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쿠팡]롯데·신세계가 적수?…유통 아닌 '브랜드' 꿈꾼다①유통시장 장악, PB·콘텐츠 사업 추진…고객기반 확장성·연결성 주목
최은진 기자공개 2020-08-04 08:05:09
[편집자주]
단일 플랫폼 기준 이커머스 1위 쿠팡은 대형 유통사들까지도 제치며 유통시장 강자 입지를 구축했다. 유통의 한 축이던 이커머스만으로 대형 유통사만큼의 매출을 다지며 확실한 고객기반을 마련했다. 쿠팡은 이제 다른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그간 쌓은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신사업으로 몸집을 키우는 전략이다. 새로운 진화를 계획하는 쿠팡의 전략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1일 10: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의 약자인 '이커머스'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 파는 행위를 의미한다. 결국 채널만 다를 뿐 유통의 한 분야로 여겨진다.이커머스 대표주자인 쿠팡도 그래서 유통사로 여겨진다. '쿠팡'이라는 구매 플랫폼을 통해 물건을 파는 행위가 사업의 본질이다. 얼마나 더 편리한 쇼핑을 제공할 수 있을지, 얼마나 더 많은 고객을 유인할 수 있을지가 성장전략의 핵심이었다.
이커머스 기업은 물론이고 대형 유통사들도 해보지 못했던 과감한 시도를 통해 각 지역 내 오프라인 점포로 흩어졌던 소비자를 쿠팡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끌어모았다. 보완재일 뿐이었던 이커머스를 대체재로 만든 일등공신이라는 데 그 누구도 이견이 없다.
대형 유통사들의 매출까지 따라잡으며 이커머스 업계 1위 자리를 다진 쿠팡은 이제 다른 꿈을 꾼다. 더이상 대형 유통사들이나 이커머스 기업들이 적수가 될 수 없다. 단일 플랫폼으로 수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영향력과 이를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는 '확장성'을 고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사실상 다른 영역으로 이해되던 네이버나 카카오가 오히려 쿠팡의 적수라고 보는게 맞다는 평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쿠팡페이·씨피엘비 설립, 훅·하이엔티비 인수…신사업 추진 예고
쿠팡이 올 들어 보인 일련의 작업들은 '쇼핑 플랫폼'보다는 다중고객들을 활용해 다른 사업분야 진출을 꾀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급제폰·패션 등 파는 대상을 늘리거나 주문 캐파(Capa)를 확대할 수 있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부터는 PB(Private Brand)·콘텐츠·부동산 등 유통이 아닌 분야를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최근엔 싱가포르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플랫폼 훅(HOOQ)의 사업 일체를 인수하면서 OTT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소비자들에게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직접 콘텐츠 제작까지 뛰어든 아마존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크 했다. 단지 '물건'에 초점을 맞춘 상거래가 아닌 미디어 콘텐츠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최근 하이엔티비(HiNTB) 인수를 통해 쿠팡페이라는 전자결제 법인을 독립시키면서 정관에 '음반 및 음악영상물, 영화 및 비디오, 게임 등 콘텐츠 제작업'을 포함하기도 했다. 콘텐츠 미디어 분야 진출을 노골적으로 드러냈 것으로 풀이된다. IT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결제 사업과 하나로 묶어 콘텐츠를 제작·제공하는 미디어 플렛폼으로까지 진화하겠다는 포부로 파악된다. 훅 및 하이엔티비 인수, 쿠팡페이 독립 등 일련의 작업을 통해 쿠팡은 기술과 플랫폼을 마련했고 이를 추진할 독립주체까지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미디어 및 콘텐츠 외 PB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기도 하다. 최근 쿠팡은 일부 사업부문을 독립시켜 '씨피엘비(CPLB Corp.)'라는 PB 전담 회사를 설립했다. 단순 상품 판매가 아닌 제조 및 가공 분야까지 아우르는 것으로, 쿠팡이 직접 브랜드가 되겠다는 판단이다.
씨피엘비가 염두에 두고 있는 상품 분야는 정관을 통해 확인된다. 쿠팡이 기존 PB 상품으로 내세웠던 생수나 과자, 식품 뿐 아니라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조미료, 의류 등으로 더욱 확장된 분야를 노린다. 특히 의류나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쿠팡이 비교적 최근에 판매 상품으로 라인업 시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제적으로 필요 수요를 끌어모으는 작업을 추진했다고 해석된다. 궁극적으로 쿠팡이 하나의 브랜드가 돼 관련 상품을 만들고 유통까지 시키는 밸류체인을 형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부동산 개발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쿠팡은 최근 정관에 '부동산 개발업 및 일체의 부대사업'을 추가했다. '오프라인'을 사양(斜陽)화 시킨 쿠팡이 갑작스레 오프라인의 핵심인 부동산을 주목한다는 건 꽤 의아한 일이다. 일단은 캐파확장을 위한 물류센터 개발을 염두에 둔 작업으로 보이지만, 쿠팡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 등을 고려하면 또 다른 확장정책으로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플랫폼 자신감, 확장성 주목…경쟁자 '카카오·네이버' 평가
물건을 사고파는 IT 플랫폼 기반의 유통회사가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고민하고 화장품이나 의류, 건강기능식품 제조 등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더이상 유통으로서의 역할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유통 이상의 확장성에 초점을 두고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다른 의미로 보자면 쿠팡을 하나의 '브랜드'로 삼아 다양한 사업으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목표로 풀이된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대박 난 플랫폼으로 여러 사업으로 넓혀나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각각 포탈, 메신저로 끌어모은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쇼핑은 물론 금융·모빌리티·공유경제 등으로 나아가고 있다. 막대한 고객군을 여러 사업으로 잇는 '연결성'에 주목한 결과다.
쿠팡은 이들과는 반대로 유통을 시작으로 확보한 고객군을 미디어 콘텐츠·제품 등으로 연결하는 사업 등을 구상하고 있는 셈이다. 아마존이 비금융 사업은 물론 금융사업으로 외연을 넓히는 것과도 맥이 닿는다.
더이상 유통으로서 존재하지 않겠다는 쿠팡은 제 2막을 향해 달려간다.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지만 이는 쿠팡에 그다지 큰 우려는 아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쿠팡을 이용하고 아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쿠팡은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롯데나 신세계그룹 등 유통공룡과 경쟁하던 쿠팡은 이제 얼마나 더 많은 고객군을 연결하고 확장하느냐에 초점을 둔 네이버나 카카오 등과 경쟁하게 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며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진화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던 해외 유수의 인재를 끊임없이 영입하는 것도 이를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의 캐치프레이즈는 '일상을 혁신한다'이다. 그 일상에 유통 혹은 쇼핑은 한 분야일 뿐이다. 유통 시장에 성공적 안착을 이룬 쿠팡은 다음 혁신을 준비하는 출발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이미 유통시장을 장악한 선두주자로 우뚝섰고 이를 넘어서 다양한 분야로 진화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수많은 고객을 바탕으로 둔 연결성과 확장성을 아마존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를 통해 목도한 만큼 다양한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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