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7월 29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규모 4850억원, 수요예측 참패, 청약미달. 해외 오피스 빌딩을 편입한 국내 첫 공모리츠의 험난한 상장길이 화제다. 일반기업이라면 이미 계획을 철회할만한 상황이지만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상장 가시밭길을 하나씩 넘고 있다.공모참패 원인을 상품성에서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배당수익률 8%대 리츠는 국내에선 접해본 적이 없는 상품이다. 벨기에 연방정부가 15년간 임차해 쓰는 오피스 빌딩으로 공실률 제로인 벨기에 브뤼셀의 '파이낸스 타워 콤플렉스'가 기초자산이다.
임차인 신용도만 따져도 이번 상품의 리스크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벨기에 연방정부에 AA- 등급을 부여했다. 우리나라와 같다. 얼마전까지 롯데쇼핑이 피치로부터 BBB- 등급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격차는 상당한 편이다. 국채 수준의 신용등급에 8% 금리를 약속한 상품인 셈이다.
인기없는 상품의 이유를 갖다 붙이자면 한이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오피스 빌딩 리츠는 한물 갔다는 시각도 있고 바이오 위주의 성장성 장세에 안정적인 인컴형 상품은 외면받기 쉽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 중에서도 본질적인 이유를 투자자의 불신으로 본 해석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임원은 "배당수익이 너무 높아서 사람들이 오히려 안 믿는다"는 얘기를 건넸다. 엉뚱한 분석같지만 최근 사모펀드를 비롯한 각종 투자상품의 사건사고를 돌이켜보면 이해되는 면이 있다.
투자상품에 대한 불신이 넘쳐나다보니 목표 수익률이 높으면 높아서 의심을 받는다. 모든 게 언제 '희대의 사기극'으로 들통날지 모른다는 관점에서 보니 믿을 구석이 없어졌다. 투자자 입장에선 국내자산도 못 믿을 마당에 해외자산을 편입한 리츠는 더더욱 신뢰를 얻기 힘들었다. 그렇게 좋은 자산이면 우리나라까지 도착했겠냐는 냉소도 자리잡고 있다.
수익을 약속하지 않은 바이오주는 각광을 받고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에 근거해 나온 배당 리츠는 오히려 의심받는 세상이다. 본인의 감은 믿어도 투자상품의 홍보에는 속지 않겠다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있다.
상품성을 높게 본 주관사는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에서도 총액인수를 감내하기로 결정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배정된 물량의 절반을 대표주관사가 인수했다. 이것만 해도 1000억원이다. 일반 공모청약 물량도 군말없이 총액인수 범위에서 각자 책임지기로 했다. 모두 일정기간 의무보유할 예정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난관을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해외자산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도, 국내 주식시장의 비이성적인 쏠림도, 자산관리회사의 낮은 네임밸류도 수익률로 증명해야 한다. 투자상품을 언급하기 겁나는 시절이지만 상장까지 완주해서 '1호' 상품의 존재감을 입증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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