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M&A]'자본확충' 제주항공, 재무리스크 전이 차단 총력창사 이래 최대 1700억 유상증자, 이스타항공 구주가격 양보도 요구
유수진 기자공개 2020-05-25 09:32:42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2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자본확충(유상증자)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이스타항공 구주인수 가격을 좀 더 깎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자본확충은 이스타항공의 심각한 재무적 부실이 제주항공으로 전이되는 걸 최대한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수요 회복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인수 이후 재무부실로 인해 자칫 제주항공까지 함께 잠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현재 발행주식총수(2635만6758주)의 46% 가량인 1214만2857주를 새로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기로 했다. 예상발행가는 1만4000원으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로 돌리게 된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한 적이 있으나 이번이 역대 최대 규모다.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목적은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 마련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적자를 내고 있는 만큼 자금을 조달해 유류비와 인건비 및 차입금, 항공기 임차료 상환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스타항공 인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해당 건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7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지원받아 진행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유상증자 성공을 위해 우리사주조합에 신주 물량의 20%를 우선배정하기로 했다. 최대주주인 AK홀딩스(56.94%)는 당연히 지분 희석을 막기 위해 지분율만큼 유증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밖에 제주도(7.75%)나 국민연금(5.74%) 등 나머지 주주들의 물량 중 실권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어려워 임원 임금 반납과 전직원 휴직, 자산매각, 비용 절감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등과 별개로 진행하는 자구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스타항공 인수와는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제주항공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유증은 이스타항공을 품기에 앞서 자체적으로 기초 체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 가능하다. 미리 대비를 하지 않으면 인수 완료 후 이스타항공의 재무부실이 제주항공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재무제표가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되면 운용리스 부채 등이 인식돼 부채비율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은 1분기 매출액 907억원, 영업손실 359억원을 시현했다. 코로나19로 비행기를 멈춰 세우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익 역시 125억원에서 마이너스(-)410억원으로 500억원 이상 줄었다. 재무상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자본총계가 작년 말 기준 마이너스(-)로 내려앉은 데 이어 올해 결손금 400억원 가량이 추가됐다. 3개월 전 230%였던 자본잠식률은 315%를 넘어섰다.
심지어 2분기 실적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지난 4월부터 전노선 운항을 중단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 '셧다운' 기간을 6월 말로 연장하며 2분기 전체를 개점휴업 상태로 흘려보내기로 결정했다. 기재 반납을 서두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으나 고정비를 틀어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제주항공은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 해당 내용을 명시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핵심투자위험'에 "기업결합이 완료될 경우 이스타항공의 재무위험이 당사에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17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지원 및 100억원의 전환사채(CB) 발행 등 추가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지만, 코로나가 지속될 경우 자금 조달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적었다.
특히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구주 인수대금을 낮추려는 시도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이스타홀딩스에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체불된 임금 약 200억원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뜻을 전달했다.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았으니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밀린 월급까지는 정리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구주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홀딩스 외 2인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으며 한 차례 구주가격을 깎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18일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 695억원이었던 497만1000주(51.17%)의 가격이 545억원으로 150억원 하향 조정됐다. 당시는 코로나19가 절정에 달했던 때로 당분간 이스타항공의 정상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반영한 것이다. 이미 코로나19 리스크가 적용된 가격에 추가적인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기존 대주주에게 주는 구주대금을 줄여 이스타항공에 직접 수혈하는 자금을 늘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인수금융 지원 규모가 1700억원으로 확정된 만큼 구주가를 낮추면 신주 인수 규모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스타항공의 정상화에 속도가 붙는 것은 물론, 제주항공 재무제표에 미치는 악영향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스타홀딩스 측이 "이미 코로나로 150억원을 깎아놓고 계약조건을 변경해 달라는 건 말도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제주항공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고 있다. 1분기에만 1000억원이 넘는 순적자를 내며 부채비율이 480%대로 확대됐다. 이스타항공과의 기업결합에 앞서 적절한 재무적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제주항공의 분기보고서를 검토한 외부감사인은 '강조사항'을 통해 "코로나19로 전세계적인 이동 제한 등이 시행되며 1분기 말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825억9900만원 초과하는 상황"라며 "이러한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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