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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바이오 개척' 총대 맨 김현기 스톤브릿지벤처스 이사학문적 소양·투자 안목 '팔방미인', 글로벌 제약사 M&A 방점

양용비 기자공개 2020-07-22 08:02:03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0일 13: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개척자는 '처음'이라는 무게를 견뎌야 한다. 새로운 영역을 처음으로 개척하는 만큼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위험도 떠안아야 한다. 이들이 추앙 받는 것도 부담을 감내하고 후대가 걸어가야 할 길을 탄탄히 일궈 놓았기 때문이다.

스톤브릿지벤처스에도 개척자가 있다. 스톤브릿지벤처스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바이오 투자의 길을 연 김현기 이사(사진)다. 탄탄한 학문적 소양과 탁월한 안목을 바탕으로 튼실한 바이오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투자 고수들이 즐비한 스톤브릿지벤처스에서 첫 바이오 심사역이라는 부담은 서서히 기대감으로 변하고 있다. 개척자라는 부담을 기대로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다.

◇성장스토리 : 제약 연구원, 늦깎이 벤처캐피탈리스트로

김 이사는 학위를 2개 갖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생명공학부를 졸업한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생명화학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문대를 나왔지만 정작 공부와는 맞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이사는 “서울대에서 석사를 따낸 이후 박사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며 “취업해보고 맞지 않으면 박사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대기업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취업 시장에 뛰어들자 굴지의 대기업이 김 이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김 이사가 장고 끝에 선택한 기업은 동아제약이었다. 바이오 관련 공정과 개발, 의약품 제조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몸 담았던 동아제약은 그에게 수많은 기회를 열어준 곳이다. 당시 체득한 바이오 산업의 이해도와 안목은 현재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 김 이사에게 큰 자산이다.

첫 발령지는 동아제약 바이오텍연구소(당시 바이오텍연구부)였다. 그곳에서 연구원과 선임연구원, 수석연구원 등을 차례로 거치며 제조화학 단백질의 바이오시밀러 공정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의약품 제조에 대한 흥미를 가졌다. 2012년에는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 방문 연구원으로 파견돼 선진 바이오텍 기술을 익혔다.

김 이사가 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동아제약은 3사로 분리된 상황이었다. 동아ST와 동아제약, 동아쏘시오홀딩스로 나뉘었다. 이때 그는 연구 일에 ‘쉼표’를 찍었다. 연구원은 잠시 내려놓고 동아ST 글로벌 사업 개발팀 합류를 자청했다.

동아ST 개발기획실 글로벌 사업개발팀은 연구직과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바이오시밀러 라이센스 아웃, 해외 파트너십 체결, 해외 조인트벤처 설립 등에 관여하며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 냈다.

연구원과 글로벌 사업을 차례로 거친 그는 2017년 선택의 기로에 선다. 투자가라는 새로운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2016년 설립한 바이오벤처 투자사 엔에스인베스트먼트가 김 이사의 합류를 적극 권유했다.

바이오 전공자로서 연구 뿐 아니라 글로벌 업무까지 맡았던 김 이사는 엔에스인베스트먼트가 찾던 적임자였다. 당시 김 이사의 나이 40세.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2막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김 이사는 “당시 투자에 대해 잘 몰랐던 시기라 합류 제안 당시 겁이 났다”면서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투자업계에 입문했다”고 회상했다. 엔에스인베스트먼트에선 미국 보스턴에 파견돼 선진 바이오텍 산업을 경험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다소 늦은 나이에 투자 업계에 입문했지만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당연히 업계에서도 김 이사를 주목했다. 특히 IT나 모바일·게임 투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던 스톤브릿지벤처스가 큰 관심을 보였다. 2018년 바이오 투자 전문가를 찾던 최동열 전무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김 이사는 “동아제약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만큼 스톤브릿지벤처스의 제안에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합류를 결정했다”고 얘기했다. 2018년 3월 스톤브릿지벤처스 최초의 바이오 심사역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투자 철학 : 세계화 가능한 기업에 레이더 가동

김 이사는 ‘한국판 제넨텍’을 키우는 게 꿈이다. 제넨텍은 미국 바이오 벤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다. 1976년 메사추세츠공대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 로버트 스완슨이 유전공학자 허버트 보이어와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제넨텍은 잇따라 신약을 개발하며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2009년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에 440억달러(약 50조원)에 인수되며 바이오 벤처 신화를 이뤄냈다. 제넨텍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플랫폼을 보유한 까닭에 33년 만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이사도 제넨텍과 같이 세계화가 가능하고 플랫폼 기반이 탄탄한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단일 품목 개발보다 여러 품목의 개발이 가능한 플랫폼을 보유해 해외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이면 과감히 칩을 던진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업체 ‘아델’과 약물 용해 기술 플랫폼 보유 기업 ‘스카이테라퓨틱스’는 그의 투자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난 포트폴리오다. 올해 5월 베팅한 셀렉신도 항체 개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김 이사는 “로버트 스완슨과 같은 선구안을 발휘해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벤처 투자를 하고 싶다”며 “엑시트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1 : 타우 단백질로 치매 정복 길 찾는 ‘아델’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사 '아델'은 김 이사가 유난히 애착을 갖는 포트폴리오다. 스톤브릿지벤처스에 합류한 이후 첫 투자를 단행한 곳이기도 하지만 오랜 공부 끝에 발굴해 낸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계에선 '치매 원인 물질=아밀로이드 베타' 공식을 정설처럼 여겼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으로 치료제 개발에 몰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부터 아밀로이드 베타가 치매의 주범이 아닐 수 있다는 논문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정설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밀로이드 베타 대신 주목한 물질은 타우 단백질이었다. 이를 타깃으로 치매를 정복해야 한다는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 이사는 치매 극복을 위해 타우 단백질을 연구하는 기업에 대한 니즈가 클 것이라고 판단해 관련 기업을 수소문했다.

