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무형자산 분석]영업이익 1조 넥슨은 어떻게 IP 부자가 되었나②주요 IP 매출, 무형자산 100배↑…김정주 사랑한 디즈니 IP 정책 눈길
서하나 기자공개 2020-09-22 08:01:56
[편집자주]
무형자산은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식별 가능한 비화폐성 자산을 말한다. 게임산업에서 IP와 같은 무형자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를 평가하는 제대로 된 회계 기준이 없어 실제보다 과소계상한 가치만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계에선 핵심무형자산 지표를 도입해 개인과 기관 투자자간 회계 정보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더벨에서 게임사별 무형자산의 가치를 다각도로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6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넥슨(NEXON)을 대표하는 게임을 하나로 말하긴 어렵다. 바람의나라·카트라이더·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 등은 모두 넥슨을 일군 대표작이자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주인공이다. 탄탄한 IP의 힘을 증명하듯 넥슨은 지난해 국내 게임사 최초로 영업이익 1조를 넘겼다.넥슨의 주요 IP가 출시 이후 벌어들인 총 수익은 최소 22조원대로 파악된다. 넥슨이 일찌감치 IP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보유했다는 증거도 많다. 그런데도 재무제표상 이들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긴 쉽지 않다. 국제 회계 기준(IFRS)에 따라 시가총액 약 2%, 총자산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무형자산으로 계상하고 있다. 김정주 회장이 사랑하는 디즈니가 전체 자산의 약 절반을 무형자산으로 기재하고 있단 사실과는 대조를 이룬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된 넥슨의 IP
1994년 12월 역삼역 작은 오피스텔에서 탄생한 넥슨은 최근 시가총액 약 25조원(1주당 주가 2588엔 기준)의 게임사로 성장했다. 여기엔 넥슨이 인수합병(M&A)과 자체 개발 등을 통해 확보한 다수의 IP가 큰 역할을 했다.
대표적으로 던전앤파이터는 2005년 네오플에서 개발해 전 세계 7억명 이상 가입자를 확보했다. 2016년 12월엔 동시 접속자 수 10만명을 넘어섰고, 출시 이후 상반기까지 누적 매출은 약 17조7000억원(150억 달러)이었다. 스타워즈와 해리포터 시리즈의 박스 오피스 수익보다 수십억 달러 이상 많은 규모이고 어벤져스 시리즈 총 수익의 약 두 배에 해당한다.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위젯이 개발한 게임으로 2004년 넥슨에 인수됐다. 1억8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3조5000억원(30억 달러)을 창출했다. 메이플스토리의 PC와 모바일 수익을 모두 합치면 디즈니의 글로벌 역대 시리즈인 겨울왕국 박스오피스 수익을 넘어선다.
카트라이더도 전무후무한 기록을 썼다. 2004년 넥슨이 자체 개발한 레이싱 게임으로, 단일 PC 플랫폼으로만 3억8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한국 국민의 절반 이상, 대만 인구의 약 45%가 이 게임을 플레이했다. 현재까지 관련 매출은 8260억원(7억 달러)로 파악된다. 2006년 4월 중국에서도 파오파오 카딩처(달리는 카트)란 이름으로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다.
바람의나라는 1996년 출시된 게임이자 넥슨의 첫 작품이다. 김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배경으로 제작된 세계 최초의 MMORPG로서 현재까지 24년 이상 서비스되고 있다. 게임 이용자 수는 약 2100만명이다. 다만 넥슨은 바람의나라 관련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타고난 감각, IP 부자가 된 비결
주요 게임의 누적 매출을 모두 합치면 최소 22조원을 넘어선다. 넥슨은 이밖에도 마비노기, 서든어택, V4 등 쟁쟁한 게임을 여럿 두고 있다. 누가 봐도 막강한 수익 창출력을 보유한 IP는 엄연한 자산이지만, 정작 넥슨이 재무상태표에 기재한 무형자산 가치는 이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재팬은 국제 회계 기준에 따라 상반기 무형자산(Intangible assets)으로 약 1753억원(157억엔)을 계상했다. 이와 별개로 영업권(Goodwill) 4263억원(381억엔)도 기재했다. 그러나 이를 모두 합쳐도 총자산 8조5526억원(7659억엔)의 7%에 불과하다.
