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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구조조정]산은과 다시 시작된 줄다리기, 10년전 '닮은 꼴'2009년 '자율협약+워크아웃' 수순 정상화, 재연 여부 촉각

고설봉 기자공개 2020-09-15 07:18:02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4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금호그룹' 구조조정 중심에 다시 섰다. 10년여간 정상화 절차를 주도하고 2017년 11월 이를 마무리했다고 호언장담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코로나19 사태와 매각 무산으로 걷잡을 수 없게 된 아시아나항공의 위기가 그룹 전반으로 번진 탓이다. 업계는 워크아웃과 자율협약 결합 방식으로 단행된 2009년 금호그룹 구조조정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금호고속 유동성 위기, 채권단 긴급자금 투입

채권단은 당장 급한불을 끄는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자금(이하 기안기금)을 투입했다. 금호그룹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호고속에는 1200억원 가량 유동성 공급이 예정돼 있다. 당장 채권단 지원이 없으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고속은 부도가 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호고속은 현 금호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법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는 대주주인 금호산업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또 금호고속의 위기는 자회사인 금호산업에 전이될 수 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고속을 동시에 지원하지 않으면 그나마 상황이 괜찮은 금호산업도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채권단이 사실상 금호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장(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안정성 확보 및 원활한 정상화 추진을 위해 금호고속에도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하지만 대주주와 임직원들의 철저한 고통분담 전제로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고속이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가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의 범위와 강도가 관심을 끈다. 산은의 원칙과 전략에 따라 금호고속의 명운도 갈리게 된다.

산은은 앞서 아시아나항공 '노딜'을 선언한 지난 11일 뚜렷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급한불을 끄는 차원에서 조기 유동성 공급방안을 내놨고 이후 대주주와 협의해 경영 정상화 계획을 도출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채권단 안팎에선 이날 개최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참석해 아시아나항공 경영 지원방안 등을 논의한 자리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 M&A 무산 후 대응책인 '플랜B'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부와 협의해 기안기금 지원 규모를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우선 결산을 보는 차원에서 대주주 차등감자 등을 포함한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고, 이후 채권단 출자전환과 추가 자금지원 등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아시아나항공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최대 4조원 이상일 거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향후 채권단 지원 규모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 전략·강도 어떻게? '2009년 정상화' 거론

산은 내부에선 이미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그룹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이 큰 틀에서 수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화 및 표면화 되지 않았지만 과거 금호그룹 구조조정 사례가 가장 먼저 회자된다. 채권단의 구조조정 원칙과 전략과 강도를 엿볼 수 있는 사례였다.

산은 기업구조조정부는 2013년 12월 ‘기업구조조정과 KDB-외환위기 이후 15년을 중심으로’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산은 내부 실무자들의 업무 참고자료 용도로 제작됐다. 1998년 말부터 2013년까지 기업구조조정을 담당했던 실무자들의 경험과 구조조정 방법론 등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정상화’ 편이다. 산은이 가장 오랜기간 동안 가장 애를 먹은 기업 구조조정 사례를 꼽으라면 매번 상위권에 이름이 거론되는 기업이 금호그룹이다.

2009년 12월 30일 산은의 금호그룹 구조조정은 큰 틀에서 ‘기촉법에 의한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과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약에 의한 공동관리’로 나뉜다. 워크아웃이 적용된 계열사는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이었고, 자율협약이 적용된 계열사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이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이번에 산은이 설계한 구조조정 방식은 워크아웃과 자율협약을 혼합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협약을 기초로 경영 정상화를 진행하지만 차등 감축자본(감자)과 출자전환, 유상증자 등을 망라한 재무구조 개선 및 채권단의 지배력 확보 등을 강도 높게 실시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산은 내부에서는 2009년과 비슷한 논리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워크아웃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산은은 기업구조조정 사례집에서 “워크아웃 진행시 항공기 금융 중단 등에 따른 타격이 우려돼 자율협약에 의한 공동관리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은 2009년보다는 강도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산은은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에 대해 발 빠르게 워크아웃을 결정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당시 부분자본잠식을 겪을 정도로 재무는 좋지 않았으나 영업활동에 애를 먹는 상황까지는 아니었다.

산은은 사례집에서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은 부실의 진원지였던 대우건설 매각에 실패하며 부도위기에 직면했다"며 "2009년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상황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과거와 달리 현재 영업활동 기반이 무너진 상태다. 코로나19로 수익의 근원인 여객부문 매출이 크게 줄었다. 올 2분기 탑승률은 40%를 기록, 예년 평균인 90% 초반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화물부문에서 만회하기는 했지만 평소 여객부문 매출액이 화물부문의 3배에 달하는 만큼 타격이 크다.

자본잠식률도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2009년 12월 말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률은 16.5%였지만 2020년 6월 말 현재는 49.8%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결손금 규모가 2866억원에서 1조4832억원까지 불어났다.

채권단 관계자는 "2009년에 산은은 상황이 더 안 좋은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을 중심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했지만 이번에는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그룹 부실의 진원지"라며 "항공사 특성상 워크아웃 등의 절차를 밟지는 않겠지만 그에 준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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