것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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