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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쿠팡]제2 도약 키워드 '풀필먼트'…플랫폼으로 한걸음③'직매입→오픈마켓→플랫폼' 무한 성장의 마법 펼쳐질까

전효점 기자공개 2020-08-06 08:02:22

[편집자주]

단일 플랫폼 기준 이커머스 1위 쿠팡은 대형 유통사들까지도 제치며 유통시장 강자 입지를 구축했다. 유통의 한 축이던 이커머스만으로 대형 유통사만큼의 매출을 다지며 확실한 고객기반을 마련했다. 쿠팡은 이제 다른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그간 쌓은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신사업으로 몸집을 키우는 전략이다. 새로운 진화를 계획하는 쿠팡의 전략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4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을 '물류(logistics) 기업'이라고 표현한다. 아마존은 2억가지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유통기업일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기업이다. 영화와 음악을 판매하며, AI와 드론 기술을 연구하는 테크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창업자는 아마존을 물류기업이라고 표현했을까. 종합 플랫폼으로서의 '아마존 제국'을 가능케 한 것이 물류 인프라였기 때문이다.

제2도약을 준비해온 쿠팡이 '로켓제휴'로 알려진 풀필먼트 사업(FBC, Fulfillment by Coupang)을 차기 주력 사업으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로켓제휴는 쿠팡이 사업 초기 막대한 적자 끝에 구축한 B2C 배송·물류 설비를 활용해 B2B 서비스로 확장시킨 것이다. 동시에 쿠팡을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시켜줄 마법의 열쇠다.


◇직매입→오픈마켓…총거래액·이익↑, 수익원 다각화

풀필먼트는 판매 상품의 입고, 재고관리, 분류, 배송 등 상품이 고객에게 도착하는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쿠팡이 개시하는 FBC 서비스는 자사 오픈마켓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셀러들에게 B2B 물류 서비스 전반을 대행한다. 셀러들은 지금까지 각자 알아서 창고를 임대해 재고를 관리하며, 결제와 반품, 고객 응대 서비스를 구축해야 했다. FBC를 이용하면 제품 재고를 미리 쿠팡 창고에 보내놓기만 하면 끝이다.

쿠팡은 신사업을 위해 전국 로켓배송센터를 지난해 83개를 추가했다. 전체 물류센터는 총 168곳이다. 수천억원을 들여 대구에 초대형 물류센터도 건립 중이다. 내년 대구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쿠팡은 CJ대한통운을 능가하는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풀필먼트 신사업은 쿠팡의 사업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쿠팡은 앞으로 직매입 사업자가 아니라 오픈마켓 플랫폼으로 변신하게 된다. 보관 수수료, 물류 대행 및 상품 중개 수수료, 광고 수익 등을 거둘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쿠팡이 오픈마켓에서만 거래액이 100% 이상 증가한 17조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개 수수료는 10% 내외가 가장 유력하다는 추산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 제도를 기점으로 쿠팡은 온라인 소매업자가 아니라 물류창고 임대업자, 판매 중개업자, 광고업자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그간 쿠팡의 재고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전망이다. 쿠팡은 현재 자사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고 있는 품목(SKU)의 80% 이상을 직매입하고 있다. 직매입한 상품 재고는 쿠팡의 자산이다. 판매 시점까지 창고에 보관하던 도중 유실되거나 상품가치를 잃은 재고에 대해서는 폐기처분 해왔다. 매년 이익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특정 매입 방식으로 이뤄진다. 위탁 받은 상품이 팔리지 않고 남는다면 쿠팡은 이를 셀러에게 다시 반품해 재고처리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업계는 쿠팡이 직매입 협력사에게 로켓제휴 사업자 전환을 유도함으로써 직매입 매출 비중을 적극적으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입점 셀러 입장에서도 장점이 있다. 일단 풀필먼트 서비스를 활용하면 누구나 '1인 셀러'가 될 수 있으므로 신규 셀러층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셀러들은 로켓제휴 서비스를 추가로 맺으면 당일배송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판매를 제고할 수 있다.


◇오픈마켓→종합 플랫폼 '무한 확장'

이렇게 풀필먼트서비스를 지렛대 삼아 마켓플레이스에 모인 셀러들과 소비자들은 앞으로 '쿠팡'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잠재 고객층이 된다. 플랫폼으로서 쿠팡의 잠재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해진다. 쿠팡은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를 대상으로 B2B와 B2C 양쪽 영역에서 사업을 확장해나갈 수 있게 된다.

아마존 역시 풀필먼트(FBA) 서비스 론칭을 기점으로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마켓플레이스에 모여든 입점 기업에게 데이터분석, 뱅킹, 광고 등 자체 개발한 각종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매출을 키워나갔다. 소비자들에게는 핀테크, 콘텐츠 등 새로운 서비스를 덧붙여 더 비싼 멤버십 수수료를 받았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경쟁사들을 제압하고 이커머스 시장 40%를 지배하는 선두주자로 안착하게 됐다. IT사업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을 제치고 클라우드 시장 1위 사업자에 올랐다. 리테일에서는 월마트를, 물류에서는 페덱스, UPS를, 콘텐츠에서는 넷플릭스를 위협하게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지난해 실적 개선은 풀필먼트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통해 파워셀러들을 규합하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워셀러들의 플랫폼 로열티가 증가하면서 쿠팡의 바잉파워가 증가했다"면서 "자연히 소비자 로열티까지 확보하면서 지속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쿠팡 풀필먼트센터 전경

◇너도나도 가세하는 경쟁사…자체 물류는 쿠팡이 유일

쿠팡의 풀필먼트 사업 확장은 경쟁업체에게도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한다.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플랫폼사가 직접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사례는 쿠팡이 유일하다. 자체 물류 인프라를 장착한 쿠팡은 그렇지 못한 네이버, G마켓 등에 입점한 셀러들과 소비자들을 동시에 끌어모으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풀필먼트는 이커머스 뿐만 아니라 리테일 사업자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경쟁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롯데쇼핑과 같은 전통 리테일업체들은 자사가 보유한 100여곳 할인점을 풀필먼트 센터로 전용해나가고 있다.

네이버도 발빠르게 CJ대한통운과 연합군을 꾸려 지난 4월 풀필먼트 서비스를 출범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 풀필먼트센터에서 상품이 자동 출고돼 24시간 내 배송받을 수 있는 구조다.

네이버는 쿠팡이 개인 단위 셀러를 중심으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선 것을 고려해 LG생활건강과 같은 기업형 고객사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네이버가 확보한 풀필먼트 인프라는 아직은 쿠팡의 자체 캐파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서비스를 개시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 경쟁력 기반으로 활용하기는 불충분한 규모다.

쿠팡은 아마존처럼 풀필먼트 서비스를 지렛대로 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존은 1995년 창업 이래 8년 차인 2002년 흑자전환을 일궈냈다. 창사 5년차인 1999년에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었으며, 12년차인 2006년 풀필먼트서비스(FBA)를 장착시켰다. 쿠팡은 올해 창사 10년차를 맞는다. 앞으로 10년 뒤 쿠팡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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