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제작사 팬엔터, 채널 다각화 '원년' 스튜디오드래곤과 140억 규모 공동제작…넷플릭스와도 논의 지속 중
정미형 기자공개 2020-05-27 10:57:39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6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드라마 ‘겨울연가’ 제작사로 유명한 팬엔테인먼트가 올해 채널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 지상파에 국한됐던 데서 벗어나서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 등으로 유통 경로를 다변화해 수익성 제고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팬엔터테인먼트는 1998년 설립된 콘텐츠 제작사로, 드라마 ‘겨울연가’를 비롯해 '해를 품은 달', '킬미힐미', '각시탈', '쌈 마이웨이' 등의 대표작을 두고 있다. 지난해는 대히트를 기록한 ‘동백꽃 필 무렵’을 제작하기도 했다.
오래된 업력만큼 그간 콘텐츠 유통 채널은 지상파가 전부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지상파 방송사가 국내 드라마 시장을 주도하던 때였다. 당시 지상파 방송사에서 외주 제작사에 하청을 주고 드라마를 만드는 게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겨울연가’ 같은 대작 드라마가 나올 수 있던 바탕이 됐다.
2010년 중반부터는 오히려 지상파에 국한된 유통 채널이 독이 돼 돌아왔다.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플랫폼 시장이 확산되면서 드라마 유통 채널이 종편과 케이블로 이동했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사들이 드라마 제작을 축소하며 팬엔테테인먼트는 직격탄을 맞았다. 2018년에 제작한 드라마는 단 한 편에 불과했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팬엔터테인먼트는 채널 다각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5편의 드라마를 편성 확정하며 드라마 제작이 회복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지금의 유통 구조로는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CJ ENM 계열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손잡고 140억원 규모 미니시리즈 드라마인 ‘청춘기록’ 제작에 들어갔다. 팬엔터테인먼트에게는 첫 케이블 채널 작품으로, 올해 하반기 tvN 편성을 앞두고 있다.
특히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둘러싼 KBS와의 갈등도 채널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됐던 것으로 파악된다. 팬엔터테인먼트는 동백꽃 필 무렵의 제작을 맡았고 KBS는 방영을 맡았다. 그러나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과 달리 정작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에는 그에 걸맞은 수익이 돌아가지 않았다. 이에 수익 배분을 두고 아직까지 KBS와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팬엔터테인먼트의 유통 채널이 다각화될 경우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전망이다. 과거 지상파 방송사가 유통 창구의 전부였다면 최근에는 채널이 다양해진 만큼 수익 배분에서 제작사가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적재산권(IP)도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에 귀속돼 IP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사는 그간 갑으로, 외주제작사는 을로 통했다”며 “방송사들이 이를 이용해 저작권을 독점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넷플릭스 같은 창구도 생겨나며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팬엔터테인먼트는 올해 2편의 드라마 제작을 예상하고 있다. 대본 지연 등의 문제로 올 초 예상보다 제작 편수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청춘기록’의 규모를 고려할 때 매출 감소폭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동백꽃 필 무렵의 넷플릭스 공급 이후 넷플릭스와 연을 맺으며 콘텐츠 제작 및 공급과 관련된 소통을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팬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동백꽃 필 무렵 이슈 전부터 유통 경로를 확장하려 하고 있었다”며 “올해는 청춘기록 공동제작에 집중하는 동시에 탄탄한 작가진과 풍부한 아이템을 통해 좋은 작품을 준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