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5월 공모채 특수…등급별 양극화는 심화 [Market Watch]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AA급 급증 A급 감소 BBB급 두달째 '전무'
이지혜 기자공개 2020-06-05 13:08:45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4일 16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 회사채 시장이 ‘때 아닌’ 5월 특수를 누렸다. 1월 연초효과를 웃돌 만큼 5월 발행량이 많았다. 3월과 4월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눈치만 봤던 발행사들이 5월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대비해 유동성을 미리 확충하려는 심리도 작용했다.눈에 띄는 점은 양극화다. 발행량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AA급에 한정된 이야기다. A급 발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폭 줄었고 BBB급은 단 한 건도 없었다. 6월 들어 한양이 수요예측을 진행하긴 했지만 결과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당분간 공모채 시장의 양극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5월 발행 역대 최대…억눌린 수요 폭발
4일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5월 발행된 일반 회사채가 7조7150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래 5월 발행량 중 최대규모다.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에도 5월 발행량은 4조93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대비 88.5% 증가한 것이다.
5월 공모채 발행량이 급증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일반적으로 공모채 시장은 투자자들이 자금집행을 재개하는 1월과 2월 특수를 누린다. 3월 사업보고서나 주주총회 등으로 발행일정이 뜸해지다 4월 발행량이 다시 늘고 5월에는 분기보고서 제출 등 때문에 발행량이 다소 감소한다.

실제로 5월 15일 분기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그 주에는 단 한건의 수요예측도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주에는 3조1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로 수요예측이 진행됐다. 주간 단위로 3조원을 넘은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3월과 4월 억눌렸던 발행수요가 5월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 데다 경기침체가 유력해진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는 높아졌지만 투자심리가 나빠 3월과 4월 미뤘던 발행일정이 5월에 쏠린 것”고 말했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3월과 4월 일반 회사채는 순상환을 기록했다. 월별 만기도래 회사채는 3월 4조3000억원 규모, 4월 6조6000억원 규모다. 실제 발행된 회사채는 3월 3조7000억원, 4월 6조1000억원 규모에 그쳤다. 반면 5월 발행된 회사채는 만기 도래 규모의 두 배에 가깝다. 5월 만기 도래 회사채는 4조2000억원 수준이다.
정책지원과 기준금리 인하도 5월 발행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채권시장 안정펀드 등이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투자심리를 움직이는 마중물 노릇을 했다”며 “5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6월에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차환수요 이상으로 회사채 순발행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AA급-A급 이하 양극화 뚜렷
그러나 5월 공모채의 주인공은 AA급 회사채뿐이다. A급 이하 공모채 발행량은 대폭 줄었다. 5월 발행된 AAA급 회사채는 1조4800억원, AA급은 5조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2.6%, 187.5% 늘었다.
반면 A급 회사채 발행량은 1조1750억원으로 2019년보다 12% 감소했다. 수요예측 경쟁률도 마찬가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3년물 기준으로 AA등급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2.7배에 이르렀으나 A등급은 1.5배 수준으로 경쟁률이 낮았다.
등급 내 차별화도 심했다. AA+등급이나 우량 대기업집단 그룹군의 경쟁률은 4.3배에 이르렀다. 반면 AA-나 A-처럼 한 노치만 떨어져도 등급이 바뀌는 경우 업종에 따라 수요가 위축되며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빚는 경우도 있었다. 신용등급이 AA-인 KCC는 미매각을, 만도는 일부 수요 미달을 겪었고 A-의 현대건설기계와 한화건설, 롯데손해보험 등도 모집금액만큼 투자자 수요를 모으지 못했다.
BBB급 발행량은 아예 없었다. BBB급 공모채가 5월 발행되지 않은 것은 2012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BBB급 이하 공모채는 4월과 5월 두달 연속 발행되지 않다가 6월에서야 한양이 200억원 규모로 발행한다. 그마저도 KDB산업은행의 수요예측 참여 덕분에 간신히 모집금액 정도 수요를 모을 수 있었다. A- 발행사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BBB급 기업은 시장에 참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모채 계획을 세웠던 BBB급 발행사 다수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AA급은 점차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등 머잖아 안정화할 것"이라며 "A급 이하 공모채는 정부 정책이 본격화하는 하반기에 이르러서야 투심이 조금이나마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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