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7월 20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화재가 독립 보험대리점(GA)과 수수료 체제 개편을 협상 중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GA 수수료 규제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보험가입 첫해 수수료를 분산시키고 GA 사업운영비 명목으로 전속설계사보다 높게 책정되던 비용을 보험계약수수료에 녹이는 방향의 개편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수수료 총액이 인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최근 대형 GA들과 판매 수수료 관련 협상을 맺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국내 보험업체 가운데 삼성화재가 가장 먼저 개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편 논의의 핵심 사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보험 가입 '첫해'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줄이는 대신 그 이후 수수료를 늘려야 하는 규정 변화다. 두 번째는 기존에는 GA 대리점의 운영비 몫으로 돌아가던 부분을 보험 계약 건당 계산되는 수당에 포함시켜달라는 GA 측의 주장이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보험 판매 첫해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최대 12배로 제한하기로 했다. GA가 늘어나고 대형 GA의 힘이 세지면서 이들이 수수료를 높게 주는 보험상품을 더 적극적으로 판매하게 됐다. 원수보험사끼리 과당경쟁이 붙어 수수료가 높게는 1400%에서1700%까지 올라갔다.

이로 인해 일년치 보험료보다 모집수수료와 판매 보너스 개념인 시책이 더 커지는 경우가 생겼다. 독립 설계사가 수수료를 받은 후 일년치 보험료만 내고 해약하는 '모럴해저드'가 발생했고 이는 원수보험사 입장에서도 손실이었다.

금융위원회는 가입 첫해 일년 동안 내는 납입보험료가 가입 초년도 해약환급금과 모집수수료가 납입보험료보다 적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보험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는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첫해 수수료 최대폭을 하향조정하고 이후 연도에 배당되는 수수료 폭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2차년도 수수료는 이전보다 올라가지만 초년도 수수료는 기존보다 줄게 된다"며 “"보험계약 유지율 등을 감안해 건강한 계약에 더 많은 수수료를 주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GA는 똑같은 보험상품을 판매해도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설계사보다 많은 수수료를 받았다. 수수료 체계가 달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물량을 한 번에 많이 책정하거나 GA의 규모를 키워 수수료 협상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GA들이 보다 유리한 수수료 방식을 운영해왔다. 운영비를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는 보험사 소속의 전속설계사와 달리 GA는 임대료, 교육비, 기타 제반비용 등 법인 운영비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달라지는 점은 최근 전속설계사와 GA 사이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자 이런 운영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더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검토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보험업법 개정안에서 사업비와 관련해 ‘보험계약 체결 비용에서 지급되는 수수료 등의 보수와 그 밖의 지원경비를 모집종사자별로 차등 지급해선 안 된다’는 보험업법 조항 신설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자 GA들은 사업운영비를 확보하기 위해 원수보험사와의 계약을 조정하거나 사용인인 독립설계사들과의 분담 비율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전속설계사들과 똑같은 수수료를 받게 되면 운영비를 확보할 수 없고, 그렇다고 소속 설계사들에게 가는 몫을 줄이면 반발이나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GA 측에서는 사업운영비 부분을 수수료에 포함해달라고 협상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보험 계약 한 건당 지급하는 수수료는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시행될 규제를 미리 테스트해보는 개념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전체 수수료 총액은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GA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화재가 GA들과 개별 협상 중인 것으로 안다"며 "원수보험사인 삼성화재 측에서 몇 가지 선택지를 제안하면 GA에서 적절한 체제를 협의해 채택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내년도 적용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비해 업계에서 여러 논의가 파생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원수보험사와 GA들간의 개별 계약까지 감독원이 관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