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빅4 빅뱅]'K-배터리' 동맹, SK이노베이션에 호재될까LG화학과 소송 판결 앞두고 협력 분위기 여론 기대
이아경 기자공개 2020-07-17 09:23:09
[편집자주]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국내 경제를 이끄는 4대그룹 총수가 자동차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연쇄 회동을 했다.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얼마나 뜨거운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알수 있는 '바로미터' 이벤트였다. 4차 산업 혁명 시대 산업 지형을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두고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그룹과 배터리 3사 간 협업과 동맹이 '코리안 어벤저스'로 진화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3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4대 그룹 총수들의 전기차배터리 회동은 국가 경제를 주도할 'K-배터리 동맹'이라는 기대감으로 번지고 있다. 총수 4명이 한 자리에서 모인 완전한 회동은 아니었지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3대 배터리 제조사의 협업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하지만 업계는 배터리 3사가 직접 협력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정부 주도로 논의가 진행될 수는 있겠지만, 기술력이 재산인 배터리 업체끼리 연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과 특허 문제로 각을 세우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 K-배터리 협력 분위기는 되레 긍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대승적 차원에서 국내 기업간 손을 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경우 LG화학과 합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 결과에 따라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등의 미국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SK이노, 소송전서 꾸준히 '조기해소' 강조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말부터 시작된 LG화학과의 소송전에서 국내 기업간 다툼은 국가 경제에서도 득보다 실이 크다는 '국익' 중심의 주장을 펴왔다. 특히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하면서 불거질 국익 훼손이 우려되며, 전기차 시장이 이제 막 성장하는 시점에서 경쟁사 깎아 내리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배터리 업체간 협력을 통해 배터리 생태계를 더욱 키워야 한다는 'K배터리 동맹설'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유럽과 중국 등 전기차 시장이 가장 큰 국가도 자국 배터리 업체를 키우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만큼 우리도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앞서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갈등 중재에도 나선 바 있다. 배터리 사업이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통하는 만큼 산업통상자원부가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9월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만났지만,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이후 양 사간의 대화는 중단된 상태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 자사 배터리 사업을 강조하는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은 이번 현대차와의 회동에서도 강조됐다. 최태원 회장은 정의석 수석부회장과 지난 7일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 공장에서 "현대·기아차가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력이 양 그룹은 물론 한국경제에도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50억달러 투자'… 패소해도 미국공장 사수할듯
미국 ITC의 최종 결론은 오는 10월 초 내려질 예정이다. 지난 2월 ITC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다음달 바로 SK이노베이션이 이의제기를 신청하면서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당초 업계는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 전 SK이노베이션이 합의 제안에 나설 것으로 봤다.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패소할 경우 미국 수출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짓고 있는 미국 공장은 미국에 판매할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LG화학은 해당 수주가 영업비밀 유출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다만 양사에 따르면 당장 합의를 위한 어떤 접촉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물밑 합의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10월 최종 판결까지 지켜보자는 쪽에 무게가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누구도 먼저 합의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며 "대화의 움직임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오히려 미국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최대 50억달러(한화 약 6조원)까지 미국에 투자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패소한다고 해도 결코 사업적으로 침해받을 수 없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ITC가 LG화학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ITC의 행정조치는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배터리 1공장을 짓고 있으며, 지난달 제2공장을 짓기 위한 추가 투자협약을 조지아주와 체결했다. 현재까지 들어간 금액은 약 3조원으로, 2공장까지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만 연간 21.5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업계간 협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게 맞다"며 "SK이노베이션도 LG화학에 먼저 손내밀기보다는 미국 시장을 공략해 최대한 타격을 덜 입는데 집중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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