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테크 스타트업' 캐스팅 전문가 유병주 스퀘어벤처스 대표20년 베테랑 벤처캐피탈리스트, 신대륙 개쳑하는 선장 발굴
이광호 기자공개 2020-09-25 08:00:02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4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퀘어벤처스는 '테크(Tech) 스타트업'을 정조준하는 벤처캐피탈(VC)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디지털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찾는 데 주력한다. 유병주 스퀘어벤처스 대표(사진)는 수장이자 대표펀드매니저로 하우스를 이끌고 있다.유 대표는 벤처 투자의 광장이라는 뜻과 함께 발굴한 기업을 '제곱(㎡)'로 성장시킨다는 의지를 반영해 사명을 스퀘어벤처스로 정했다. 2019년 5월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로 출범한 뒤 빠른 속도로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성장스토리 : 파일럿 꿈꿔...'테크 전문'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유 대표는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파일럿'을 꿈꿨다. 그러다 해외 영업맨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 1월 현대하이스코(현대제철 흡수합병)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자동차용 강판 및 고부가 파이프 제품을 생산하던 철강업체였다. 해외영업을 목표로 입사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그해 그는 6월 현대하이스코를 나왔다. 때마침 아주IB투자가 공채를 실시하고 있었다. 아주IB투자에 도전장을 내밀어 당당하게 합격했다. 1999년 7월 기획팀에 배치돼 벤처캐피탈의 생리를 익혔다. 2년 뒤 기획팀에서 투자3본부로 넘어가면서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했다.
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해냈다. 첫 번째 투자는 2002년에 단행했다. 당시 LCD(액정표시장치) TV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에 비해 '가성비'가 뛰어났던 프로젝션 TV에 주목했다. 프로젝션 TV에 들어가는 광학엔진을 만드는 회사들을 찾기 시작했다. 곧바로 '유니드시스템'에 12억원을 투자했다.
유니드시스템에 베팅한 뒤 디지텍시스템즈, 미래나노텍 등 디스플레이 관련 업체 투자를 이어갔다. 관련 분야 공부를 병행하며 업체들을 분석했다. 그러던 중 공기업 민영화 바람이 불어 아주IB투자는 민영화됐다. 이 과정에서 유 대표는 퇴사했다.
트랙레코드 덕분에 여러 하우스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수 있었다. 2008년 5월 인터베스트 이사로 이동했다. 젊은 나이었지만 좋은 조건으로 합류했다. 본인의 주력 투자처와 어울리는 IT팀에 배치됐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사태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2008년 금융위기라는 외생변수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뒤 2009년 5월 두산그룹 계열 벤처캐피탈(VC)인 네오플럭스에 새 둥지를 텄다. 당시 네오플럭스 벤처투자본부장이자 오랜 시간 투자심사역으로 인연을 맺어온 구자득 JX파트너스 대표를 통해서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출시했다. LED 특성상 전력 소모량이 적고 밝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만 발열이 문제였다. 자연스레 발열을 해결하는 회사로 눈길이 향했다. '세종메탈'에 20억원을 투자했다. 네오플럭스에서의 첫 투자였다.
네오플럭스의 기틀을 잡는 데 일조한 유 대표는 상무를 끝으로 2018년 12월 네오플럭스에서 함께 일한 노우람 팀장과 합심해 스퀘어벤처스를 설립했다. 지난해 9월 205억원 규모로 결성한 '신한-스퀘어 스타트업 기술금융 투자조합'을 중심으로 벤처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다.
◇투자 철학 : '벤처캐피탈=연예기획사' 기업 캐스팅 후 데뷔까지
“무슨 일 하세요?”. 이런 질문에 유 대표는 회사를 키우는 기획사에서 일한다고 답한다. 연예기획사는 길거리 캐스팅 등을 통해 배우나 가수를 찾는다. 이들을 연습시킨 뒤 데뷔 무대에 올린다. 유 대표는 벤처캐피탈과 연예기획사는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 대표는 “연예기획사가 수년간 연습생에게 투자하며 노래와 춤을 가르치듯이 벤처캐피탈은 투자 기업을 위해 비즈니스 목표 설정 및 팀 빌딩과 사업 단계별 컨설팅 등을 한다“며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지만 회사를 키워서 데뷔시키는 일이 벤처캐피탈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기업을 캐스팅할 땐 대표에 집중한다. 유 대표는 “콜럼버스는 비전을 갖고 신대륙을 발견했다”며 “한 방향으로 쭉 가면 신대륙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전을 갖고 좋은 팀을 만들면 배는 보물섬으로 가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 1 : '터치스크린 패널' 디지텍시스템즈 멀티플 9배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는 디지텍시스템즈다. 유 대표는 아주IB투자에 재직하며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관련 업체를 찾던 중 터치스크린 패널 제조사 디지텍시스템즈를 만났다.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저항막 방식 터치스크린을 제조·판매하고 있었다.
