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7월 10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불황은 진부한 표현이다. 이제는 경기 재앙이라 할 정도로 전방위적인 고난의 시대다. 재앙을 이기기 위해 연초 들불처럼 번진 착한 임대료 운동은 20여년전 IMF를 이겨내기 위한 금모으기 운동을 생각나게 한다.정부도 착한 임대료 운동 지원을 위해 세제감면에 나서며 적극 동참하고 있지만 일부 공공기관들은 생색내기 동참에 그치는 모양새다. 대표적 사례가 인천공항이다.
인천공항은 2월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 사상 초유의 유찰 사태를 경험하고서야 뒤늦게 임대료 인하에 나섰지만 조건부 인하로 오히려 반발만 샀다. 생색내기에 그친 착한 임대료 운동 참여로 최근에는 대기업 면세점의 도미노 철수 사태 직전까지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했다.
인천공항과 면세점 갈등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지 점용료 인상을 두고 갈등을 넘어 소송을 벌인 곳도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철도공단)과 마포애경타운이다. 양측은 지난 5월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말 항소에 나섰다.
철도공단과 마포애경타운의 갈등은 2018년부터 시작됐다. 애경그룹 사옥인 마포애경타운은 2018년 7월 경의중앙선·공항철도 홍대입구역 지상에 17층짜리 규모로 들어섰다. 1460억원을 들여 건설했지만 해당 부지는 철도공단 관리 부지로, 마포애경타운은 30년 점용을 조건으로 매년 점용료를 철도공단에 지불하기로 했다.
복합역사개발 사례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었지만 양측이 갈등을 빚기 까지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점용료는 부지에 대한 감정평가금액에 대해 일정 요율을 적용해 정해지는데 마포애경타운 준공 이후 해당 부지의 평당 가격은 2015년 대비 50% 이상 뛰었고 결국 점용료도 크게 오를 수 밖에 없었다.
2018년 상반기 마포애경타운은 당초 정해진대로 15여억원의 점용료를 완납했지만 그해 하반기 새로운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점용료 인상분 약 3억원을 새롭게 부과받았고 2019년엔 아예 23억5000여만원으로 뛰었다.
마포애경타운으로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었다. 애경그룹의 사옥 준공으로 땅값이 뛰면서 점용료가 올라갔으니 이해할 만 하다.
결국 마포애경타운은 부지가액의 산정과 점용요율 적용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철도공단은 정부의 착한 임대료 운동 독려가 한창이었던 올해 상반기 법정에서 마포애경타운과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5월말 1심 판결에서 마포애경타운은 2018년도 점용료 인상분 중 일부 과다 산정을 인정받았지만 나머지 청구는 기각 당했다. 1심 판결 이후 철도공단을 시작으로 마포애경타운이 하루 간격으로 항소에 나서며 둘의 갈등은 현재 2차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법률적 문제와 별개로 착한 임대료 운동에 누구보다 발벗고 나서야 하는 공공기관이 점용료 문제로 지리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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