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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3자연합, 뒤늦게 'BW 비판' 입장낸 까닭은조 회장에 부담주려는 의도 해석…"증권신고서 검토 때문"

유수진 기자공개 2020-06-18 09:11:28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7일 16: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흔드는 3자연합(KCGI, 조현아, 반도건설)이 한진칼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결정과 관련해 뒤늦게 입장을 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즉각 반응을 보이던 과거와 달리 2주 넘게 침묵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우호 세력을 통해 지분율을 늘리는 상황을 막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약이 시작되기 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조 회장의 행동반경을 좁히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공모에 참여하는 3자연합이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당초 계획보다 규모를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3자연합은 17일 '한진칼의 분리형·일반공모 BW 발행 결정에 대한 주주연합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한진칼이 BW 발행을 공시한지 16일 만에 공식입장을 낸 셈이다. 해당 자료에서 3자연합은 한진칼의 선택이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기존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3자연합은 조 회장이 분리형 BW를 선택한 건 적은 돈으로 워런트만 매입해 경영권 방어에 나서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일반공모 방식에 대해서도 기존 주주들의 우선권을 배제하고 주식가치를 희석하려는 의도라며 꼬집었다. 조 회장이 백기사를 대상으로 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이번 BW 발행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3자연합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를 미리 언급해 향후 조 회장이 해당 옵션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이번 자료를 냈다고 분석한다. 3자연합이 언급한 것처럼 실제로 조 회장 측이 추후 우호 세력으로부터 워런트만 사들여 지분율을 늘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이 자산매각 대신 BW를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결정했을 당시 시장에서는 이미 조 회장이 우군을 확보해뒀을 거란 추측이 잇따랐다.

따라서 3자연합의 행동은 '그렇게 하지 말라'는 사전경고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최대주주(45.23%)인 3자연합이 일찌감치부터 반대하고 나서면 조 회장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이 실제 행동으로 옮기면 그땐 기존 주주들을 대표해 마음껏 비판도 할 수 있다. 3자연합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 볼 게 없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3자연합은 "이번 BW 발행은 조원태 대표이사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사실상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며 "이 점은 BW 인수에 참여하는 제3자의 면면을 보면 분명하게 확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3자연합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반대의사를 표해 원하는 바를 이뤄낸 경험이 있다.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때 두 차례에 걸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지 말라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자 결과적으로 한진칼은 유상증자가 아닌 BW 발행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장에서는 한진칼이 백기사를 구하지 못한 것과 함께 3자연합의 공세에 부담을 느낀 것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본다.

특히 조 회장은 경영권 분쟁을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하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이 산업은행과 1조2000억원 지원을 위한 특별약정을 체결하며 경영권 안정화 확약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는 경영권 분쟁 심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행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대한항공은 경영권 분쟁보다는 안정화에 힘써야 하므로 추이를 관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3자연합은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 행동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진칼이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적이 없었는데 두 번이나 공문을 보냈던 것처럼 이번에도 의도적으로 자료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BW 청약 참여를 위한 자금확보가 수월치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3자연합은 지분율 희석 등을 막기 위해 이번 BW 인수에 나설 계획이지만 일단 자금 마련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KCGI는 최근 새로 차입을 일으켜 만기 도래한 대출금을 갚는 등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자연합은 BW 발행 관련 증권신고서가 어제 공시돼 오늘 입장을 냈다고 밝혔다. 3자연합 관계자는 "한진칼이 어제 오후 늦게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며 "세부적인 내용까지 모두 파악한 후 정확히 입장을 내기 위해 늦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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