백방으로 수소문 한 끝에 찾아낸 기업이 바로 아델이었다. 2002년부터 울산대학교 의과대 기초의학교실에서 치매 연구를 해왔던 윤승용 대표가 2016년 창업한 기업이었다. 아델은 타 기업이 아밀로이드 베타 연구에 몰두할 때 타우 단백질 타깃으로 치료제 개발에 집중했다.

김 이사는 “윤 대표가 10년 넘게 해온 타우 단백질에 대한 연구 결과가 합리적이었다"며 "타우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적절한 대안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김 이사는 아델 투자를 주저하지 않았다. 2018년 시리즈A 단계에서 2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아무도 베팅하지 않을 때 단독으로 투자했다. 투자 이후 결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엔 제약사 여러 곳과 공동개발이나 라이선스 아웃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트랙레코드 2 : 약물 재창출 활기로 몸값 뛴 ‘스카이테라퓨틱스’

약물 용해 기술 보유 기업 ‘스카이테라퓨틱스’ 투자는 김 이사의 뛰어난 선구안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약물 재창출’ 방식이 활기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자금을 조달한 이후 올해부터 주목받고 있다.

스카이테라퓨틱스는 카이스트 화학공학 박사 출신 김철환 대표가 지난해 6월 설립한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기존 승인된 약물을 물리적인 방법으로 녹여 물질을 나노화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원천기술을 통해 뽑아낸 나노물질은 향후 약물 재창출에 활용할 수 있다.

약물 재창출은 약물의 용도를 바꿔 새로운 질병 치료제로 개발하는 형태를 뜻한다. 예컨대 감기약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 A가 재개발을 통해 간암 치료제 약물 B로 탈바꿈하는 방식이다. 최근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연내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올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김 이사는 스카이테라퓨틱스가 보유한 원천기술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기존에는 약물을 녹일 때 유기용매를 사용해 나노화 과정에서 안정성이 떨어졌지만 스카이테라퓨틱스는 물로 녹이는 기술을 갖고 있어 안정성을 극대화했다. 물을 이용해 물질을 나노화 수준까지 녹이는 기술력을 보유한 곳은 스카이테라퓨틱스 뿐이다.

기술 검증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김 이사는 지난해 9월 망설임 없이 30억원을 베팅했다. 설립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기업인데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다수의 투자사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베팅 했을 정도로 스카이테라퓨틱스의 잠재력에 확신을 갖고 있다.

◇업계 평가 : '연구원+투자+글로벌 경험' 삼박자 조화

김 이사는 균형이 잘 잡힌 인물이라는 평가다. 연구원과 투자가로서 역량이 적절한 조화를 이뤘다. 연구원 출신답게 학문적 기본기가 탄탄하고 투자가로서 산업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특출나다. 미국에서 연구와 투자한 경험도 있어 글로벌 감각도 뛰어나다.

유승운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는 “연구원 출신 심사역은 자칫 연구 성향이 강해 사업 검토 측면이 약할 수 있는데 김 이사는 그렇지 않다”며 “해외 사업, 연구, 투자를 모두 경험한 만큼 다방면에서 균형이 잘 잡혔다”고 평가했다.

유 대표는 그의 인품과 성실한 태도도 높이 사고 있다. 스톤브릿지벤처스의 첫 바이오 심사역이라는 부담감을 가질 만도 하지만 특유의 성실함과 기본기로 회사의 든든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톤브릿지벤처스 관계자는 “인격적으로 훌륭해 회사 내부에서도 신망이 두텁다”고 말했다.

◇향후 목표 : 포트폴리오 상장 적극 지원, 글로벌 M&A 성사 타깃

김 이사는 올해 IPO를 앞둔 회사가 증시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채비를 하고 있다.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엑시트 기대감이 커지는 종목이 여러 건이기 때문이다. 고바이오랩과 노보믹스 등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스톤브릿지벤처스의 바이오 분야 엑시트 첫 사례가 등장할 전망이다.

피투자사의 상장 이후 좋은 성과로 회수해 스톤브릿지벤처스가 바이오 분야에서도 특출난 하우스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이후엔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이오 전문 투자 펀드를 만드는 게 목표다.

김 이사는 “2023년까지 투자 회사 중 M&A가 성사되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며 “ 글로벌 M&A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데 이를 불식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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