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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의 '목계인형' 교훈 [thebell note]

최은진 기자공개 2020-06-22 14:13:06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8일 08: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계열사 대표이사(CEO)로 선임된 임원들에게 늘 목계인형을 선물한다. 교만함과 조급함을 경계하고 평정심과 인내심을 견지하며 상대에 대한 공격심보다는 부드러움과 겸손함을 갖춘 '목계지덕(木鷄之德)'을 새기라는 의미다.

위용만으로도 적이 움찔해 물러나는, 유연함을 통해 강한 것을 이기는 지혜를 가진 리더가 되라는 당부로 해석된다.

신 회장 스스로도 목계지덕을 견지하고 사는 듯 하다. "아무리 화가 나도 소리를 지르거나 흥분하는 일이 없다"는 롯데그룹 고위임원들의 얘기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오히려 정말 화가 많이 날 땐 목소리가 더 작아진다고까지 한다. 스스로 화가 난 감정을 절제하고 숨기기 위해서다.

롯데그룹에 닥친 일련의 위기상황에서도 신 회장 입에선 소위 '쎈(?) 단어'가 나온 적이 없다.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로 대변되는 삼성그룹의 위기론 시리즈를 비춰보면 롯데그룹은 위기에 오히려 둔감해 보였다. 반일감정 이슈가 휘몰아칠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르는 롯데그룹이지만 그저 폭풍을 온몸으로 막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롯데그룹은 굳건히 재계 5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버티면 기회가 온다'는 일념으로 그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평정심이 롯데그룹의 저력이다.

신 회장이 강조한 목계인형의 교훈은 지금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다시 한번 되새길 이야기다. 떠밀리듯 추진하는 혁신이 조급함을 불러 일으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불안감이 경영진들을 초조하게 만드는 듯도 보인다.

특히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롯데쇼핑이 그렇다. 연초 '통합'이라는 화두로 개편한 조직을 다시 반년만에 원점으로 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3조원을 들여 만든 롯데온은 물류통합을 두고 부문간 갈등을 빚었다.

완전하지 못한 롯데온을 성급하게 출시했다는 뭇매도 맞고 있다. 200개 점포를 없애며 체질개선을 꾀하겠다는 충격발표를 한 게 엊그제인데, 이제는 당장 일회성 비용으로 수천억원이 지출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전략이 일관되지 못하고 그나마도 시류에 따라 흔들린다. 위기돌파 전략이 명확하지 않으니 확신도 없다. 신 회장 한마디 한마디에 조직이 들썩인다. 이번 위기는 그냥 버티면 되는 수준이 아니라는 불확실성도 만연해 있다.

롯데쇼핑의 근본적인 문제인 성장동력 부재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명확한 전략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추진하는 느긋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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