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9월 18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적인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점포 매각으로 시끌시끌하다.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이자 홈플러스 주인인 MBK파트너스가 멀쩡한 알짜 매장을 팔아치우려 한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노조는 이윤창출에 눈이 멀어 투기에 가까운 부동산 거래로 수익을 챙기고 있다고 MBK파트너스를 맹비난하고 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파업도 불사하겠다니 그 분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역 국회의원까지 가세, 사모펀드를 먹튀 자본으로 몰아가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형국이다.
노조의 노여움은 고용 불안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점포가 없어진 만큼 일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있다. MBK파트너스가 고용유지를 약속하고 있지만 믿을 수 없다며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대형마트 '업의 본질'을 가만히 따져보면 점포 매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홈플러스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각종 상품을 모아 소비자들에게 팔아 수익을 얻지만 가장 중요한 본질은 부동산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보유한 롯데를 유통회사가 아니라 부동산 기업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접근성이 뛰어난 교통 요지, 혹은 노른자위 땅을 확보하고 마트를 지어올려 사람들이 자주 찾는 상품을 최대한 많이 진열해 소비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결국 비즈니스의 핵심은 부동산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이러한 오프라인 유통 매장의 중요성이 갈수록 퇴색된다는 점이다. 특히 제품의 질이 균일한 공산품이나 생필품은 이미 인터넷 쇼핑에 사실상 잠식당한지 오래다.
직접 눈으로 보고 사려는 심리가 강한 신선식품 조차 빠른 배송으로 무장한 마켓컬리 같은 신생업체들이 연이어 생겨나면서 대형마트는 설자리를 점차 잃고 있다. 결국 대형마트의 핵심 자산이자 경쟁력의 구심점이었던 부동산의 중요성이나 가치는 점차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대형마트에 상품 입점 대신 음식점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은 이같은 현실의 방증이다. 과거에는 장을 보러 갔다가 끼니를 떼웠다면 이제는 대형마트 맛집에 가서 식사를 하고 귀갓길에 잠시 들러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소비자들을 마트로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따라서 홈플러스의 점포 매각은 투기라기 보다는 뼈를 취하기 위해 살을 내어주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대형마트를 찾는 손님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가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점포에 집착하다가는 공멸이 불보듯 뻔하다.
첨단무기로 무장한 적진 한복판에서 재래식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홈플러스 노조도 더이상 부동산을 깔고 앉아 손님을 기다리며 장사하는 구식 소매 유통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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