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21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회사는 의약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자체 개발한 의약품(제품)이나 다른 회사의 의약품(상품)을 팔아 이윤을 남긴다. 의약품을 판매해 돈을 버는 것이야말로 제약사 본연의 경영활동이다.연 매출 1조원대 국내 톱티어(top-tier·최상위권) 제약사인 GC녹십자가 최근 자체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단순히 이윤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금전적 손해도 감내하겠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에는 10년 이상이 걸릴 뿐만 아니라 수천억원의 투자비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부어야만 한다. 업계에선 GC녹십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비용이 1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이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한다.
GC녹십자는 여느 국내 제약사와는 달리 설립 초기부터 혈액제제와 백신 등 필수의약품 분야에 역량을 집중했다. 수년전부터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뿐만 아니라 약국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아졌다.
최근에는 GC녹십자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GC녹십자헬스케어가 국내 1위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 기업인 유비케어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전통적 제약사업뿐만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로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GC녹십자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10년 전인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팬데믹 당시 세계에서 8번째이자 국내 기업 최초로 백신 개발에 성공하며 ‘백신 주권’을 확립해준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봤을 때 신종플루 백신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수출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우선 공급 원칙을 고수하며 국민에게 찬사를 받았다.
이번에는 코로나19 치료제를 무상으로 국내 환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한다. 정부지원금을 제외한 개발부터 상용화 이후의 일체 비용을 자체 부담하고 무상 공급분의 수량 제한이나 어떠한 전제 조건도 없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내부에서도 심도 있는 고민과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사상 초유의 감염병 치료를 위해 쓰이는 의약품은 오롯이 국민 보건 안정화를 위해 쓰이는 것이 온당하다”고 말했다.
제약사의 사명은 결국 치료제 판매를 통한 이윤 추구보다는 코로나19 극복을 통한 인류의 건강 증진에 있다. GC녹십자의 과감한 결단이 더욱 빛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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