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차입 확대 숨고르기…2차전지 수확 시즌 [Earning&Credit]현금창출력 개선, 신용도 불안감 불식…커버리지지표, 하향 요건 탈피 '아직'
양정우 기자공개 2020-08-05 13:21:31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3일 1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AA+)이 어닝 서프라이즈로 신용도 하락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전기차용 2차전지에 광폭 투자를 벌인 탓에 차입 규모가 가파르게 늘었다. 오랜 기간 초우량 신용도를 고수했으나 매분기 재무 리스크가 점증해 왔다.하지만 신용도에 균열이 가기 전 전지 사업에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올해 2분기 전지부문은 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자동차 전지 파트의 흑자 전환은 단발성 호실적이 아니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차입 부담으로 치솟은 커버리지 리스크도 2분기 들어 큰 폭으로 꺾였다.
◇코로나19 사태 속 어닝 서프라이즈…전지 최대 실적, EBITDA마진 회복
LG화학은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6조9352억원, 5716억원을 달성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2.3%, 영업이익은 131.5% 급증한 실적이다. 영업이익률(8.2%)은 2018년 3분기 이후 최고치로 집계됐다.
분기 에비타(EBITDA, 1조1302억원) 역시 1조원 대로 복귀했다. 자본집약적 장치 산업을 영위하고 있어 채무상환능력 측정에 EBITDA가 주로 쓰인다. EBITDA마진도 2018년 이후 최고치인 16.3%에 달했다. 적어도 수익성 측면에선 최고 신용등급인 'AAA'로 오르는 기준(EBITDA마진 20% 이상)에 다가서고 있다.
두 축인 석유화학과 전지 부문의 수익성이 모두 개선된 덕분이다. 석유화학 사업(매출액 3조3128억원, 영업이익 4347억원)은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다섯 분기 만에 두 자리 수(13.1%)를 회복했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전지 사업이다. 전기차용 2차전지의 흑자 전환을 토대로 사상 최대 실적(매출액 2조82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유럽과 중국 등 주요 국가가 전기차 시대의 개막에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 친환경 정책 덕에 전기차 판매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외형 확대와 생산성 개선이 전기차 전지 사업을 흑자로 이끌었다. 흑자 전환을 이룬 만큼 본격적 수익 궤도에 올라섰다는 진단이다.
전기차용 2차전지 사업은 LG화학의 미래 성장 동력인 동시에 최대 크레딧 리스크였다. 매년 조 단위 투자 지출을 감행하면서 공고했던 재무구조에 우려감이 감돌았다. 재무 위험이 등급 하향의 가능성을 여는 수준까지 고조됐다. 하지만 이 일촉즉발 시점에 전기차 전지 사업이 현금 창출을 시작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차입 규모 껑충, 현금창출력 웃돈 투자…2분기 커버리지지표, 회복 반전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을 토대로 오랜 기간 초우량 신용도를 고수해 왔다. 순현금 기조에 가까운 재무구조를 유지해 왔으나 2018년부터 상황이 뒤바뀌었다.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 전지 설비에 올인하면서 투자 지출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2017년 말 2659억원이던 순차입금은 매년 2조원 이상씩 급증했다. 올해 1분기 말 순차입금 규모는 8조7563억원에 달하고 있다. 총차입금 역시 2017년 말 3조원 수준에서 지난 1분기 말 11조5537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올들어 LG화학의 차입 커버리지지표(총차입금/EBITDA 3.6배, 연환산)가 등급하향 트리거(3배 초과)를 충족한 배경이다.
차입금을 폭발적으로 늘린 건 번 돈보다 쓸 돈이 많았기 때문이다. 2015~2017년 연간 자본적지출(CAPEX)은 2조원 안팎이지만 자동차 전지에 힘을 실으면서 2018~2019년 연간 CAPEX가 5조500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현금창출력을 훨씬 웃도는 자금을 투입하려면 외부 자금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2분기 실적 낭보가 크레딧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고 있다. 차입 확대의 속도를 줄인 동시에 수익 창출에 탄력을 받자 커버리지지표가 크게 개선됐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EBITDA(연환산) 지표는 3.2배 수준으로 추산된다. 아직 등급하향 요건을 충족하는 수준이나 가파른 상승 추세가 큰 폭으로 꺾였다.
크레딧업계에선 올해도 LG화학의 자본적지출이 5조~6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 CAPEX뿐 아니라 전기차용 2차전지 설비에도 역시 조 단위 투자가 예고돼 있다. 하지만 커버리지지표의 개선 추세에서 드러나듯 본격적 현금 창출이 재무 부담을 한결 덜어내고 있다. LG화학은 하반기에도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전지 출하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관계자는 "LG화학이 과거 전성기 수준으로 신용도를 회복하려면 차입금의 감축이 선행돼야 한다"면서도 "현금 창출의 본격화와 차입 확대의 속도 조절만으로도 등급 하향의 우려감은 확연히 줄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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