넥슨 측은 "투자를 통해 취득한 IP, 지식재산권, 소프트웨어, 출판권 등을 무형자산에 포함했다"라며 "영업권의 경우 합병으로 발생한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크기에 별도로 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넥슨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IP에 대한 가치 평가는 없지만, 스스로 IP에 상당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는 사례는 많다. 변호사 집안에서 태어난 김정주 회장은 일찌감치 IP 자산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자랑했다. 그는 최초의 MMORPG 바람의나라를 개발한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넥슨을 떠나자, 곧바로 바람의나라의 저작권 일체가 넥슨에 있다는 내용 증명을 발부했다.
2008년 7월 던전앤파이터를 인수하기 위해 허민 당시 네오플 대표를 어렵게 만난 자리에서 가진 돈 전부를 줄 테니 게임을 팔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결국 넥슨 일본법인을 통해 2788억원을 융통하고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을 통해 추가로 500억원을 끌어들여 총 3852억원에 네오플과 던전앤파이터를 인수했다.
당시로써 무모해 보이는 딜이었지만, 사실은 모든 계산을 마친 뒤였다.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를 통해 PC 사양이 낮은 중국에서 단순하지만 게임성있는 작품이 반드시 흥행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실제로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 연 매출로만 약 3조원을 내는 든든한 캐시카우로 성장했다. 지난해 넥슨의 매각 추진 당시 증권가에서 기업가치 평가를 할 때도 던전앤파이터 등 주요 IP의 현금 창출력이 빼놓지 않고 등장하곤 했다.
가장 최근엔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2020년 신년사를 통해 "초격차를 만들어 앞으로 10년을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10년 이상 온라인 게임을 운영한 노하우를 배경으로 꼽았지만 구체적인 전략을 살펴보면 결국 IP에 대한 믿음으로 귀결된다. 원작 게임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으로 초격차를 만들겠단 뜻이다.
실제로 넥슨은 상반기 카트라이더, 바람의나라 등 IP를 활용한 모바일 신작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다. 2020년 상반기 매출 1조6674억원(1472억2800만엔), 영업이익 7730억 원(682억5400만엔)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1%, 4% 증가했다. 특히 사전등록 190만명을 모은 바람의나라 모바일은 현재까지도 구글 앱스토어 매출 기준 리니지M, 리니지2M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하반기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게임을 출격한다.
넥슨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208억원을 거둬 3N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증가하기도 했다. 국내 게임사 중엔 최초의 영업이익 1조원 돌파다. 지난해 넥슨(NXC) 순자산 규모는 7조9434억원으로 1년 전인 6조6910보다 무려 1조원 넘게 늘었다. 여기에도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스테디셀러 게임의 꾸준한 선전이 기반이 됐다.
◇넥슨이 사랑하는 디즈니, 디즈니의 IP 관리법
김정주 회장의 월트디즈니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일찍부터 넥슨을 디즈니처럼 키워내고 싶어 했다. 지난해는 직접 디즈니에 넥슨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디즈니를 두고 그 무엇을 준다고 해도 절대 미키마우스를 내놓지 않을 회사라고 한다. 디즈니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 중 하나엔 강력한 저작권 보호가 있다. 재무상으로도 디즈니가 보유한 어마어마한 IP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디즈니의 상반기 기준 무형자산(Intangible assets, net)은 약 23조원(195억8900만 달러)이다. 라이선스 콘텐츠 비용 및 선수금(Licensed content costs and advances) 약 3조7000억원(31억3500만 달러)과 M&A를 통해 취득한 영업권(Goodwill) 약 91조원(772억3300만 달러) 등은 별개다.
이를 모두 합치면 약 118조원(100억 달러)로, 디즈니의 총자산 규모인 약 245조원(2076억4900만 달러)의 48%에 이른다. 물론 2012년 스타워즈 제작사인 루카스 필름을 약 4조8000억원(40억5000만 달러)에 인수한 역대급 M&A의 영향도 있다. 그럼에도 총자산에 현금자산 약 27조원(231억 달러)을 비롯해 디즈니랜드,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등이 모두 포함됐음을 고려하면 IP 자산의 비중은 놀랍다.
디즈니가 IP 보호를 위해 미국 저작권 기간 연장법을 통과시킨 사례 역시 유명하다. 1998년 소니보노 저작권 기간 연장법(CTEA)이 통과한덴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캐릭터 보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법의 통과로 저자 사후 50년이던 저작권 보호 기간은 70년으로 늘었고, 1928년 처음 탄생한 미키 마우스 캐릭터의 저작권 역시 연장됐다.
넥슨은 왜 그토록 디즈니를 바라보고 닮고 싶어 할까. 디즈니의 캐릭터가 남녀노소 국적불문 사랑을 받는단 사실도 그렇지만, IP 가치의 관점에서만 봐도 해답은 쉽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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