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7월 09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아나패스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분기 365억원의 깜짝 매출을 달성하며 기술력 기반 디스플레이 시스템 반도체 업체로서 존재감을 재확인시켰다. 지난 3월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생산 중단 선언으로 관련 부품 업체들의 존폐 우려가 높았기에 더 큰 의미가 실렸다.실적을 견인한 건 용역 매출이었다. 한분기에 작년 한해 전체(116억원) 보다도 1억원 늘었다. 주 원인이 일회성 프로젝트 수주 때문이라는 데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지만 펀더멘털 강화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용역매출을 제하고도 우수한 성적표다. 특히 OLED향 매출 비중의 확대를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총 매출 대비 39% 수준이었던 OLED향 비중이 44%로 뛰었다. LCD향 매출 급락을 OLED향 제품과 용역매출 증대를 통해 상쇄하고도 남았다.
2분기 매출은 250억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올해 '1000억 매출'에 대한 기대도 크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국내 LCD 경기가 침체기를 맞기 전인 2015년 수준으로의 회복이다. LCD에서 OLED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선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같은 아나패스 생명력의 비결은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오너 이경호 대표의 뚝심 있는 투자 철학을 꼽고 있다. 국내 LCD 시장이 호황기를 맞아 업체마다 쌓여가는 현금을 저마다 방식으로 소진하는 동안 아나패스는 한눈 한번 팔지 않고 보수적인 자금 운용 기조를 유지했다.
2011년 한때는 자산 총 815억원 중 239억원을 고스란히 현금성자산으로 들고 있기도 했다. 이러한 아나패스가 돈을 아끼지 않은 분야가 딱 두가지 있는데 바로 연구·개발(R&D)과 GCT세미컨덕터다.
아나패스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매출의 20%가량을 R&D에 투입해 왔다. 어려움이 가시화 된 2015년 이후 오히려 투자를 늘렸다. 매출이 쪼그라든 가운데서도 300억원 이상을 R&D에 투자해 지난해에는 매출액 대비 R&D 비용이 62%에 육박했다.
이동통신용 반도체 설계·제조업체 GCT 투자도 비슷한 기조다. 2013년 4월 3000만달러 투자를 시작으로 2015년 2월 24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해 지분 31.75%를 확보했다. 이후 꾸준한 자금 대여와 기술 협업 등 방식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나패스는 국내 상당수 업체가 고사 위기를 맞은 디스플레이 기술 전환기를 무리 없이 극복해 낼 것으로 보인다. GCT도 최근 미국 1위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중저가 5G 스마트폰 개발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돌입해 향후 코스닥 시장 상장에 기대가 실리고 있다. 위기 속 빛을 발한 이 대표의 뚝심 있는 투자 철학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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