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지정감사 장기화…IPO 대어 '전전긍긍' [Market Watch]공모 일정 겹치기, 청약 수요 분산 불가피…빅딜 순연 가능성 거론
전경진 기자공개 2020-05-29 13:08:56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7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기업 일부가 지정감사 장기화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상장예정 기업은 지정감사를 수행한 후에야 IPO 일정에 돌입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종속 기업의 실적 결산이 늦어지면서 '연결기준'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가 늦어지는 중이다.시장에서는 지정감사 장기화로 하반기에 IPO 공모 일정이 대거 겹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조단위' 시가총액이 예상되는 기업 5~6곳이 하반기 공모 계획을 발표한 상태라 우려는 더욱 증폭된다. 자칫 공모주 청약 일정이 겹치면서 투자 수요가 분산돼 공모 흥행은 물론 성사 자체가 불발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IPO 일정을 이듬해로 순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솔루엠·지피클럽 감사 장기화…'알짜' 기업 IPO 대기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여파로 IPO 기업들의 지정감사가 당초 계획보다 길어지고 있다. 특히 조단위 시가총액이 예상되는 알짜 기업들의 지정감사가 지연되고 있는 점이 부각된다.
매출 1조원에 육박하는 솔루엠과 지난해 국내 9번째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으로 선정된 지피클럽이 대표적이다.
솔루엠은 전자가격표시기(ESL) 개발업체로서 미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 로우즈와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환경 문제가 국내외에서 화두가 되면서 종이 가격표를 대체하는 ESL이 더욱 각광 받고 있어서 중장기 성장성이 큰 기업으로 꼽힌다.
지피클럽은 화장품 업계 대어(大漁)다. JM솔루션이라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꿀광 마스크'로 'K뷰티' 인기를 사실상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한달에 1억장씩 마스크팩을 판매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면서 업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기초와 색조 화장품으로 제품 종류를 넓혀 가면서 종합화장품 브랜드 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시장에서는 해외 생산 공장을 두거나 판매 법인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지정감사가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현상으로 해외 사업장이 셧다운 되면서 현지 실적 결산 자체가 어려워진 탓이다. 국내 사업장을 기준으로 별도 재무제표 감사는 마쳤지만 연결기준 회계감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솔루엠은 중국에 제품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피클럽의 경우 항저우와 광저우에 2개 판매법인을 설립해 놓은 상태다.
시장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에도 두 기업 모두 상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는 없지만 행정적으로 필요한 절차들로 IPO가 지연되고 있다"며 "지난해 연말부터 지정감사를 신청하면서 상반기 공모까지 염두에 뒀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에 IPO 공모 일정이 밀리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공모 겹치기, 투자 수요 분산 우려…IPO 순연 가능성 거론
시장에서는 지정감사가 장기화되는 탓에 하반기 빅딜 공모가 대거 몰리게 된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정된 국내 공모주 투자자 풀(Pool)을 감안하면 당장 수요 분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시가총액이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IPO 기업 중 하반기 공모를 발표한 곳은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뱅크, 지아이이노베이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CJ헬스케어 등이 있다.
특히 빅딜끼리 수요예측일이 겹칠 경우 공모 흥행은 고사하고 성사 여부까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10월 3주(14일~18일) '공모 겹치기'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지누스, 미디어젠, 캐리소프트, 티라유텍 등 4곳의 수요예측이 한주에 동시에 진행됐다. 당시 일부 기업은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몸값을 측정받았다.
일각에서는 빅딜 일부가 공모 일정을 내년 상반기로 미룰 가능성도 거론된다. 빅딜 중 카카오의 경우 계열사 2곳이 동시에 IPO를 진행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한 곳을 선택해 먼저 IPO를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증시 충격은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반등하면서 안정화되는 추세"라며 "공모주 투심 역시 살아나고 있지만 수요예측이 대거 겹칠 경우 특정 종목에 수요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서 희비가 크게 교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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