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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퍼모로 골리앗 '듀폰' 제압한 대한민국 강소기업 [IPO & CEO]강기태 비비씨 대표 “P&G 등 글로벌 생활용품 톱5에 공급”

이경주 기자공개 2020-09-02 15:31:56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2일 06:3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듀폰(DuPont)은 200여년 업력의 글로벌 소재회사다. 연간 매출액만 226억달러(약 26조원)에 이르고 전 세계에 100여개 지사, 3만여명 임직원을 두고 있다. 식품과 영양, 안전과 보호, 건축, 전자, 운송 등 전 산업분야에 진출한 소재 공룡이다.

특히 칫솔모 시장에선 역사적 업적을 남겼다. 1938년 나일론 소재 칫솔모(레벨모)를 최초 개발해 대중화시켰다. 기존 400여년간 이어지던 동물털로 만든 칫솔시대가 종식되며 인류 치아수명 확대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

그런 듀폰이 현재는 우리나라 강소기업 '비비씨' 탓에 쩔쩔매고 있다. 비비씨가 개발한 '테이퍼모'가 레벨모 시장을 대체해 나가고 있기 때문. 비비씨는 테이퍼모 덕에 국내 칫솔모 1위, 글로벌 3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비비씨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인 강기태(사진)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단신으로 찾아간 P&G…13년 동반의 시작

테이퍼모는 화학적 식각 공정을 통해 모끝을 미세화시킨 브릿슬(사 모양의 칫솔 소재 통칭)이다. 미세모라고도 한다. 레벨모에 비해 얇고 부드러운데다 탄성이 있다. 세정력이 높고 잇몸자극이 적다.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렌(PBT)가 원료(레진)로 사용되는 특징이 있다. 1990년대 일본 토레이(Toray)와 라이온(LION)이 처음으로 테이퍼모를 개발했다.

비비씨는 1998년 강연복 회장이 설립했다. 초기엔 화장품용 브러시를 생산하다 2004년부터 PBT소재 테이퍼모 국산화에 도전했다. 가공기술 개발에 성과가 있어 대기업도 관심을 보였지만 상품화시키는 노하우가 부족했다. 강 회장은 대기업에 다니던 사촌동생 강기태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강 사장은 경원대 화학공학과를 나온 엔지니어출신이다. 당시 애경산업 품질관리팀에서 일했다. 2006년 말 비비씨 경영진에 합류한 강 사장은 경험을 살려 가공기술을 체계화시키고, 소재에서부터 완제품까지 일괄생산체계도 구축했다.

더불어 대담한 기술 마케팅에 나선다. 국내시장은 작으니 처음부터 해외를 노렸다. 강 사장은 2007년 글로벌 생활용품 1위 회사인 P&G(Procter & Gambl)의 독일 오랄비(oral-b) 연구소에 시제품을 들고 단신으로 찾아갔다. 기술 변방국 중소기업의 방문에 P&G측은 황당해했지만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강 대표는 “사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시도였다. 영업도 서툴고 키도 작은 아시아 사람이 오니 (P&G측이) 놀라는 모습”이었다며 “그런데 설명을 듣더니 조그만 회사가 어떻게 이런 기술을 갖고 있느냐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저희를 보는 눈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듀폰의 레벨모가 60여년간 이어지면서 P&G는 무언가 색다르면서도 혁신적인 제품이 필요하던 차였다. P&G는 같은 해(2007년) 비비씨와 테이퍼모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2020년 현재까지 13년간 독점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비비씨는 P&G와 무려 87건의 신제품 개발을 함께했다.

P&G 경쟁사이자 글로벌 톱5들도 일제히 고객사로 합류했다. 유니레버와 콜게이트, 라이온, GSK 등이다. 국내 생활용품 업체 톱5 역시 고객사다. 덕분에 지난해 기준 비비씨는 국내 시장 점유율 70%로 1위, 글로벌 시장 7%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레벨모를 포함한 점유율이다. 테이퍼모만 따지면 국내외 모두 1위다. 듀폰이 긴장하는 이유다.

강 대표는 “듀폰이 소재 부분에서 유일하게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 칫솔모”라며 “우리와 일본 토레이의 테이퍼모 때문인데, 우리는 토레이도 오래전부터 앞서 테이퍼모 시장에선 글로벌 1위다. 내년엔 레벨모를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이퍼모는 캐쉬카우…기술응용해 신사업 확대

테이퍼모 덕분에 실적의 양질이 우수하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10억원에 영업이익 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16.8%, 영업이익은 492.5% 늘었다. 생활필수품 소재인 덕에 코로나19 영향도 받지 않는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173억원)은 전년 동기에 비해 19.1%, 영업이익(49억원)은 34.2% 늘었다.

특히 수익성이 돋보인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28.5%에 이른다. 강 대표는 “기술기반 기업이다 보니 기술에 대한 가치가 반영된 결과”라며 “상장을 준비하면서 생산공정에 대한 자동화와 효율화를 강도 높게 진행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테이퍼모 시장은 향후에도 성장해 캐쉬카우 역할을 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칫솔모 시장이 연평균 3.7% 성장하고, 저희가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연평균 6~7% 성장이 기대 된다”며 “더불어 테이퍼모 시장은 비중이 국내는 85%이지만 글로벌적으로는 30% 미만에 그쳐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IPO를 통해서는 신사업 기반을 다진다. 테이퍼모로 쌓은 오랜 원천기술을 응용해 △생분해성(친환경) 소재 △뷰티케어 소재 △산업용(연마용) 소재 △구강 진단키트 △정전 멜트블로운 기체필터 소재 △멜트블로운 액체필터 소재 등을 개발해 상용화시킬 계획이다.

투자자와 활발한 소통도 약속했다. 강 대표는 “14년과 18년 벤처투자를 받은 이후 분기별로 주주간담회를 진행했다”며 “상장 한 이후에도 적극적 소통을 통해 주주와 직원, 회사가 함께 성장해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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