휴대폰 시장이 급성장하며 터치스크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시기였다. 당시 디지텍시스템즈는 영세한 상태였다. 투자 유치에도 부정적이었다. 그럼에도 유 대표는 근성을 갖고 무려 6개월간 디지텍시스템즈를 쫓아 다녔다. 끝내 투자 계약서를 체결하고 '2003 KIF-기보 IT' 조합을 통해 20억원을 베팅했다.
디지텍시스템즈는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1차 협력사로 자리를 굳혔다. 삼성전자 휴대폰에서 터치폰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혜를 입었다. 최적의 공급사로 자리매김하며 2007년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아주IB투자는 멀티플 9배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트랙레코드 2 : '영화 CG' 덱스터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
덱스터는 네오플럭스에서 투자한 포트폴리오다. 영화, CF, 뮤직비디오 등 모든 영상 전반의 시각특수효과(VFX)의 제공하는 회사다. 국내 및 중국 영화제작, 드라마 제작 시장을 목표로 VFX 제작물을 납품한다. 이 밖에 수익성이 높은 테마파크, 드라마, 게임 등으로 VFX 매출 다변화를 시도 중이다.
2000년대 들어 영화시장에서 점차 CG의 중요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유 대표는 중국 영화 수요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CG 관련 기업 매출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관련 시장을 들여다보던 중 지인의 소개를 통해 덱스터에 투자를 결정했다.
유 대표는 'KoFC-Neoplux R&D-Biz Creation 2013-1호 투자조합'을 통해 덱스터에 15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꾸준히 사후관리를 하며 덱스터의 성장을 지켜봤다. 덱스터는 2015년 12월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이로 인해 네오플럭스는 투자 회수에 성공해 내부수익률(IRR) 375%를 기록했다.
◇업계 평가 : 공격형 벤처캐피탈리스트 '근성과 기민함'
유 대표는 동네에 숨어있는 '맛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차게 구성돼 있는 메뉴가 단골을 부른다는 것이다. 업계에는 유 대표가 있는 스퀘어벤처스에 돈을 맡기면 최선을 다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만큼 자신의 신념대로 바르게 투자하려고 노력한다.
유 대표는 기본적으로 공격형 벤처캐피탈리스트다. 가벼운 몸으로 빨리 달릴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생 벤처캐피탈임에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며 기술 기반 테크 스타트업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에너지가 넘치는 하우스로 떠오르고 있다.
유 대표를 네오플럭스로 영입한 구자득 JX파트너스 대표는 “일을 깔끔하게 잘 하고 근성도 있는 벤처캐피탈리스트”라며 “일을 한 번 하면 끝까지 밀고 나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변화에 빨리 적응하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다”며 “기만하게 대응하며 투자 기업들과도 친밀하게 잘 지낸다”고 했다.
◇향후 계획 : '테크·데이터' 집중, 300억 2호 펀드 준비
테크 스타트업에 집중한다는 기본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다. 시리즈A 등 초기 단계에 투자하며 투자 기업들과 동반성장을 이뤄낼 방침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를 주요 투자 분야로 설정했다. 향후 5G를 통해 모든 데이터가 연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반기에는 2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2호 펀드부터는 본격적인 펀드 시리즈화를 목표로 한다. 현재로선 '오아시스' 시리즈가 유력한 상황이다. 정책 자금을 수혈한 뒤 300억원 안팎 규모의 '스퀘어오아시스 2호(가칭)' 조합을 선보일 전망이다.
현재 스퀘어벤처스의 심사역은 3명이다. 유 대표는 데이터 관련 경력을 보유한 심사역을 새로 충원할 예정이다. 꾸준히 사세를 확장해 운용자산(AUM) 1000억원 규모의 중소형 벤처캐피탈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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