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사업구조개편]비조선 부문 각자도생 나섰지만 '고군분투'②사업분할로 경쟁력 강화 노렸지만 수익성 하락 지속
이아경 기자공개 2020-09-07 11:44:10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조선업 불황은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도 피할 수 없었다. 현대중공업은 고강도 인력감축을 단행했고 회사를 쪼개고 합치고 내다파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를 통해 얻은 재무안정성은 수주 가뭄 속 경쟁력이 됐고, 현재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앞두고 있다. '공룡 조선사'의 탄생을 앞두고 그간 현대중공업그룹이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한 변화와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2일 1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 중 가장 핵심은 2017년 4월 이뤄진 사업분할이다. 현대중공업이라는 큰 울타리에 있던 서로 다른 사업들을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등으로 독립시킨 후, 지주사 전환을 거쳐 지금의 지배구조를 완성했다.사업부문은 그룹의 모태인 조선업과 나머지 비조선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조선 계열사는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한 축을 이뤘고, 비조선부문으로는 현대중공업지주 산하에 현대오일뱅크,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이 병렬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나름의 사업구조 균형 체제를 구축했지만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다. '흩어져야 산다'는 목표로 사업분할을 단행했지만 오히려 비조선부문 자회사들은 수익성 저하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간 그룹의 수익성을 지탱했던 현대오일뱅크가 올 들어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분사 후 그룹의 아픈손가락 신세로 전락했다. 현대일렉트릭은 변압기 부문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발전기기 시장이 침체되면서 수요기반이 약해졌고,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 ESS는 국내 화재 영향으로 직격탄을 입었다.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눈덩이 과세 문제도 어깨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2018년부터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면서 현대일렉트릭은 고강도 비상경영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계획했던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주가 하락으로 목표치에 미달했고, 인력감축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무안정성 지표는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2018년까지 수익성 개선 추세를 보였지만 작년부터는 다시 하향 반전 추세로 돌아섰다. 중국은 코로나19 영향이 일부 완화되며 굴착기, 휠로더 등의 판매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인도와 주요 선진국은 여전히 경색된 상태다.
최근 다시 설립된 현대로보틱스는 수익성으로 따지면 가장 열악하다.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인적분할로 설립된 현대로보틱스는 2018년 사명을 현대중공업지주로 바꾸었다가, 지난 5월 로봇부문 물적분할로 재탄생했다. 출범 첫분기인 2분기 실적은 매출 544억원, 영업이익 18억원에 불과했다. 글로벌 순위는 6위로, 점유율은 2%다.
문제는 그룹의 캐시카우인 현대오일뱅크마저도 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말 유가가 급락한 이후 2019년 매출이 정체됐고 올해 들어선 코로나19 여파로 상황이 더 악화했다. 수요가 크게 감소하며 정제마진이 계속 1%대에 머물면서 올 상반기에만 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통상 현대중공업그룹 전반의 실적은 조선업 경기변동에 연계되나, 현대오일뱅크로 대표되는 정유화학부문은 조선업이 침체되는 동안 그룹의 수익성을 책임져왔다. 2016년 정유화학부문의 매출비중은 30% 수준이었으나 2018년 54%까지 증가했고, 영업이익 비중은 2017년 95%에 육박했다. 조선부문이 크게 적자를 본 2018년에는 모든 영업이익을 책임졌다.
다행인 점은 조선부문이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6월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의 전세계 조선 수주잔고 점유율은 14%로 중국 CSSC에 이어 글로벌 2위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선주들의 시장 관망세가 이어지며 발주가 지연됐지만, 상대적으로 선가가 높은 LNG선의 공정투입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실제 조선부문 매출은 회복 추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1분기 그룹 매출은 지난해 1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정유화학부문이 2분기에도 예년과 달리 실적 감소 추세가 두드러지면서 연간 매출은 작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