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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동남아벨트’ 구축…매물 어디 없나 개발금융·IB딜 확보 포석, 해외수익 다변화 의지 굳건

진현우 기자공개 2020-06-16 13:43:02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2일 11: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진출거점을 마련하면서 해외수익원 다각화를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들여온 인도네시아 티파파이낸스 거래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고, 처음 출사표를 던진 미얀마 은행업 입찰경쟁에서 지점 라이선스를 받았다. 동남아벨트 구축을 위한 가시적 결과물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의 글로벌 행보 뒤에는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이 제1원칙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동걸 회장이 정책금융의 공급능력 제고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수익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공개석상에서 몇 차례나 피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지원에 기대지 않고 한쪽에서 돈 벌고 한쪽에서 정책금융을 실현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 회장의 평소 지론이었다.

산업은행은 국내 산업의 발전시기별로 다른 역할을 보여줬다. 1950년대부터 20년간은 개발금융에 초점을 맞춰 6·25전쟁 이후 나라 경제재건에 이바지했다. 산업구조 고도화가 진행되던 80~90년대는 장기설비와 기업금융에 힘썼다. 2000년대 초반에는 벤처기업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M&A 등 투자금융(IB) 업무를 추가하며 성장잠재력 발굴사업에 힘쏟았다.

통합산은이 출범한 2015년부터는 새로운 정책금융의 패러다임을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에 맞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개발금융’이라는 산업은행의 정체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개도국을 제외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개발금융 부문은 민영화되거나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 개발금융은 2000년대 들어 완숙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한 게 사실이다.

산업은행이 연초 북한에 대한 개발금융 수요가 많을 것이라 판단하며 통일금융에 힘써온 것도 정체성과 입지가 약해진 것과 무관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막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본격적인 경제발전 단계에 진입하는 동남아 지역은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개발금융과 투자금융을 모두 기대할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는 수도이전을 앞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카르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경제발전이 필요한 곳들이다. 산업은행은 지점이나 법인 형태로 초기 진출 전략을 모색할 수 있었지만 외국계 금융기관에게 신규 라이선스를 발급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200~300여개에 달하는 은행들을 구조조정하길 원했던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은 신규 라이선스 대신 2개 부실은행을 인수해 합병하는 방향으로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산업은행도 현지 부실은행 인수를 검토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어느 나라에서나 규제산업인 은행업을 해외 금융기관이 영위하는 건 운영 측면에서 상당한 리스크가 수반된다. 이에 산업은행은 중장비·산업재 할부금융업을 영위하는 티파파이낸스의 사업 자체가 산업은행과 맞다고 판단해 1년 전부터 인수 작업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 초부터 글로벌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는 이병호 부행장은 △해외사업단 △KDB홍콩 사장 △아시아지역본부장 등을 두루 거친 해외사업 전문가다. 산업은행 아시아지역본부는 싱가포르에 있다. 산업은행은 인도네시아 인프라 개발에 적극 참여하기 위한 포석을 두고 티파파이낸스 인수를 검토했고 이를 발판삼아 영향력을 확장해 나갈 계획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이 미얀마 3차 은행업 개방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도 신남방 확장의지를 숨김없이 내비쳤다는 평이다. 1차·2차 때 입찰경쟁에 참여하지 않은 산업은행은 개발금융 업력을 앞세워 미얀마 경제발전에 기여하겠다며 지점 예비인가를 받았다.

산업은행은 최근에도 계속 동남아시아 M&A 매물을 찾으며 해외 포트폴리오 사업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국민소득이 올라갈수록 SOC와 인프라 확충 관련 금융사업이 확장될 것으로 관측된다"라며 산업은행의 글로벌 투자시계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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