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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기숙사→ 아파트' 성공적 변신 [부동산 컨버전 시대]현대중공업 울산 외국인 숙소 매입, 도시재생 개발 성공 사례 주목

이명관 기자공개 2020-06-29 14:08:12

[편집자주]

국내 디벨로퍼(developer) 업계에서 용도변경(컨버전, Conversion)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지엽적인 의미의 용도전환에서 나아가 기능을 상실한 노후공간을 필요에 따라 새롭게 탈바꿈하는 현상 자체를 아우른다. 도시개발 역사가 선진국에 비해 짧은 편이지만 급격한 인구감소와 코로나19 이후 언택트(Untact) 소비, 재택근무 증가는 도심 공간의 기존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정부가 천편일률적으로 용도지정을 하던 낡은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벨이 디벨로퍼 사례를 중심으로 '컨버전' 아이디어의 격랑 속으로 들어가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5일 14:2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벨로퍼인 신영은 정춘보 회장이 이끌고 있는 국내 1세대다. 정 회장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 디벨로퍼란 개념을 들고온 인물이다. 디벨로퍼는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건설사와 달리 땅 매입부터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개발업체를 일컫는다. 공무원이었던 그는 일본 출장을 다니며 일본의 부동산 붐을 접한 게 계기가 됐다. 그렇게 신영이 설립된 시기는 1984년이다.

신영은 디벨로퍼 업계의 맡형으로 아파트와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 주거용 건물 등 부동산 전 분야에 걸쳐 개발사업을 벌였다. 특히 국내 디벨로퍼 최초로 ‘지웰'이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개발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 이를 통해 신영은 30여년 만에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하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같은 성공으로 정 회장에겐 '한국의 도날드 트럼프'란 흥미로운 별명도 붙었다.

신영은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험지'로 통하는 울산에서 진행 중인 '울산 지웰시티 자이'가 그 주인공이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울산은 가장 반응이 뜨거운 지역 중 하나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울산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모두 24개 단지인데, 이 중 23개 단지가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다. 하지만 조선업 위기가 불어닥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울산은 조선업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조선업의 위기는 곧 울산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쳤고, 부동산 경기도 위축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영의 눈길이 울산으로 향한 시기는 3년 전인 2017년 초다. 현대중공업이 울산 기숙사 건물을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매물로 내놨고, 매수자로 신영이 나섰다. 2017년 중순부터 진행된 양측의 논의는 2018년 1월 결실을 맺었다. 그렇게 신영은 2830억원을 들여 현대중공업 울산 기숙사 2곳을 매입했다.

신영이 매입한 기숙사는 울산 동구 서부동에 소재한 현대미포아파트와 현대중공업 외국인 사택이다. 현대미포아파트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조선중공업'이던 1974년 건물을 만들고, 동시에 소유권을 확보한 곳이다. 외국인 사택은 1977년 5월부터 토지를 소유했다. 1982년 9월에 외국인 전용 주거 공간을 만들었고, 현대중공업에 선박을 발주한 선주사 관계자와 가족, 감독관들이 머물렀다.

준공된 지 40여년이나 지난 기숙사 건물에 수천억원의 가격표를 붙일 만큼 신영은 개발가능성을 높게 봤다. 신영은 울산 동구에 신규로 공급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최근에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1992년에 입주한 울산 동구 서부동의 '서부현대패밀리'(3027가구) 이후 약 30년 동안 대규모 브랜드 아파트의 신규 공급은 없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울산 동구 신규 공급물량은 1007가구로 이 기간 동안 울산시 전체 공급물량(2만8810가구)의 3%에 그친다.

이와 함께 신영은 중공업 경기와 주택 경기의 유사성에 주목했다. 대형 선박은 계약에서부터 건조, 선주에게 인도까지 약 2년에서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인허가 과정부터 분양까지 약 2~3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주택 사업과 유사한 기간 사이클을 가졌다. 2017년도 조선사업 신규 수주를 이어가면서 조심스레 회복세를 보였는데, 신영은 분양 시기와 중공업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가 유사할 것으로 예측했다.

40년 역사를 가진 현대중공업의 기숙사는 신영의 손을 거치면서 주거시설로 새단장을 추진 중이다. 신영은 16만6035㎡ 부지에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 공급을 추진 중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371가구 규모의 1단지와 1316가구 규모의 2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신영의 안목이 통한 모양새다. 신영은 고민 끝에 5월 청약에 나섰다. 청약은 대성공이었다. 1단지와 2단지 모두 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청약마감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분위기로는 기숙사를 개발한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영의 개발사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40년 전 지정된 주택지 조성사업이라는 도시계획 변경작업부터 착수해야 했다. 근거 법령이 약 20년 전 폐지된 탓에 과거 문서들을 찾아 진행해야하는 고충이 뒤따랐다. 이렇게 도시계획 변경까지 2년 가량 소요됐다.

여기에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울산 지역에 대한 금융권의 불신을 해소하고 설득하는 작업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조선업황 침체 속에 울산 부동산 경기에 대한 금융권의 불신이 상당했다"며 "사업을 추진하는과정에서 끊임없는 설득을 거쳐 금융구조를 만들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울산 기숙사 2곳 현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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