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6월 10일 14: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초 본격적으로 시작된 LG화학의 LCD(액정표시장치) 편광판 사업부 매각 작업이 결실을 맺었다. 연말 본입찰을 진행한 뒤 6개월 넘게 이어졌던 원매자들과의 협상이 최근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올초 LCD 유리기판 사업부 매각에 실패한 터라 LG화학 입장에선 이번 딜 성사는 의미가 깊다는 평가도 나온다.LG화학이 LCD편광판 사업부 매각을 공식화한 시점은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즈음 HSBC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티저레터 배포를 시작했다. 매각 측이 예비입찰을 진행한 건 8월 중순께다. 당시 예비입찰엔 해외 전략적 투자자(SI)를 비롯해 국내·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며 인수전은 일단 흥행하는 분위기였다.
이후 매각 측은 숏리스트(적격예비인수후보)까지 추렸지만, 실사 등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예비입찰 수개월 뒤인 지난해 말에서야 본입찰을 진행했다. 본입찰엔 복수의 중국 기업이 뛰어들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 사이에서는 '탈LCD,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부문 전환' 움직임이 강해 국내에서 원매자를 찾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중국의 경우 전 세계 LCD 패널 생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LCD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인수 메리트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본입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중국계 원매자들이 인수 의사를 타진하며, 뒤늦게 참여 의사를 알리면서 시간이 지체됐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변수도 딜 지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LG화학은 올 초까지만 해도 복수의 원매자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지난달부터 중국 화학소재업체 산산(Shanshan)과의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산산과 거래가격·조건 협상 끝에 자동차용 LCD편광판 등 일부 제품군을 제외하고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매각한다는 데 합의를 이뤘다.
앞서 LG화학은 LCD 사업을 접기로 하고 LCD 유리기판 사업부 매각도 편광판 사업부 매각과 동시에 추진했지만, 유리기판 사업부 매각엔 실패한 바 있다. 유리업계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코닝과 구체적인 논의까지 오갔지만, 끝내 타결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가 수천억원대로 거론됐던 유리기판 사업부 매각 실패의 아쉬움을 딛고 조 단위 딜을 성사시킨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D 편광판 사업부 매각의 경우 사업 전망이 밝지 않고, 가격에 대한 눈높이 차이가 있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며 "LG화학이 지속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면서 딜에 오랜 기간 공들인 끝에 끝내 성사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조원이 넘는 매각 대금은 곧 핵심 사업 투자를 위한 실탄이 될 전망이다.
이번에 편광판 사업부 매각 딜이 클로징(잔금납입완료)되면 LG화학의 '선택과 집중' 전략 추진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LG화학은 비주력 사업은 정리하고 신성장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와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부문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청사진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이번 딜에선 HSBC은행과 EY한영(매도자 실사), 법무법인 태평양이 LG화학의 조력자로 활약해 딜 성사에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G그룹은 LG전자 수처리사업부(하이엔텍, 엘지히타치워터솔루션), LG유플러스 전자결제(PG) 사업부 등 비핵심사업부와 계열사를 과감하게 정리 중인데 이번 편광판 사업부 매각도 그 연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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