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9월 04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에 나선 발행사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하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그들에겐 범인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삶의 목표와 지혜, 열정, 에너지가 있다.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자극을 준다.최근 부산 본사에서 만난 이수태 파나시아 회장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파나시아는 친환경 ICT·에너지 기업이다. 작년 탈황장비인 스크러버로 매출 3200억원에 순이익 600억원이 넘는 중견사로 부상했다. 가난한 시골 마을 출신 조선기자재 기술자인 이 회장이 단돈 400만원으로 창업해 30여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밑천 없이 시작한 그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직원이었다. 초창기 직원들은 학력이 높지 않았다. 좋은 대학을 나온 우수인재가 소기업에 찾아 올 리 없었다. 영업이 쉽지 않았다. 조선기자재 고객은 대다수 해외에 있다. 영업직원은 기술은 물론 어학능력도 갖춰야 한다. 직원에게 통역사를 붙여 2인1조로 영업을 다녀야 했다.
그때부터 이 회장은 직접 교육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회사에서 학비를 대 고등학교 졸업자는 전문대, 전문대 졸업자는 4년제 대학에 등록시켰다. 졸업장을 못 받으면 승진까지 제한하는 강수를 뒀다. 독서경영도 시작했다. 두 달에 한번 씩 필독서 3권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부서원끼리 토론하도록 했다.
사내 대학인 ‘파나시아 컬리지’도 만들었다. 교수는 각 부서별 전문가다. 승진자 교육과 직무교육, 해외 에이전시 교육을 전담한다. 교수와 이수자 모두에게 합당한 수당을 줘 동기부여를 한다.
어느 덧 영업직원은 통역사 없이 홀로 영업을 뛰기 시작했다. 독서경영을 통해 4차산업혁명과 같은 최근 트렌드도 자연스럽게 익혔다. 대기업이 돈을 들여 세미나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이다. 독서경영은 현대중공업이 벤치마킹을 할 정도였다.
파나시아는 매출 9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수출역군이다. 작년 장영실상과 1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단연 자기개발로 스스로 글로벌 전문가가 된 직원들이 합심해 만든 결과다. 해외 에이전시 교육은 예상치 못한 성과도 냈다. 코로나로 해외출장길이 막혔지만 이들 덕에 신규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직원 스스로가 발전하는 회사. 파나시아는 장수기업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덕목을 갖췄다. 쉽게 만들 수 없는 문화다. 이 회장의 표현이다. “저는 농사를 하며 자랐다. 땅은 속이지 않는다. 팥 심은데 팥이 난다. 열심히 땅을 갈고 밭을 매면 땅이 보답하기 마련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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