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두고 신동주·신동빈 격돌…'정통성'의 의미 '후계자는 신동빈' 양측 엇갈린 해석…불완전한 지배력 시사
최은진 기자공개 2020-06-29 12:50:42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5일 13: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후계자는 신동빈이다"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공개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전해진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이사 회장은 즉각 반발했다. 당시 정황상 날조 가능성이 있다는 반박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은 그를 잇는 후계자로서의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한일 롯데그룹의 원톱 체제를 굳히자마자 신동빈 회장이 유언장을 꺼내든 이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4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에서 단독 대표이사 사장으로 추대됐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공동 대표이사 사장이자 직원지주회(28%) 및 임원지주회(6%)의 지배력을 장악하고 있다고 알려진 츠쿠다 다카유키 사장은 직을 내려놓고 사내이사로만 자리하게 됐다.
이사회 앞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일본 롯데홀딩스는 최대주주 광윤사의 소유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이사 회장이 올린 '신동빈 해임안건' 등을 부결시켰다.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력을 신동빈 회장에게 몰아주겠다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다.
일본 롯데그룹을 장악하자마자 신동빈 회장은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자필 작성 유언장을 공개했다. 이 유언장은 동경 사무실 금고에 있던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됐다. 2003년 3월 작성되고 서명도 있다고 전했다. 유언장은 이번달 일본법원에서 상속인들의 대리인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개봉됐다.
롯데지주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유언장에는 "롯데그룹(한국, 일본 및 그 외 지역)의 후계자를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고 기록 돼 있다. 또 "롯데그룹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전 사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유지(遺旨)도 담겨있다.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을 공개하며 "실질적으로 창업주의 역할을 이어 받아 수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인정한 롯데그룹의 '후계자'는 본인이라는 점도 여러번 반복했다.
신동빈 회장이 창업주의 정통성을 잇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한 의도이다. 이는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에 대한 불안한 심리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지만 더 구체적으로는 조직의 단결과 충성을 이끌어내고자 한 의도로 파악된다.
특히 일본 롯데그룹에서 원톱 체제를 굳히며 이 같은 발표를 한 이유는 그만큼 '정통성'과 신격호 명예회장의 '인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충성'을 중시 여기는 일본 특유의 기업문화를 반영한 조치인 것은 물론 지배구조 특성상 조직 장악력이 상당히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 롯데그룹은 이미 지분이나 경영권을 장악했지만 일본 롯데그룹은 여전히 불안한 지배구조 하에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8%를 소유하며 단일 주주로는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는 광윤사의 존재 때문이다. 광윤사는 지분율 50%+1주를 보유한 신동주 회장이 최대주주이다.
한 지붕 아래 적과 동침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나 많은 주주 및 직원들이 편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주인이 바뀔 수 있다. 그만큼 조직을 단결하게 만들 무언가가 필요하고 그게 바로 신격호 명예회장의 뒤를 이을만한 '정통성'인 셈이다.
더욱이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승계를 이은 형태로 그룹을 장악한 게 아닌 소송까지 오간 극심한 분쟁 끝에 승리한 경우다.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차남인데다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력이 상당기간 장남 신동주 회장에게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태생적 불안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한국 롯데그룹 전현직 고위임원에 따르면 형제 분쟁 이전까지만 해도 그룹의 중요 의사결정이 있을 때마다 일본으로 건너가 신동주 회장에게 컨펌을 받았다고 한다.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신격호 명예회장 앞에 선 신동주 회장이 사실상 전체를 총괄했던 만큼 신동빈 회장 입장에선 이를 압도할 '정통성'을 입증하는 수단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회장에게 역시 '정통성'은 뺏길 수 없는 무기다. 광윤사 최대주주로서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신격호 명예회장의 뒤를 잇는 유일한 승계후보자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게 필요하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남인데다 일본 롯데그룹을 총괄했다는 점을 내세워 신동빈 회장을 압도하는 입지를 갖추고 있었음을 피력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공개한 유서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롯데그룹이 당초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은 없다고 발표했음에도 갑작스레 발견했다고 발표한 게 석연찮다는 얘기다. 더욱이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유언장을 발견했다는 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유언장 자체가 법률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의미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지정한다는 유언내용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생전에 표한 의사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유언장 작성일자인 2000년 3월 4일 이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는 등 상황이 급변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2015년 신격호 명예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 데 따라 이사회 결의의 유효성을 다투는 소송이 제기됐다는 점, 2016년 4월 촬영된 신격호 명예회장의 동영상에서는 신동주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또 신동주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사무실 금고는 매달 내용물에 대한 확인 및 기장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물이 추가로 발견되기 어렵다는 점도 의문점으로 꼽았다. 결국신동빈 회장이 공개한 유언장이 날조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물론 정통성을 인정할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통성'에 집착하는 신동주·신동빈의 갈등은 나아가 경영권 분쟁이 끝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압도적 지배력을 점할 수단이 불완전 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 최대주주라는 무기가 있지만 내부직원 및 주주들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고, 신동빈 회장은 모든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지만 불안정한 지배구조로 인해 끊임없이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유일한 원톱 입지를 갖기에는 다소 불완전한 상태이고 이 때문에 끊임없이 위협이 있는 상황"이라며 "정통성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현 상태를 볼 때 양측의 분쟁은 쉽게 끝나기는 어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