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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SK이노 배터리 분쟁]이견 큰 합의금 규모, 가중된 재무부담 탓양사 모두 배터리 올인 투자, 타이트한 자금운용 중

김성진 기자공개 2020-09-11 10:08:23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0일 11: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 합의 여부는 재무건전성 관리와 직결되는 이슈다. 양사의 재무상태는 수년간 상당히 우수하게 관리돼왔으나 최근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며 단기간에 부담이 늘어났다.

LG화학은 최근 몇 년 전부터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보고서 내 기재된 '주요 투자에 관한 사항'을 보면 LG화학의 세 사업부문(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중 전지 사업부문에 가장 큰 투자액이 배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 상반기 기준 LG화학의 향후투자 총액 3조4661억원 중 전지사업 부문에 책정된 금액은 무려 2조1995억원에 달한다.

연구개발(R&D)에 들어가는 비용 추이를 통해서도 LG화학의 공격적인 투자 의지를 읽을 수 있다. LG화학이 지난해 R&D에 지출한 비용은 약 1조1300억원으로 5년 전인 2015년 56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2배나 증가했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취임한 이후 공격적 투자 성향이 더욱 확실해졌다.


다만 재무상태 악화는 감수해야 했다. 올 상반기 기준 LG화학의 총차입금은 11조8600억원으로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8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3조4000억원이나 늘어났다.

LG화학의 차입금 규모가 10조원을 초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8조5000억원이며 부채비율은 116.2%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세 자릿수로 집계됐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보면 왜 SK이노베이션과 합의금 규모를 놓고 큰 이견차를 보이는 이유를 가늠해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많은 합의금을 받아낼수록 재무상태 악화 폭을 즉각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수조원의 합의금을 요구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한 금액은 수백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SK이노베이션이 합의금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합의금을 내더라도 최대한 그 규모를 줄여 재무상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배터리 3사(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중 가장 늦게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어 후발주자로 평가 받는다. LG화학이 올 7월 누적기준 25.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세계 1위를 기록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은 4.1%로 6위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 2.3% 포인트 오르긴 했지만 국내 경쟁사들과의 격차는 여전히 큰 편이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반기보고서 내 사업의 내용의 투자내역을 살펴보면 배터리 및 소재 사업에 7조6957억원이나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비교하자면 LG화학이 계획한 투자금액과 두 배가량 차이나는 수준이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 역시 최근 재무상태가 악화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15조원으로 최근 10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대 중반 100%를 하회하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117%를 기록하며 100%를 초과했고 올 2분기에는 150%에 다다랐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서로 이번 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합의가 어려운 것도 있지만, 합의금 지급이 사실상 경쟁사에 대한 자금 지원이나 마찬가지기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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